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l Feb 28. 2017

나, 다니엘 블레이크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삶


I am a man, not a dog, As such, I demand my rights. I demand you treat me with respect. I, Daniel Blake, am a citizen, nothing more and nothing less.


단 세 줄의 대사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돈다.

영화 한 편을 봤다기보다는 한 인간의 삶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를 본 것만 같이 자꾸만 그의 모습이, 행동이 선연히 떠오른다.


영화는 내게 묻는다. 인간이 만든 제도 그리고 원칙은 정녕 인간을 위한 것이 맞는가?

솔직히, 100분의 러닝타임 동안 답답해 미치는 줄 알았다. 섬세하고도 치열한 현실 묘사는 영화 보는 내내 탄식을 자아냈다.


I, Daniel Blake (출처 : google)

인간적 존중이 결여된 사람들 사이에서 다니엘은 '인간답게' 살아간다. 자신의 책임을 묵묵히 다 하며.

심지어 이웃의 일도 나 몰라라 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텐데, 그는 미혼모 케이티가 새로운 보금자리인 자신의 동네에 적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I, Daniel Blake (출처 : google)

어느 날 다니엘은 케이티와 그녀의 딸, 아들과 함께 식료품 보관소에 간다. 그런데 이것저것 식료품을 담던 케이티가 직원이 잠시 물건을 가지러 간 사이

눈 앞에 있던 통조림을 뭐에 홀린 듯 까먹는다.

순간 그녀의 행동이 있을 법한 전개로 흘러가던 영화에 반감을 갖게 만드는, 지나친 설정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 장면 또한 너무나도 있을 법한 이야기였다. 자신도 모르게 철저히 본능에 이끌려 행동한 케이티의 모습은 그녀가 처한 상황을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케이티를 보고 있자니 더욱 가슴 저리게 슬펐다.


I, Daniel Blake (출처 : google)

복잡한 절차와 까다로운 제도에 질려 버린 다니엘은 벽에 글씨를 씀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요구한다. 그를 말리려는 경비원에게 자신의 첫 예술활동이라는 위트 있는 말로 대응하며. 냉정함으로 점철된 사회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는 다니엘의 용기와 노력에 눈물이 났다.


I, Daniel Blake (출처 : google)

다니엘은 케이티를 돕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니엘이 케이티를 돕고, 케이티가 다니엘을 돕는다. 영화가 후반부로 흘러갈수록 그들은 '하나'가 된다. 그들이 서로를 통해 느끼는 온기가 내게도 전해진다. 팍팍한 현대사회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여주는 다니엘 그리고 케이티.


당분간 만나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이 영화 이야기를 꺼낼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웬만해서 하지 않는, 다시 보기를 할 거다.



작가의 이전글 LIFE IS GOO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