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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l Dec 04. 2020

픽션, 소설의 세계

소설 창작에 관하여


올해 나는 그냥 멋지다는 말로는 부족한, 아주 멋진 스승님을 두 분이나 만났다. 픽션과 논픽션이라는 서로 다른 세계에서 각자의 입지를 단단히 구축한 하성란 소설가와 이지유 작가이다.(*이하 호칭 생략)


나의 오랜 꿈인 소설가에 가닿기 위해 나보다 앞서 걷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하고자 했다. 여름과 가을, 그리고 초겨울의 문턱에 이르는 동안 퇴근을 하자마자 그녀들을 만나러 갔다. 나의 얼굴에는 피곤이 잔뜩 묻어 있었을지라도, 수업이 시작되면 내면에는 생기가 차올랐다.


그녀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내게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나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한층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용기와 힘을 얻었다.  글은 나처럼 여러 현실적인 이유들로 당장 원하는 꿈에 다가갈  없어 맴돌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남긴다.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모든 글쟁이들에게도. 작가 노트  번째, 픽션과 논픽션의 세계를 탐구하다.




F I C T I O N

-

N O V E L  



하성란이 한겨레교육센터에서 진행한 수업의 정확한 이름은 <소설창작 기초_ 당신의 첫 문장>이다. 픽션, 즉 소설을 쓰고자 할 때면 보통 문장보다는 어떤 주제나 그에 따른 이야기가 먼저 떠오르곤 한다. 혹은 여러 문장들이 머릿속에 섞여 흐르기도 하는데, 그중 첫 문장을 뽑아내는 일이란 여느 소설가에게도 쉬운 일이 아닐 테다.


문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한 수업에서는 첫 문장의 중요성과 더불어 소설 쓰기의 필수 요소를 배울 수 있었다.


우선, 첫 문장은 적확한 단어를 선택해 정확한 문장이 되어야 한다. 그 문장은 방향타가 될 것이고, 폭죽이자 씨앗이 될 것이다. 주제를 함축한 문장이 첫 문장이 될 이유는 전혀 없지만, 보석 같은 뒷 문장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음으로, 소설의 구조는 크게 '인물'과 '사건'으로 나뉜다. 사건은 인물을 변화시키는 역할과 더불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 요소이다. 이야기의 속도 또한 인물과 사건에 의해 좌우된다. 인물은 묘사 위주라 속도를 느리게 하고, 반대로 사건은 행동 서술이라 속도를 빠르게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인물의 심리 묘사를 단순 서술할 것이 아니라 '사건'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하성란이 자주 강조하던 부분은 의외의 것에 있었다. 소설을 쓸 때, '팩트 체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 디테일이 좋은 소설을 결정짓는다는 그녀의 섬세함은 매우 놀라웠다. 단순히 잘못된 문장을 골라내는 것이 아닌,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문장까지도 짚어 나갔기 때문이다. 소설에 쓰인 문장 중 현실적으로 어긋난 부분은 없는지, 억지스럽지는 않은지, 차별적 표현이 들어있지는 않은지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20대 주인공이 막노동을 하는데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에서, 굳이 새벽에 줄을 서서 일을 구하는 설정이 과연 옳은가?/ '대문'보다는 경우에 따라 '현관문' '가게문' 혹은 '유리문'이 적합하진 않은가?(단독 주택이 아니고서는 대문을 쓰는 장소가 거의 없기 때문)/ 무인 서점이 소설의 배경이라면, 결제 시스템은 어떻게 할 것인가?('알아서 계산해 주세요'라는 종이가 붙은 무인 서점의 설정이 과연 현실 가능성이 있는지 보라는 뜻) 등 놀랍도록 구체적이고 세심한 점검이 필요했다.


팩트 체크의 과정은 '핍진성'과도 연결된다. 핍진성이란 문학 작품에서 텍스트에 대해 신뢰할만하고 개연성이 있다고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정도를 뜻한다. 이야기의 흐름, 다시 말해 사건과 사건 사이에 독자가 충분히 납득할만한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야기를 확장하는 쉬운 방법은 '시간'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과거'를 곳곳에 배치해 눈덩이 굴리듯 플롯을 구성하면 된다. 적재적소에 알맞은 사건을 배치하는 과정이 곧 소설의 정수가 아닐까? 소설 초안을 작성하고 수정할 때 순행적으로 플롯을 정리한 다음, 하나의 원으로 만드는 연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되도록이면 비유와 관용구 그리고 접속사는 사용을 피할 것.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이 곧 매끄러운 이야기를 만든다.


하성란은 총 여덟 번의 수업 동안 수강생들이 쓴 글로부터 소설이란 무엇인지, 좋은 소설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설가의 태도는 어때야 하는지에 관해 가르쳤다. 그녀의 말을 통해 창작의 거룩함, 희열, 고통 등을 나란하게 느꼈다.


이 시대의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필요한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 단순히 자신의 욕구에 따른 글쓰기는 위험하다. 누군가를 상처 주거나 차별하는 글은 절대적으로 쓰지 말아야 한다.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을 고루 바라 보고, 연결성을 잊지 않는 것. 이것이 소설가가 지녀야 할 태도가 아닐까.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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