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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l Jan 06. 2019

prologue

<En Arcadie> Alexander Harrison, 1886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파리 생활 회고록인 <파리는 날마다 축제 A Moveable Feast>를 읽다 보면, 그와 함께 1920년대 파리의 어느 골목길을 거니는 듯한 낭만적인 기분에 휩싸인다. 20대 초반 무렵 헤밍웨이의 눈동자에 비친 파리의 장소와 인물 그리고 추억은 유리잔에 담긴 샴페인처럼 투명하고, 아름다우며, 빛이 난다. 그는 62세에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하기 석 달 전까지도 젊은 날 파리에서 머물렀던 시절에 관해 글을 쓰고 있었다. 그에게 그 당시는 평생토록 잊을 수 없는 '호시절'이었던 걸까? 어느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헤밍웨이는 이렇게 말한다.


"파리는 내게 언제나 영원의 도시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나는 평생 파리를 사랑했습니다. 파리의 겨울이 혹독하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은 가난마저도 추억이 될 만큼 낭만적인 도시의 분위기 덕분이 아니었을까요. 아직도 파리에 다녀오지 않은 분이 있다면 이렇게 조언하고 싶군요. 만약 당신에게 충분한 행운이 따라 주어서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딜 가든 늘 당신 곁에 머무를 거라고. 바로 내게 그랬던 것처럼."


헤밍웨이가 파리를 지극히 사랑하는 것처럼 나는 서울을 사랑한다. 이 도시에 나의 호시절이 있고, 평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껏 서울에서 살아가고 있는 내게는 서울이 바로 '움직이는 축제'이다. 나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이 도시를, 이 도시가 선사하는 아름다움을, 헤밍웨이가 그랬듯 글로 기록하고자 한다. <서울은 날마다 축제>의 근간은 서울에 존재하는 무수한 공간이 될 것이다. 가끔은 스쳐가고 싶고, 또 가끔은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그런 공간들. 예기치 못하게 만나서 더욱 반갑고 유쾌했던 그런 공간들. 가혹한 현실로부터 벗어나 부유하다가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갈 힘을 주는 그런 공간들. 그리고 그 안에 피어난 단상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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