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l Jul 21. 2017

영상으로 기록하기

취미 인생



프란츠 카프카는 말했다.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꽁꽁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내게 그런 감정을 처음으로 안겨준, 아직까지도 내 안의 바다를 가장 강렬하게 깨부순 책은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이다. 서문에서부터 밑줄을 마구 긋고 싶게 만드는 문장을 발견했기 때문이었을까.


난 진정, 내 안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그것을 살아 보려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내 안에서 솟아 나오는 것을 찾아 살고 싶은 욕구. 내면에서 우러나는 대로 꾸밈없이 살고 싶은 욕구. 때, 장소 상황에 관계없이 안정되고 일관성 있는 자아를 가지고 싶은 욕구. 내가 늘 염원하고 바라는 바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자연스레 가지게 된 취미를 더없이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취미'를 검색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그리고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 어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취미'라는 단어를 오롯하게 정의하지 않았나 싶다.


일상 속에서 발견한 나의 취미는, '영상 촬영'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일상을 주 촬영 대상으로 삼아 그때그때 담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여지없이 카메라를 꺼내든다. 대부분 아이폰 카메라를 사용하지만, 때때로 dslr이나 go pro를 이용하기도 한다. 영상 촬영을 취미로 갖게 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는데, 첫 번째로 대학 방송국 생활을 한 것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나의 부서는 기자이지만 교내 방송국의 특성상 타 부서의 업무도 두루 해야 했다. 그래서 늘상 카메라를 지니고 다니며 영상을 찍고, 동시에 인터뷰를 하고, 방송국으로 돌아와서는 편집 업무까지 도맡았다. 그래서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것에 대해 친숙함을 느끼는 편이다. 두 번째로 사진보다는 영상이 당시의 현장감을 오롯이 담아내 더 큰 감흥을 주어서 좋다. 추억팔이에 좋다고 해야 하나? 영상이 하나하나 쌓일 때마다 내 생활의 일부분이 영원 해지는 느낌이 든다. 소소하게 미소 짓게 만드는 일상의 기록.


밑의 사진들은 모두 영상의 일부를 캡처한 것이다. 찍고 보니 현재는 400개 정도의 영상이 모였다. 처음엔 단순히 self-camera 형식으로 촬영한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time-lapse 기법을 활용해 제삼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조금 멀리 두어서 촬영하니 의식을 덜 하게 돼 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게 된다. 장시간의 촬영을 빨리감기 화면처럼 보여주기 때문에, 소리와 세세한 움직임의 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일명 전지적 '나영석'시점이라고 명명한 테이블 촬영은 내가 가장 애정 하는 영상 구도이다. 주변의 지인들도 영상 하나로 꽤나 즐거워해서 더 재미가 들렸다. 나중에는 어떤 촬영 기법에 도전해볼까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나의 첫 번째 취미다.



1월, SEOUL VINYL
2월, Portobello Road
2월, Columbia Road
2월, Bexhill-on-sea
5월, 전주
6월, 연희동
6월, 음레코드
7월, 스핀들마켓
7월, 식스먼스오픈
7월, 피아프
7월, 익선키친
7월, 연희동
7월, 양양
7월, 속초
7월, 속초
작가의 이전글 여행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