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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l Jun 25. 2017

여행 글쓰기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삶



나는 가리라, 멀리 저 멀리, 방랑자처럼

자연 속으로, 연인과 가는 것처럼 행복하게.


아르튀르 랭보 - 감각(Sensation)



나는 길 위의 글을 쓴다. 여정의 면면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한 브런치는 어느덧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이따금씩 끓어오르는 뜨거운 마음을 고스란히 언어로 옮겨 적음으로써 나를, 내 세계를 넓힌다. 박아이문博我以文이라고 하였던가. 내게 있어서 글을 남긴다는 것은 여행길을 좇는 것이기도 하지만 당시의 사색을 한층 깊게 파고들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일상의 가치와는 또 다른 의미의 여행의 가치를, 나는 깊이 사랑한다.


23년차 인생에서 여행은 '가치 있는 모든 것의 집합'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여행의 시간은 모두 합쳐서 기껏해야 한 달 남짓이다. 그런데 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내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온갖 새로움으로 둘러 싸인 세상에 나를 던져 놓으니 민낯의 내가, 꾸밈없이 진실된 내가 보이더라. 나는 오직 여행길에서 끊임없는 영감과 신선한 자극에 의해 중독적으로 글을 쓰게 된다.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모든 작가에게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작 활동을 영위하기 위해서 물질적 토대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내게 있어 '자기만의 방'은 고정된 하나의 공간이 아닌, 변화무상한 여행길 그 자체에 존재한다.


나의 다음 행선지는 유럽이다. 올해 9월부터 약 두 달간 유럽 대륙을 돌 예정이다. 대학 동기들과 전부터 소망해왔던 일인데,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휴학을 하고 가기로 했다. 네 명의 여대생이 뭉쳐 떠나는 여행은 벌써부터 소란스럽다. 첫 행선지인 파리로 가는 길에 경유하는 호찌민에서 하루 체류해, 짧게 즐기는 맛보기 베트남 여행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여행하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내가 넘어야 하는 현실의 산은 가파르고 또 가파르다. 지난 4월부터 휴학 생활의 대부분을 노동으로 보내고 있다. 사실 일상에 만족하며 현재의 휴학 라이프를 베짱이처럼 즐겨도 참 괜찮은 삶일 거다. 일정 부분은 그렇게 그려가고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겐 너무나 값진 결과로 존재하는 미래를 위해, 고단한 현재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치열한 몸부림 끝에 오는 달콤함을, 나는 안다. 여행은 나를 불러들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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