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What 어베터플레이스(A Better Place)
Where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19길 22 4F
Detail https://booking.stayfolio.com/places/a-better-place
Mood 변화의 파고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이상적인 집
팬데믹의 영향으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면서, 주거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홈오피스, 홈카페, 홈레스토랑 등 집이 '일'과 '여가'를 책임지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기능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집의 기본 기능 위에 다른 기능이 더해지는 다층적 공간으로의 변신을 '레이어드 홈'이라고 칭했다. 집이 여러 층위의 레이어를 갖게 되면서 미래 소비산업 변화의 요람은 단연 '집'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HOME'이라는 키워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미래 주거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주거 문화를 지향해야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때, 가족들과 '어베터플레이스'로 휴가를 떠났다. 어베터플레이스는 서울의 주거 생활과 공간의 특성을 분석하고, 더 나은 내일의 모습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만들어진 집이다. 도심의 한복판인 종로에 위치해 주변의 다양한 문화 관광지와 먹거리도 경험할 수 있을 터였다. 첫눈이 내린 지난 일요일, 여느 주말과는 다른 모습으로 하루를 보낼 생각에 한껏 들뜬 마음으로 이곳을 찾았다.
숙소를 찾는 과정은 매우 색달랐다. 어베터플레이스는 '종각 젊음의 거리의 유명한 곱창집에 있다'고 한다. 우리는 화려한 간판이 가득한 골목길에서 '곱창본가'라는 식당을 보았고, 그 건물의 입구에는 'A better place.'라는 입간판이 있었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비밀번호를 누른 뒤, 4층으로 올라갔다.
어베터플레이스의 문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공간은 라운지였는데, 그중에서도 의자가 눈길을 끌었다. 창가 방향으로 놓인 의자의 옆에는 작은 협탁과 길쭉한 조명이 놓여 있다. 생활공간을 뒤로하고 있어 이곳에 앉으면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며 편안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구조였다.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느꼈던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이곳이 종각 한가운데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만의 세상처럼 바깥의 소리로부터 완전히 분리될 수 있었다.
라운지 옆의 침실에서 우리를 '웰컴'해준 것은 음악과 향이었다. 스테이폴리오 숙소답게 음악이 흘러나왔고, 침대에는 수토메 아포테케리의 두 종류의 룸 스프레이(우드/ 허브)가 놓여 있었다. 65인치 TV와 소파 그리고 침대가 나란히 놓인 구조가 전반적으로 호텔 같은 인상을 자아냈다. 침대는 4인 가족이라 킹베드에 더불어 싱글베드가 추가로 놓여 있었다. 침대마다 스탠드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나를 매료시킨 공간은 부엌이었다. 라이트 그레이, 브라운, 블랙 계열의 가구들에 노랑빛의 조명과 벽의 색감이 더해지니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넓은 테이블을 보며 이곳에 가장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냉장고, 전자레인지, Nespresso 커피머신, ALESSI 주방 용품, 식기류, 와인잔, 와인 오프너 등 웬만한 시설은 다 갖춰져 있었다.
거실과 침실 그리고 부엌을 둘러싼 벽은 모두 '모듈러 월 시스템'이었다. 얇은 서랍장이 층층이 쌓인 벽은 물건을 수납하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거실 벽에는 디자인/건축 분야의 서적이, 침실 벽에는 각종 보드게임이, 부엌 벽에는 식기류, 그릇 등이 다수 꽂혀 있었다. 이 시스템은 공간을 분할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고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넓은 공간을 갖기 힘든 대도시의 주거에서 활용하기 좋은 기능이었다.
뿐만 아니라 콘센트가 벽의 곳곳에 배치되어 충전 및 전자기기 이용이 용이했다. 침실의 스탠드도 이 벽의 콘센트에 연결되어 있었다. '다기능'을 충실히 이행하는 가히 놀라운 시스템이었다.
부엌과 연결된 욕실에는 일회용 어매니티와 Aesop 샴푸 및 바디 클렌저가 있었다. 공간이 샤워실/ 화장실 /욕조와 세면대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어, 여러 사람이 이용하기에 편리하고 쾌적했다. 세면대도 두 개여서 동시에 쓰기 좋았다. 이번 휴가의 콘셉트는 '집콕 휴식'이었으므로, 집을 한 바퀴 둘러본 뒤에 곧장 욕조에 물을 받아 반신욕을 즐겼다.
저녁 시간에 이르기 전까지 우리 가족은 각자의 시간을 즐겼다. 아빠와 엄마는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았고, 언니와 나는 보드게임을 했다. 체스, 부루마블, 루미큐브 등 다수가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의 종류가 족히 10종은 되었다.
사실 완벽한 집콕을 위해 집에서부터 준비를 해왔다. 나는 책을 왕창 챙겼고, 언니는 입욕제를, 부모님께서는 와인과 간식을 준비하셨다. 소소하게 꾸밀 크리스마스 장식도! 새로운 공간에서 보낼 편안한 시간을 기대하며 챙긴 것들이지만, 이곳에 갖춰진 것들을 살펴보니 먹거리만 챙겨 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만찬은 배달 음식으로 꾸렸다. 근처에 맛집이 즐비해서 배달이나 포장을 이용하기 좋았다. 선택지가 매우 넓어 고민을 좀 하긴 했지만 결국 쌀국수와 족발 세트를 주문했다. 식탁에 풍성한 음식과 더불어 과일과 케이크 그리고 와인까지 차려 두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끼며, 오랜만에 여유로운 '독서의 시간'을 누렸다. 일상 속에서는 출퇴근길이나 잠들기 직전에 잠깐씩 책을 읽다 잠들기 일쑤였는데. 책을 읽는 중간중간 메모를 하고 와인도 마시며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가족들이 침실에서 영화를 보아도 전혀 방해되지 않았다. 침실과 라운지/부엌을 분리할 수 있는 가림벽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을 양쪽으로 완전히 당기면, 두 공간을 아예 분리할 수도 있었다.
어베터플레이스의 또 다른 스마트 기능은 전체적인 불의 밝기를 한 번에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늦은 밤이 되자, 집의 조명도 은은하게 바꾸어 보았다. 폭신한 침대에 누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다가 잠에 들었다. 외부세계와 분리된듯한 안락함을 한껏 느끼며 온전한 휴식을 취했다.
다음 날, 느지막이 눈을 뜨고 커피와 빵(베이글로 유명한 카페 fourB가 어베터플레이스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먹으며 업무를 보았다. 재택근무 기간이라 집에서 일을 하곤 했는데, 이곳에서 노트북을 펼쳐 드니 새삼 낯설고 행복했다. 좋은 공간에 머물 때마다 여실히 깨닫는 점이 있다면 공간이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스테이폴리오의 숙소 경험은 단순히 휴가로만 그치지 않는다. 아름답게 꾸며진 집, 유용한 기능을 지닌 집을 통해 '좋은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을 배워 실제 내 삶에 적용한다. 때마다 좋았던 부분들을 기록하고, 시야의 폭을 넓히는 경험은 더 나은 주거 생활을 가능케 한다. 어베터플레이스에서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의 집'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었다. 삶을 가꾸려는 시도는 결국 매일 머무는 집으로부터 시작되야할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서 나만의 안식처가 되어줄 주거 공간을 어떤 모습으로 꾸며가야 할지는 계속해서 고민해볼 일이다. 서울의 오늘을 품은 집, 어베터플레이스에서 더 나은 내일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