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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l Jan 23. 2018

런던의 맛

UNITED KINGDOM


런던의 음식, 런던의 맛은 무엇일까. 각종 요리와 빵 그리고 커피를 맛보고, 탐닉하기 위해 정보가 필요했다. 타지의 이방인에게 빛과 소금이 되어주는 존재는 구글 지도. 구글 지도는 장소의 위치와 가는 방법을 알려줄 뿐 아니라 영업시간, 연락처, 후기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매우 유용했다. 여행 중 예기치 못한 일로 내 모든 것을 잃더라도 구글 지도가 있는 핸드폰만은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트립어드바이저와 블로그 후기 또한 정보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도시의 다양한 맛의 기록.


THAI RICE


포토벨로 마켓 로드에 위치한 THAI RICE 레스토랑은 이름에서부터 짐작 가능한 태국 음식점이다. 마켓에서 파는 푸드트럭 음식들은 나의 눈과 코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지만, 겨울날의 추위를 이겨내고 서서 먹고 싶지 않았다. 즉시 구글 지도를 켜고 근처의 레스토랑이 뭐가 있나 찾아보았다. 나는 검색 결과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깝고 평점도 3.8점 정도로 무난했던 이 태국 음식점을 골랐다. 전형적인 동남아시아 레스토랑 분위기와 상반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빨간 체크무늬 식탁보 또한 마음에 들었달까. 테이블에 앉아 큰 물병에 담긴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나니 입맛이 돌면서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내가 주문한 음식은 치킨 팟타이였다. 테이블 수가 몇 개 되지 않는 아담한 레스토랑이었기 때문에 면을 볶는 소리가 들려왔다. 홍대나 이태원에서 먹어본 팟타이와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넉넉한 양에 일단 만족했고, 라임즙을 고루 뿌린 후 잘 섞어서 먹어봤다. 팟타이 특유의 향이 고스란히 스며든 면은 쫄깃하고 짭짤하니 맛있었다. 확실히 한국에서 먹어본 맛과는 달랐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면 굵기와 야채의 차이 정도? 다 먹어갈 때쯤 포만감을 느꼈고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계산할 때 동전을 모아서 내고 싶은데 종류가 워낙 많아 쉽사리 못 고르자, 친절한 종업원분께서 내 손바닥에 있던 동전을 알아서 가져가 주셨다. 가격도 7.95파운드 정도로 영국 물가를 감안한다면 괜찮은 편이다.



FLAT IRON


런던의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피카딜리 서커스 부근에 위치한 FLAT IRON은 런더너들 뿐만 아니라 이미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정평이 난 곳이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대기는 기본적으로 감안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나 역시 오후 4시라는 정말 애매한 시간에 갔는데도 20분 정도 기다렸다. 플랫 아이언은 런던에 총 4군데가 있는데 내가 갔던 Carnaby Beak St 지점은 내부 웨이팅이 불가능해 밖에서 기다리다가 번호를 남기면 문자를 보내준다고 했다. 주변에는 구경할 만한 상점이 즐비했으므로 대기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플랫아이언이 런던 맛집으로 떠오른 이유는 10파운드라는 저렴한 가격에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어서다. 이곳의 메뉴는 스테이크 단 한 가지. 여기에 사이드 메뉴와 음료, 디저트 등을 추가로 시키는 구조다.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 덕에 최고로 인기 있는 이곳에 와보다니! 우리는 감자튀김과 샐러드 그리고 점원 언니가 추천해준 소스와 음료도 함께 주문했다.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에 먼저 맛본 로즈 레모네이드는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한국으로 가져가면 대란이 예상되는 맛이었다. 맛, 색깔, 병 디자인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로즈 레모네이드. 한 입 꿀꺽하자마자 입 안에 퍼지는 상큼한 장미향이 스테이크와도 참 잘 어울렸다. 스테이크 또한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고추냉이 맛이 나는 소스에 고기를 살짝 찍어 먹으면 입안에서 그냥 녹아내렸다. 사이드로 시킨 감자튀김과 샐러드도 훌륭했다. 맛집으로 떠오른 데엔 이유가 분명 있구나. 막 배부르진 않았지만 적당한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가격은 스테이크와 사이드 메뉴, 음료를 모두 포함하니 인당 19파운드 정도로 비쌌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DAPHNE


런던에 와서 세 번째로 알게 된 한국인 친구들과 마지막 만찬을 즐기기 위해 캠든타운 근처의 좋은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트립어드바이저로 검색한 결과 Andy's Greek Taverna London이라는 그리스 레스토랑이 런던 소재 17,925개 음식점 중 5위로 상당히 높은 순위에 올라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찾아갔을 땐 이곳의 예약이 이미 다 차서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영국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레스토랑 예약 문화가 전반적으로 널리 퍼져있다더니, 사실인가 보다. 실제로 런던에서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예약을 했는지 먼저 물어보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맞은편으로 건너갔는데 DAPHNE이 있었다. 그것도 그리스 레스토랑. 모 아니면 도의 느낌으로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번엔 구글 지도로 검색해보니 4.8의 높은 평점을 받은 곳이었다. 괜찮겠다 싶어서 들어가 보니 선명한 초록색의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메뉴판을 보니 온통 낯선 이름 투성이라 웨이터분께 여쭤보고 골랐다. 나는 소고기 요리를, 오빠들은 양고기 요리를 시켰다. 음! 아주 건강하게 조리된 느낌의 요리와 샐러드가 나왔다. 푸석푸석한 밥알의 질감이 낯설었지만 고기와 함께 먹으니 든든했다. 그간 혼자 다니느라 끼니를 잘 챙겨 먹지 못했는데 '함께' 식사를 하니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기분이 들어서 더 배불렀는지도 모른다.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메뉴 설명을 친절히 해주신 웨이터분이 그리스 디저트라며 독특한 젤리를 내어주셨다. 향긋한 화장품 맛이 났다. 이름을 들었지만 기억할 수 없는 별난 이름.



VAPIANO


테이트 모던에서 전시회 관람을 마치고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찾아간 VAPIANO. 런던에만 3개의 지점이 있는데 내가 간 곳은 Southwark St. 에 위치한 곳이다. 테이트 모던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렸다. 들어서자마자 북적이는 소리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보여서 웨이팅을 해야 하나 싶었는데 자리가 마침 비어서 운 좋게 바로 앉았다. 특이했던 건 입장과 동시에 주문용 카드를 받았다. 그 카드로 내가 원하는 요리를 시키고 나갈 때 그 카드로 주문내역을 확인해 결제하는 시스템이었다. 피자, 파스타로 나뉜 구역에서 줄을 서서 주문하면 된다. 여러 명의 셰프가 돌아가면서 요리를 만드는데, 마치 제한시간이라도 정해져 있는 것처럼 매우 날쌔고 빨랐다. 파스타가 이렇게 쉽게 만들어질 수 있는 건가 싶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바피아노가 '천천히 생각하고 느리게 행동하는 것이 오래 산다'라는 뜻이라던데 너무나도 상반된 셰프들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에너지틱한 조리과정을 지켜보니 그 맛이 더욱 궁금해졌다. 면을 고르라고 하셨는데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셰프님의 추천에 맡겼다. 그는 나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윙크로 답하며 줄줄이 늘어선 면 봉지 중 한 개를 골라 집었다. 이탈리아 음식점답게 피자와 파스타의 종류가 없는 게 없었다. 우리가 주문한 루꼴라 피자와 연어 파스타, 리조또가 모두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으니 조금은 식은 상태였지만 괜찮은 맛이었다. 맛보다는 분위기를 먹은 기분이랄까?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듣기 좋아 꽤 오랜 시간 식사를 했다. 바피아노는 런던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 물론 한국에도! 점포를 보유한 세계적인 캐주얼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여행할 때마다 그 나라의 바피아노를 가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될 것 같다.  



GBK : Gourmet Burger kitchen


여행 중 수제버거를 한 번쯤은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Gourmet Burger kitchen은 의도치 않게 가게 된 곳이었다. 이날 세인트폴 대성당을 너무 늦게 방문한 탓에 다음날 다시 오라는 말을 듣고 돌아서자 오후의 일정이 텅 비어버렸다. 원래도 떠돌이 방랑자 신세지만 어딘가에 툭 버려진 기분이었다. 야속하게도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지금껏 먹은 거라곤 게스트하우스 조식과 카페모카 한잔이 전부였다는 걸 깨달으면서 일단 뭐 좀 먹어야겠다 싶었다. 세인트폴 대성당 건너편 쪽을 바라보자 눈에 가장 먼저 띈 고멧 버거 키친. '영국 수제버거'라 하면 꼭 언급되는 곳이라고 들어서 고민하지 않고 바로 길을 건넜다. 혼자 와서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게 이미 혼자 먹고 있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곳에 가서 음식을 주문할 때 실패하지 않는 나만의 방법은 메뉴 윗부분에 있는 요리를 고르거나 별도의 추천 표시가 있는 메뉴 중에 고르는 것이다. 이번에도 이름 옆에 뭔가 표시가 되어있는(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는) THE TAXIDRIVER라는 버거와 CHUNKY SKIN-ON FRIES라는 감자튀김 그리고 GINGER&LEMONGRASS FIZZ 음료를 주문했다. 수제버거에서 제일 기대하는 맛은 고기 패티의 육즙과 싱싱한 양파의 향이 퍼지는 게 아닐까 싶다. GBK의 버거 역시 그 풍성한 맛을 지니고 있었고, 감자튀김은 그간 먹어왔던 것의 한 3배는 두꺼웠다. 여기까진 완벽했는데 음료가 문제였다. 충격적으로 강렬한 민트향? 에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였다. 민트인지 생강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감기를 한방에 날려줄 것 같은 시원한 맛이었다. 먹는 순간 코가 매워진다고 해야 하나. 무튼 난생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숨을 참고 마시다가 결국엔 절반 이상 남겼다. 시간도 많겠다 여유를 즐기면서 먹었던 GBK 버거였다.      



NANDOS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프랑스인 Laury 언니는 최근에 런던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오전에 회사에 다녀오고 일이 끝나면 집을 알아보러 다니거나 쉰다고 했다. 언니는 나의 오늘 일정을 묻더니, 괜찮으면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가 간 곳이 Nandos다. 코벤트 가든에는 런던의 광장답게 수많은 레스토랑이 있었다. 그중에서 우리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지만, 정작 둘 다 한 번도 못 가봤던 난도스를 골랐다. 전 세계적으로 호불호가 거의 없는 치킨이 이곳의 주 메뉴. 다행히 언니는 나와 취향이 비슷해 맵지 않은 단계의 맛으로 No Bones Platter를 시키고, 사이드 메뉴로는 매쉬포테이토 같은 Creamy mash와 아보카도 드레싱으로 버무려진 콩 샐러드인 Supergrain을 골랐다. 담백하게 구워진 치킨과 매쉬포테이토의 조합은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언제나 옳은 치느님! 전체적인 식당의 분위기는 대형 체인 레스토랑처럼 캐주얼하고, 활기찼다. 우리도 즐겁게 대화를 하며 식사를 마쳤다.



STARBUCKS


런던의 거리 곳곳을 누빌 때마다 스타벅스는 5분에 한번 꼴로 보일 정도로 많았다.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듯 외관도 제각기 달랐다. 타워브리지 근처의 돔형 스타벅스나 리젠트 운하를 따라가다 보면 나온 성 모형의 스타벅스에 제일 가보고 싶었지만 발길 닿는 대로 다니는 여행자가 멈춰 선 곳은 사우스 켄징턴점이었다. 메뉴에는 없지만 London fog라 불리는 음료를 주문해보았다. 얼그레이 티에 바닐라 시럽과 스팀밀크를 추가하면 된다. 익숙한 듯 새로운 홍차 티 라테! 따뜻하고 달달하니 겨울날의 추위를 녹이기엔 충분했다.



FABRIQUE


일렉트릭 시네마에서 영화를 예매하고 중간에 뜨는 시간을 메우기 위해 간 FABRIQUE. 뮤지컬 대신 영화를 택한 나는 어떤 영화라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런데 마침 상영 중인 영화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2'라니. 요동치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노팅힐 포토벨로 로드에 위치한 유럽풍의 베이커리 카페에서 달콤함으로 무장한 시나몬 번을 먹으며 기다리는 것이라니! 이 자체로 내겐 선물 같은 순간이었다. 카페에 놓여있던 영국의 대표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으며 시간을 풍요롭게 보내려 했다. 하지만 들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괜히 카페의 사람들을 관찰하고, 예쁜 직원 언니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기도 했다. 결국 카페를 나서기 전까지 책의 도입부를 벗어나지 못했다.



Allpress Coffee VS Ozone coffee


일명 Flat white로 불리는 커피를 런던에서 맛보고자 고른 두 곳의 카페. 둘 다 영국 젊은이들의 성지인 쇼디치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Allpress coffee는 가는 길에서부터 개성 넘치고 멋스러운 런더너들을 볼 수 있었다. 골목길에서는 한 중국 가수가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고 있기도 했다. 올프레스 커피에 도착해 들어서니, 아담한 커피 바 앞에 놓인 자그마한 테이블은 이미 딱 한 자리를 제외하고 가득 찬 상태였다. 자부심이 넘치는 얼굴을 한 바리스타가 커피 한잔 한잔을 진지한 자세로 만들고 있었다. 최고급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는 곳답게 깊고 진한 맛의 플랫 화이트를 맛볼 수 있었다. 산미가 강한 편이지만 향이 너무 좋아서 금방 다 마셔 버렸다. Ozone coffee는 커피만 취급하는 곳이 아니라 식사까지 가능한 곳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상과 지하의 두 층 모두 자리가 동날 정도로 인기 있는 곳이었다. 그래도 나에게 내어줄 한 자리는 있었나 보다. 키친 바로 앞의 바 자리에 앉은 나는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커피를 홀짝였다. 양 옆으로는 열띤 대화를 이어가며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누구와도 말 한마디 나눌 수 없어서 외로웠던 나에게 그나마 눈 앞의 풍경이 위로가 되었다. 한 셰프는 밀려드는 주문을 해결하기 위해 바삐 요리를 하다 달걀을 떨어뜨렸다. 당황하는 그를 토닥이는 동료 셰프의 모습에서 전해지는 훈훈함을 느끼며. 내 기준 플랫화이트 승자는 올프레스 커피다! 오존 커피 또한 직접 로스터리를 하는 원두 전문점이었지만 올프레스 커피의 맛이 좀 더 깊은 인상을 주었다.



EXMOUTH COFFEE COMPANY


나에겐 최고의 카페이자 유일하게 두 번을 갔던  Exmouth coffee. 런던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숙소 근처여서 아침에 가기 편했다. 유럽식 카페에 대한 기대치를 완벽히 충족시켜준 이곳은 빵, 커피, 분위기 모두 완벽했다. 찾기 힘든 맛집처럼 골목길에 숨어있지는 않았지만 자그마한 간판 조차 없는 것은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출근길에 들른 런더너들과 함께 마주 보고 앉아 크루아상과 오렌지주스를 먹으니 잠시 동안 여행자의 기분에서 벗어나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여느 사람들처럼 나도 이곳에서 오늘은 어떻게 보낼지 생각했다. 한국에 있는 친구 희라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안부를 주고받았는데, 희라는 내가 영국에 있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조금 더 욕심을 내서 크루아상 한 개와 각종 야채로 둘러싸인 파이, 플랫화이트를 주문했다. 크루아상은 헤이스팅스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먹으려고 아껴뒀고, 자리에 앉아 파이를 먹는데 애호박과 파프리카가 잔뜩 들어가 있었다. 건강한 맛이 나서 좋았다. 플랫화이트는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양이 작아서 아쉽다. 이렇게 맛있는 커피를 10분도 안 걸려서 다 먹게 된다니. 화이트채플 갤러리 바로 옆에 있는 이곳은 정말 현지인들이 모여드는 힙한 카페임이 분명하다.   



BREWDOG과 이름 모를 술집


세계적으로 유명한 크래프트 비어 브랜드인 BREWDOG. 스코틀랜드의 본사를 두고 현재는 수제 맥주의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런던에 분포해있는 여러 지점 중 쇼디치점이 괜찮다고 해서 가봤다. 금요일 밤답게 이곳도 불금을 즐기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든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나는 혼자 마시는 술이 이렇게 맛없다는 걸 이때 처음 깨달았다. 하긴 한국에서도 혼자서 술을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아무리 여행이라고 한들 다를까 싶었다. 애석하게도 휴대폰의 배터리는 방전 직전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억지로 맥주잔을 비워낸 후 밖으로 나왔다. 다시는 혼술을 안하리라 다짐을 했지만 의미 없는 다짐이었다. 그 이후에도 몇 번 혼자서 맥주를 마시러 갔다. 반대로 이름 모를 술집에서 사람들과 함께 마신 술은 비교불가로 맛있었다. DESPERADOS라는 상큼하고 달달한 맥주는 여전히 내 인생 맥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래도 나는 술 자체의 맛보다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의 맛이 더 좋다.



MILK TRAIN


옷깃을 파고드는 겨울날의 추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을 먹은 날이 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우연히 조식을 먹다가 만난 동갑내기 친구의 엄청난 정보력으로 알게 된 곳이다. 코벤트가든에 위치한 MILK TRAIN은 아이스크림 위에 다양한 토핑을 올릴 수 있는데, 이곳의 인기 메뉴는 단연 솜사탕 아이스크림이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행복해질 것만 같은 아이스크림의 비주얼에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 같다. 가게 내부에는 자리가 없어서 하는 수없이 버스 정류장에서 먹었다. 손이 시렸지만 입 안에 퍼지는 달콤함에 어린아이처럼 웃음이 났다.  



그 밖의 간단한 식사


영국에는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아주 많다. Pret a manger, Costa, Nero, Wasabi, EAT, Wagamama, Itsu 등 수많은 음식점들이 도처에 널렸다. 한 끼에 10파운드 이내로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인지 언제 어디든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Take away를 하는 경우 훨씬 저렴해서 거주민들은 더할 나위 없이 자주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로서 마음 편히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맛은 그냥 그랬다. 배를 채우는 데 의의를 두기로. 그래도 잇수의 아보카도 연어초밥은 아주 훌륭했다. 양이 적었지만 언제라도 또 먹고 싶을 정도로 생각나는 맛이다. 아무래도 내가 경험한 런던은 온갖 종류의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곳이었다. 영국의 음식이 맛없다는 인식은 빛바랜 오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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