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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건우 Jun 17. 2018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 투자의 법칙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 투자의 법칙                

저자 영주닐슨

출판 위즈덤하우스

발매 2018.03.19.


자산관리의 여정, 목적지를 확인하자
  
 “만약 네가 어디로 가야 할 이지 모른다면, 길이 너를 그곳으로 데려다줄 거야.”어려서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봤을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환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이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다. 특히 투자 혹은 성공적인 자산관리의 여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투자를 하려면 일단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아는 것이 먼저다. 이제까지 계속 무언가를 위해 노력을 했는데, 성과는 없이 여전히 노력만 하고 있는 것 같다면 도대체 무엇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기를 권한다. 나는 자기계발 강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 말을 듣고 사람들이 인생의 목표를 다시 세우거나 굳게 다잡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투자에도 이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만은 강조하고 싶다. 전 세계의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할 때에도 이 원칙을 고수한다는 사실도 덧붙인다.
 여기까지 일고 공부하면서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재미없고 지루했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재미있고 신나는 일을 하면서 목표를 성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모든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도 자주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기업가들이 성공 스토리는 대부분 자신이 얼마나 힘든 길을 걸어왔는가를 보여준다. 성공한 발레리나, 성공한 가수, 다 마찬가지다. 이런 이야기들을 생각하면, 똑똑하고 능력 있는 것보다는 운이 좋은 것이 훨씬 나을 듯싶다. 물론 그렇게 운이 좋은 사람 역시 많지는 않다는 것을 잊지 말자. 나 역시 좋은 운을 타고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면, 좀 고통스럽지만 그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길을 따라야만 한다. 투자와 자산관리는 특히 그렇다. 투자를 하면서 계속 행운이 따르기란 하늘의 별을 딸 확률보다 훨씬 낮다.
 사람들이 스스로 성공했다고 여기고 만족할 때는 성취한 것이 자기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았을 때다. 남들이 보기에 엄청난 성공을 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스스로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자기가 목표로 한 것에 미치지 못했을 때다. 이는 금융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매 분기 주식시장에 상장이 된 기업들은 실적 발표를 한다. 그 분기에 얼마만큼의 수익을 냈는지 공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5조 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고 해보자. 엄청난 돈이다. 그렇다고 실적 발표 후 삼성전자의 주식 가격이 막 올라갈까? 꼭 그렇지는 않다. 발표가 나기 전에 예상했던 수익이 6조 원이었다면 실패다. 발표 직후 삼성전자의 주식 가격은 떨어질 것이다. 반대로 예상치가 3조 원이었다면 5조 원은 엄청난 성공이다. 실적 발표 후 삼성전자의 주식 가격은 그야말로 난리가 날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일단 목표를 낮게 잡으면 성공했다고 느낄 확률을 높일 수 있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목표를 너무 낮게 잡을 수는 없다. 투자 그리고 자산관리에서 목표를 너무 낮게 잡으면, 충분한 수익을 얻기 어렵다. 이는 투자의 문제를 떠나, 생존의 문제가 된다. 반면에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 내가 얻은 수익에 영원히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도 현명하지 않다. 목표가 너무 높으면 목표에 다다르기 전에 실망하고, 좌절감에만 빠질 것이다.

사람마다 이룩하고 싶은 자산의 규모는 다르다
 사람들마다 자산관리의 목표치가 다르다. 또한 같은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만족도가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모든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불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불안하면서 만족스럽기는 어렵다. 자산관리의 첫 단계로 불안하지 않은 상태를 생각해볼 수 있다. 기본적인 생활 유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부를 쌓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세워보자. 지금 당장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다음의 것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1. 살 수 있는 집
2. 집 유지 비용 - 냉·난방비, 전기세, 수도세 등 기본적인 비용
3. 식료품비
4. 기본 교통비
5. 의료보험
  
 물론 대한민국에서 제일 비싼 동네에 있는 고급 주택에서 1++등급 한우만 먹으면서 살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 열거한 것은 아주 기본적인 수준을 의미한다. 이제 투자와 금융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이 목표를 전부 숫자로 바꾸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를 비교적 정확하게 계산해야 한다. 이 숫자가 바로 첫 번째 단계의 목표다.
 이 숫자를 쓰고 나니 노후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무작정 불안해했던 것보다는 조금 편안해졌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두 번째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조금은 하면서 사는 단계다.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끔 내가 사고 싶은 옷을 살 수 있는 여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끔 극장에 가서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여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끔 싼 비행기 표를 구해서라도 여행을 갈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숫자 역시 비교적 정확히 그리고 현실적으로 적는다. 이 단계에서는 약간 절제하면서 적어보기를 바란다. 현재 자신이 옷을 사고 싶어 하는 욕구가 남들보다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된다면, 그 욕구의 20% 정도만 적는 식으로 말이다. 이 두 번째 단계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퇴 후에도 충분히 행복하겠다고 여기는 수준이다.
 세 번째는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사는 단계다. 이런 목표를 가진 사람 역시 이 목표를 숫자로 바꾸어 적어보기를 바란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는 단계의 예를 드는 것은 나의 상상력으로는 어려울 것 같아 설명을 피하겠다.
  
돈으로부터의 진정한 자유
 이제 설정한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상황을 두 가지 조건으로 나눠보자. 일을 하면서 수입이 있는 상황과, 은퇴 후 일을 하지 않는 상황이다. 일을 하면서 수입이 있는 상황이라면 첫 번째 관문은 당연히 현재 수입이 현재의 목표를 달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목표를 달성시킬 수 있도록 하려면 현재의 수입 중 일부분을 저축하고 투자해야 한다. 이로써 은퇴 후 일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첫 번째 단계를 충족시키고, 자신을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 현재 일을 안 해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 진정한 자유를 느낄 것이다.
 앞에서 굉장히 다른 차원의 세 단계 목표를 제시했다. 일찍 은퇴를 결정하고 실제로 30대 후반 정도에 은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경우 이들은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목표 수준을 명확하게 정하고, 이를 위하여 전부터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사람들이다. 대부분은 라이프스타일을 좀 더 심플하게 바꾸려는 노력도 한다. 무조건 안 먹고 안 쓰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행복할 수 있을지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는 의미다. 이는 투자와 자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이다.
  
무작정 욜로만 찾아서는 안 되는 이유
 한국 사람들을 보면 가끔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중년들은 노후 준비가 안 되어 있어 걱정이라고 푸념하고, 청년들은 취업이 너무 힘든 데다가 취업이 돼도 서울에 아주 작은 아파트라도 하나 장만하려면 10년 넘게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야 한다고 한탄한다. 심지어 여러 이유로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그런데 인천공항에 갈 때마다 다시는 인천공항에 가고 싶지 않을 만큼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싸다는 노르웨이의 오슬로나 스위스의 취리히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비싼 커피도 꼬박꼬박 마신다. 한국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나타난 소비 트렌드라고 한다. 이를 ‘욜로 YOLO'라는 말로 설명한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잘 알고 있겠지만 욜로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라는 뜻의 영어 문장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말이다. 욜로의 철학을 가지고 사는 사람을 욜로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욜로족은 나의 행복을 위한 소비를 한다. 다른 사람을 위한다거나 나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나의 행복이 소비를 결정하는 유일한 이유다. 그런데 앞에서 우리가 이야기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작정 욜로를 외칠 수 없다.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한 첫 번째 단계
 과거에는 안 먹고 안 쓰고 돈을 모아 어렵게나마 집을 장만하면 집값이 뛰고, 저축을 하면 이자율이 높아 저축액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러나 이제는 집 한 채 장만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집을 샀다 해도 몇몇 지역을 제외하면 부동산으로 재산을 엄청나게 불리는 일은 불가능하다. 저축을 해도 이자율이 낮으니 인플레이션을 감당하기도 버겁다. 현재를 희생해도 미래가 빛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욜로라는 소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들의 이런 소비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무조건 욜로가 된다면 지금 당장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진정한 자유를 얻기는 힘들다. 운이 엄청 좋아 중간에 로또에라도 당첨된다면 그 건 다른 이야기다. 혹시 또 운이 좋아 부동산이 엄청 오르고, 금융 소득이 엄청 많아지면 욜로를 하면서도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일단 그 부동산과 금융 소득을 가지고 있어야 오를 것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첫 시작은 역시 돈을 아끼는 일이다. 미래, 특히 노후를 위한 장기 투자의 개념으로 이야기하면, 얼마나 지속적으로 저금을 하느냐가 얼마나 많은 수익률을 내느냐보다 훨씬 중요할 수 있다.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보자.
  
매년 첫해 연봉의 1%씩만 더 저축한다면
 욜로족 A 씨는 27세다. 현재 연봉은 세후 2000만 원을 받는다. 이 2000만 원의 5%인 100만 원을 30년 동안 매년 투자한다고 가정해보자. 수익률은 4% 정도로 잡자. 연 수익률 4%는 현시점의 정기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이지만, 어느 기준으로 보나 엄청나게 높은 수익률은 아니다. 이 경우 A 씨는 30년 후 5833만 원의 저축을 갖게 될 것이다. 2016년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소득 증가율은 2%대였다. 불과 3∼4년 전에 비해도 반밖에 안 되는 증가율이다. 이제 첫해 연봉 2000만 원에서 이 낮은 평균 소득 증가율보다도 낮은 1%에 해당하는 20만 원씩을 매년 더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30년 후에 1억 9397만 원이 된다.
 이제 수익률을 좀 변화시켜보자. 수익률이 높아지면 투자액의 가치 역시 높아진다. 매년 100만 원을 30년간 다른 수익률로 투자했을 경우의 결과다. 투자 수익률이 4%일 때는 5833만 원이었던 것이, 투자 수익률이 10%로 올라가면 1억 8094만 원이 된다. 10%의 수익률로 100만 원을 투자했을 때 30년 후에 얻을 금액은 수익률이 4%이면서 20만 원씩 매년 더 투자했을 때보다 약 1300만 원 정도 적다.
 이번에는 매년 20만 원씩 더 투자를 하는 경우에서 수익률을 변화 시켜보자. 수익률이 4%였을 때 30년 후 1억 9397만 원이었던 것이 수익률이 1% 올라간 5% 라면 2억 2280만 원이 된다. 1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면 4억 7683만 원이 된다.
 이 숫자를 보고도 여전히 수익률 탓만 하는 독자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30년간 매년 20만 원씩 투자 액수를 늘린다면, 마지막 해에는 100만 원에 580만 원을 더해 총 680만 원을 저금하게 된다. 적지 않은 돈일 수 있다. 5년째를 보면 첫해보다 80만 원을 더 저금하게 된다. 주말을 빼고 계산하면 하루에 약 3000원꼴이다. 하루 3000원이 그렇게 큰돈은 아닐 것이다. 이 경우 돈의 액수와 이 돈이 오랜 기간 투자된다는 점을 볼 때, 젊은 욜로족에게 저축과 투자는 늙은 욜로족에게 보다 훨씬 타당하고 쉬운 일이다.
  
조금씩 오래 아끼는 게 훨씬 쉽다
 또 다른 관점은 이렇다. 앞에서 계산했듯이 100만 원을 10%의 수익률을 올리면서 30년간 투자한 금액은 20만 원씩 매년 투자금을 늘리면서 4%의 수익률을 올린 경우보다 적다. 투자 수익률을 30년간 4%에서 10%로 올리려면 엄청나게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큰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차라리 조금 아낄 수 있을 때 아끼는 게 훨씬 쉽고 안전한 길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할 수만 있다면 투자 포트폴리오 이외에도 수입 자체를 늘릴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일시적으로 투잡을 가진다든가, 승진을 해 연봉이 오른다든가 하는 경우다. 하면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사람들마다 조건이 다를 테니 이 경우는 빼기로 하자. 어쨌든 결론은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결국 아끼고 저축하는 노력이 없다면 버는 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더 할 수 있는 일
 이 책 전체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의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금융을 어떻게 이용해 투자를 하고, 장기간에 걸쳐 내 자산을 보호하고 관리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앞서 우리는 투자의 역사, 투자자들의 조언은 물로 투자 상품들의 특징도 자세히 알아보았다. 이제 목표를 위한 계획을 세울 차례다. 그전에 이 목표에 다가가는 일을 훨씬 쉽게 만들어줄 수 있는 별로 어렵지 않은 일들이 있다. 머리가 좋다고 해서 유리한 일은 아니지만, 게으르다면 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첫 번째는 수수료다. 욜로를 포기하면서 모은 돈을 투자하는데 목표에 한 발짝 다가가기도 전에 수수료로 날려버릴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작은 수수료의 차이가 장기 투자 시 얼마나 많은 차이를 내는지 이야기했다. 시장의 지수를 따라가는 패시브 펀드의 수수료는 수익률을 낼 것 같은 자산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펀드의 수수료보다 훨씬 싸다. 패시브 펀드나 ETF를 이용하더라도 이를 묶어 특별한 상품을 만들면, 패시브 펀드나 ETF에 따로 투자한 것보다 수수료가 높을 수 있다.
 비슷한 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는 펀드나 상품이라면, 수수료를 비교해 수수료가 적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상품의 성격이 높은 수수료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장기간의 투자를 생각하면 매년 아낀 수수료들이 내 통장에 더 쌓일 것이다. 바로 앞에서 매년 약간의 돈을 더 저축하는 것이 투자 포트 폴리오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기억한다면 수수료를 아끼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세금이다. 돈을 많이 벌어서 세금을 많이 낸다면 그건 좋은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질문을 바꿔서 앞에서 제시한 첫 번째 단계의 목표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금에 관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까지 함께한 대부분의 독자들은 나의 이런 생각에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 세금을 파하지는 마라. 하지만 세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제도를 이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금융과 투자에서 이야기하는 아비트리지(arbitage, 무위험 차익거래)다. 앞에서 계속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아비트리지는 아무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수익을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수익에 비해 위험이 아주 적은 것까지 폭넓게 아비트리지라 일컫는다. 즉 세금이란 조금만 부지런하면 아무 위험 없이 올릴 수 있는 수익이라는 말이다.
  
목표는 가능한 명확하게
 이제 앞에서 이야기한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명확한 목표를 세워보자. 다시 강조하지만, 목표가 죽었다깨도 할 수 없는 것이면 안 된다. 그리고 이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투자 수익률을 가정한다든가, 매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아낀 돈으로 저금을 한다는 계획을 세워도 안 된다. 내가 세운 목표가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가정하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자.
 이제 여기쯤 왔을 때는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나의 숫자로 나왔어야 한다. 예를 들어 ‘30년 후 은퇴를 할 즈음에 투자 포트 폴리오에 5억 원의 자산을 갖겠다’라는 식이다. 또한 이곳까지 온 독자들은 자신이 세운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어떤 제약 조건이 있을지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의 예에서는 일단 30년이라는 시간의 제약이 있었다. A 씨는 이제 막 직업을 가진 사회 초년생이다.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산은 1000만 원이고 연봉은 세후 2000만 원이다. 현재는 부모님 집에서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연봉 2000만 원중 기본 용돈으로 한 달에 70만 원 정도를 쓰고 있다. A 씨는 매해 1000만 원을 저금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 저축을 투자해 나오는 수익에 대한 세금도 내야 한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 배분
  
 목표도 세웠고 나의 제약 조건도 알아봤으니 이제 자산을 늘릴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보자. 앞 장에서 든 A 씨의 예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 마치 개인투자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사실 기관 투자자들도 굉장히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기관투자자들 역시 자산을 운용하고 관리하기 위한 투자계획과 투자 정책을 세울 때 먼저 투자의 목표를 정하고 제약 조건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런 과정 없이 남이 하는 것을 그냥 따라 할 수는 없다. 투자계획은 투자를 지속하는 오랜 기간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제 상황과 금융시장 환경을 견디고 버틸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 이에 맞게 자산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경제 상황이나 금융시장 환경이야 모든 사람이 다 같이 겪는 일이라 하더라도, 개인들마다 다른 시점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데 어떻게 남의 계획을 그대로 베낄 수 있겠는가.
 앞 장에서 우리는 30년 후에 은퇴를 위한 5억 원의 자금 마련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살면서 목적이 하나만 있을 수는 없다. 목적이 여러 개라면 그 모든 것을 다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10년 후에는 내 집을 마련하겠다든지, 20년 후에는 자녀의 대학 등록금으로 얼마가 필요하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돈이 필요한 곳은 다양하다. 그리고 나의 상황 역시 언제 어떻게든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목표를 세웠다 하더라도, 주기적으로 이 목표를 다시 평가하고 조정해야 한다. 
 목표가 여러 개인 것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는 제약 조건이다. 첫 번째 제약 조건은 시간이다. A 씨의 5억 원 모으기는 30년이라는 시간 제약 조건이 있었다. 같은 목표를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야 한다면 더 어려운 제약 조건이 될 것이다.
 A 씨의 예에서 매년 1000만 원을 30년간 저축하고 투자해 5억 원이 넘는 자금을 만들려면 30년간 연평균 4% 정도의 수익률을 내면 된다. 이 계산에 세금은 넣지 않았다. 그런데 연평균 4%의 수익률을 가정하면서 아직까지 언급하지 않은 아주 중요한 제약 조건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투자자가 위험을 얼마나 감수할 수 있는가이다. 똑같은 자산, 똑같은 직업, 똑같은 연봉, 똑같은 부양가족을 가진 투자자라도 똑같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질 수는 없다. 위험선호도의 차이 때문이다. 시장 상황이 안 좋아 손실이 좀 나더라도 참고 기다릴 수 있는 투자자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투자자가 있다. 위험선호도가 높다고 해서 좋고, 낮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다. 개개인의 삶의 목표가 다르듯 위험선호도 역시 다를 뿐이다. 하지만 이 차이는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자산관리 방법과 계획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수익률은 위험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오해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대체로 예상 수익률이 큰 상품은 예상 위험 역시 크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수익률과 위험은 항상 정비례할까.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위험선호도가 낮은 투자자는 위험선호도가 높은 투자자보다 항상 가난해야 한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전문투자자들은 이를 비대칭적 수익/위험이라고 부른다. 수익과 위험이 대칭이 아니라는 의미다. 왜 그럴까? 수익을 낼 확률이 손실을 낼 확률보다 크고, 수익을 냈을 때의 크기가 손실을 냈을 때의 크기보다 큰 경우다. 예를 들어보자. 수익을 낼 확률이 65%, 손실을 낼 확률이 35%, 그리고 수익을 냈을 때 얻을 수 있는 크기가 손실을 냈을 때의 두 배라면 이 상황은 비대칭적이다. 성공한 전문투자자들이 찾는 것이 바로 이런 기회다. 최근에 상황이 바뀌기는 했지만, 가격이 올라갈 확률이 훨씬 높았다. 인플레이션도 있었고 인구도 계속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부동산 투자가 중장기적으로 비대칭적인 수익/위험을 가질 거라고 비교적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물론 이제는 부동산 역시 예전보다는 훨씬 더 대칭적 수익/위험을 가질 것이다.
 부동산 이야기를 했지만 비대칭적 수익/위험을 갖는 자산을 찾을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다. 최근의 예를 들어보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기가 빨리 회복되면서 다른 국가들보다 먼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힌트를 주었다. 외환과 이자율의 관계를 이해하는 투자자라면,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을 놓고 볼 때 달러가 평가 절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예측했을 것이다. 이 역시 비대칭적인 수익/위험의 관계다. 1년이 지난 손실이 났을 수도 있다. 비대칭적인 수익/위험은 100% 확실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100% 확실성을 보장할 수 있다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고민하고 연구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높은 확률이 반복될 때 우리는 목표에 훨씬 더 빨리 다다를 수 있다. 수익을 낼 확률이 높은 투자를 반복하는 것이 투자의 대가들이 걸었던 성공의 길이었다. 투자의 대가 역시 낮은 확률 일지라도 실패를 피할 길은 없다.
  
투자의 큰 그림, 자산 배분
 투자를 하고 자산을 관리하는 데 이렇게까지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푸념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는 주변에서 어떤 주식이 대박을 쳤다. 브라질 펀드가 뜨고 있다. 아무개는 6개월 투자해서 두 배를 만들었다 등 마치 참전용사의 무용담 같은 이야기들을 자주 듣는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럼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투자를 하면서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과정과 계획을 간과하면 이렇게 개개의 사건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긴 시간 동안 내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의 모습이 어떤 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자산이 1억 원인데 1000만 원만 투자해 50%의 수익을 올려 1500만 원을 만들고 나머지 돈은 통장에 고이 모셔놓았다면 당신의 수익률은 50%가 아니라 5%다. 아마도 이 50%의 수익률이 나는 상품을 찾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렸을 것이다. 이런 투자자들이 하는 일반적인 과정은 이렇다. 한참을 탐색하고 고민한 끝에 이제까지 성과가 가장 좋았던 곳에 투자를 결정한다. 그리고 내가 투자를 한순간부터 좋은 성과를 내던 사이클이 끝나버리고 내리막을 걷기 시작한다. 너무나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동안 주식시장이 좋으면, 주식 펀드에 개미 투자자들의 돈이 몰리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이제 우리는 전체 자산에서 각각의 투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이 투자들이 적절한지를 판단해볼 것이다. 바로 자산관리와 투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자산 배분이다. 자산 배분은 자산관리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투자를 할 때는 작은 투자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투자와 자산운용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즉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이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자산 배분이다. 자산 배분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긴 여정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방법은 딱 세 가지다. 자산 배분, 좋은 상품 고르기, 마켓타이밍, 그렇다면 이 셋 중 수익을 올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모든 투자 전문가들은 답을 알고 있다. 이 세 가지를 하나의 투자 포트 폴리오에서 구현한다면, 거의 대부분의 수익률은 자산 배분에서 창출된다. 어떤 자산에 얼마만큼을 투자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는 의미다.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로 효율적인 투자를
 자산 배분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포트폴리오 다양화와 깊은 연관이 있지만 좀 다르다. 우선 포트폴리오 다양화 이야기를 해보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시킨다는 것은 밸런스를 찾는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 예를 들어 1990년부터 미국 S&P 500 지수에 투자를 해왔다고 하자. 그렇다면 2016년 말까지 연평균 수익률이 10.79%를 냈을 것이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 때는 36.55%의 손실을 냈다. 이 기간 동안 S&P 500지수의 변동성은 17.47%였다. 같은 돈을 미국 장기 채권에 투자했다면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수익률 6.50%에 변동성 9.11%를 감당해야 했다. 장기 채권 투자는 주식에 투자를 했을 때보다 훨씬 낮은 수익률을 얻었지만 변동성도 훨씬 적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했다고 할 수 있다. 2008년 같은 금융위기가 왔을 때 미국 장기 채권은 20.10%의 수익률을 냈다.
 계산이 빠른 독자는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주식시장이 거의 붕괴하다시피 떨어질 때 미국의 장기 채권 투자는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냈다. 60%는 주식에 40%는 채권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이 경우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수익률은 9.08%, 변동성은 10.12%가 된다. 주식시장에만 투자하는 것에 비해 연평균 수익률은 좀 줄었지만 변동성 역시 상당히 줄었다. 수익은 조금 줄이면서 위험은 확 줄인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다. 2008년 주식과 채권처럼 서로 다른 성격의 수익률을 내는 자산을 한 포트 폴리오에 섞어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아래 표를 보면 이렇게 두 자산만 가지고도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 다른 수익률과 변동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투자의 대가들은 수익에 비해 위험이 적은 비대칭적인 수익/위험 구조를 찾는다고 했다. 수익률 대비 변동성은 이러한 성격을 대변해주는 것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여러 가지 투자가 있을 때 우리는 수익률을 변동성으로 나눈 숫자를 비교한다. 투자의 종류에 따라 수익률에서 어떤 기준이 되는 수를 뺀 후, 변동성으로 나누어주기도 한다. 하여튼 결국은 얻는 것에 비해 얼마나 많은 위험을 감수했느냐를 비교하는 것이다.
 앞의 예에서는 미국의 주식과 채권 두 가지 자산만 가지고 이야기를 했다. 이제 여기에 대체 투자 등 다양한 성격을 가진 자산들, 자국의 자산이 아닌 다른 나라의 자산들을 섞으면서 더 효율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이런 과정이 바로 포트폴리오 다양화다. 섞으면 섞을수록 변동성으로 표현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위험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보라. 아무리 섞어도 우리가 속해 있는 이 지구상의 전 세계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것들은 투자자산도 다 직면하고 있다. 섞는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납득할 수 있는 수익률을 내는 한도 내에서 위험을 없앨 수 있는 데까지 없애는 것이 목표다.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자산 배분과 포트폴리오 다양화는 다르다. 어떻게 생각하면 자산 배분은 포트폴리오 다양화보다 한 단계 상위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산 배분은 자신의 자산 전체를 다른 성격을 가진 여러 자산(현금, 주식, 채권, 부동산 등)으로 나누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산 배분을 할 때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것들을 섞어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추구한다. 이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추구하기 전에 할 일이 있다. 자산을 관리하는 목적,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정도, 삶에서 내가 어떤 시점에 있는가를 고려하는 것이다.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는 격언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자산 배분은 여러 바구니에 계란을 나누어 담을 때, 어떤 바구니에 얼마나 담을까를 정하는 것이다. 이를 정하는 첫 번째 단계는 자기 자신을 반영하는 것이다. 어떤 바구니에 얼마만큼의 계란을 담느냐는 30년 후의 당신의 모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계란을 나누어 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많은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아는 사람 혹은 친구의 친구 중 한 명쯤은 엄청 잘나가고 성공하다 어느 순간 쫄딱 망했다는 소문을 듣는다. 이런 예들은 수두룩하다. 무엇을 해서 망했든 공통점은 하나에 ‘올인’했다는 것이다.
  
언제나 안전한 첫 번째 바구니 만들기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제외하면 이제 두 가지가 남았다. 얼마나 많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았는가. 우리가 이런 이야기들을 길게 하는 이유는 번 돈을 고이 보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말자.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슨 일이 생겨도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바구니를 만들어두는 것이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없어지지 않을, 계란이 깨지지 않을 바구니다. 비상금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이 바구니에 넣을 수 있는 가장 쉬운 자산은 현금이다. 현금이라고 했지만 넣어두면 일정 금액의 이자를 주는 예금 또는 선진국의 단기국채 등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바구니에 너무나 많은 자산을 넣는다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투자금이 얼마 남지 않을 것이다. 아직 일을 해 일정 수입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필요한 만큼의 돈만 남기고 나머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쓰는 것이 맞다. 꼭 필요한 만큼의 돈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은퇴를 해 고정 수입이 없는 상태라면, 더 많은 계란을 이 바구니에 담아두어야 한다.
 이 바구니를 만드는 일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긴다. 이는 월가의 프로페셔널 포트폴리오 매니저들도 첫 번째로 하는 일이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급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투자자가 갑자기 투자금을 회수할 때다.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하면 계약에 의해 일정 기간 내에 돌려주어야 하는데 이때 가지고 있는 현금이 충분하지 않다면 포트폴리오 안에 가지고 있는 자산 중 일부를 팔아 현금을 만들어 돌려주어야 한다. 자산을 급하게 팔아야 하는 경우 싸게 팔 수밖에 없다. 부동산 급매물과 비슷하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들도 이런 목적을 위해 꼭 필요한 만큼의 현금을 보유한다. 현금이라고는 했지만 단기채권 등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너무 많은 자금을 여기에 넣는다면, 그만큼 투자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잃는다. 때로 이 바구니는 수익률을 보호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개인투자라면 이 바구니에 현금이라고 볼 수 있는 예금 외에 다른 것들이 들어갈 수도 있다. 하나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앞에서 공부한 채권이다. 이 바구니에 있는 돈을 당장 쓸 확률이 상당히 낮다면 약간 긴 기간의 선진국 국채 등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다. 채권은 정해진 기간마다(다시 기억을 상기시켜본다면, 대부분의 경우 6개월) 이자를 받는다. 그리고 만기까지 가지고 있으면 정해진 채권의 액면가를 받는다. 이 액면가는 채권 만기 시 꼭 받는 금액이다. 채권 발행자가 반드시 채무를 이행할 수 있는 경우여야만 하니 이 바구니에 들어갈 채권은 채무불이행 상태가 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한 경우만 해당될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예금보다는 훨씬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보호해 줄 바구니에는 다음의 것들도 고려할 수 있다.
  
- 개인연금 : 은퇴 시 일정 수입을 보장해주는 개인연금은 이 바구니에 넣어 두면 나중에 기쁠 것이다. 하지만 중간에 해지할 경우 많은 손실을 낼 수 있고 수수료도 상당히 비싼 투자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투자 상품이 결합되지 않은 것들이 수수료가 싸다. 이 바구니에 담을 용도라면 투자 상품이 결합되지 않은 것을 권한다.
- 원금 보장형 ELS : 예를 들어보자면 7년 만기 100% 원금 보장에 S% P500 지수의 90% 참여율을 보장하는 상품 등이 될 수 있다. ELS 역시 수수료가 숨어 있기 때문에 상품의 성격을 잘 알아본 후 선택해야 한다. 원금 보장형 ELS라도 이를 발행한 금융기관이 망하면 원금 보장이 안 된다는 것도 잊지 말자.
  
 다시 강조하지만 이 바구니가 너무 크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는 정도의 수익률을 달성해야 하는데, 절대로 잃지 않기 위해서는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하고 이는 목표 달성을 지연시킬 것이다. 그렇다고 이 바구니에 거의 이자도 없는 예금만 넣을 필요도 없다.
  
주식은 첫 번째 바구니에서 빼는 편이 낫다
 장기간을 볼 때 주식은 채권보다 가격 변동이 훨씬 심하다. 채권 투자를 하면 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이자를 받는다. 주식도 배당금을 받을 수는 있지만 꼭 정해진 것은 아니다. 주식 투자는 주식을 발행한 회사가 미래에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투자자 본인이 아니다. 누가 어떻게 운영하는지도 모르는 회사의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를 하는 대가를 투자자들은 수익률로 보상받는다. 
 


 10%만 단기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90%를 다른 비율로 미국 주식과 장기 채권에 투자했을 경우 위의 표와 같다.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왔을 때 주식 투자는 단번에 몇십 퍼센트의 손실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앞의 예처럼 27년, 거의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을 놓고 보았을 때 주식 투자는 위험을 감수한 대가를 충분히 보상해왔다. 앞의 예에서 10%의 단기채권은 우리가 이야기했던 첫 번째 바구니다.
 물론 과거는 똑같이 되풀이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미래가 과거와 특별히 다를 이유 또한 없다. 앞의 그래프를 보았을 때 운이 좋거나 미래를 보는 신통한 능력이 없는 한 주식 투자, 특히 공격적인 주식 투자는 충분한 시간이 있을 때 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결과를 알면서도 주식을 피할 수 있을까? 이제 다른 바구니를 채워볼 차례다.
  
목표에 빨리 다다르기 위한 두 번째 바구니
 안전하게 갈 것들을 떼어놓았으면, 이제 목표에 좀 더 빨리 가기 위한 계획을 세울 차례다. 이제 이 바구니 안에는 우리가 앞에서 이야기한 투자 상품들을 이용해 채워 넣을 것이다. 이 바구니 안에 들어가는 것들을 첫 번째 바구니에 있는 것들보다 잘 될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각각을 놓고 볼 때는 전부 다 잃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들로 채워 넣을 것이다. 이 안에 넣을 것들은 주식, 채권, 부동산, 원자재, 외화 자산, ELS 등이다.
  
- 주식 : 큰 바구니 안에서 주식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갈 것인가도 결정해야 하지만, 주식 안에서도 여러 주식을 혼합해 다양화를 추구해야 한다.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사서 다양화를 추구하려면 상당히 많은 수의 주식을 사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럽고 어려울 수 있다. 그때 고려할 수 있는 것이 주식 펀드 중 패시브 펀드인 인덱스펀드, 액티브 뮤추얼 펀드, 지수 ETF 등이다. 비교적 장기간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인덱스펀드 또는 지수 ETF를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일단 수수료가 싸다. 다양화가 충분히 되어 있고, 잘하는 펀드 매니저를 찾느라 고심하지 않아도 된다.
- 채권 : 채권 역시 마찬가지다. 이 바구니에 들어가는 채권은 안전한 자산 바구니의 채권보다는 기대 수익률이 높은 채권을 골라도 좋다. 회사채 등도 좋은 선택이다. 채권의 경우에도 다양화를 위해 채권 펀드나 채권지수 ETF도 고려할 수 있다. 간혹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같은 이머징마켓의 채권에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아무리 국가에서 발행하는 채권이지만, 국가도 부도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런 안 좋은 상황이 일어날 때는 외한에서 역시 손실을 낼 것이 거의 분명하다.
이미 여러 번 언급을 했지만, 주식과 채권의 자산 배분은 포트폴리오 다양화의 가장 기본 형태다. 장기간을 볼 때 채권의 변동성이 적기 때문에 위험선호도가 낮은 투자자라면 채권의 비중을 높이면 된다.
- 부동산 : 아마도 예전 같았으면 부동산을 첫 번째 바구니에 담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동산 역시 손실을 볼 수 있으니 이제는 두 번째 바구니에 넣기로 하자.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자산 자체의 가격이 올라 수익을 창출해내는 경우를 상정할 수도 있지만 임대를 해 매달 임대 수익을 얻는 경우가 될 수도 있다. 리츠 역시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 원자재 : 역사적으로 금은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져 왔다. 그리고 지금도 불안한 일들이 있을 때마다 금은 피난처로 여겨진다. 1996년 300달러대였던 금 가격이 2015년에는 1000달러를 넘어섰다. 그런데 금의 수익률 변화를 본다면 금이 절대로 안전한 자산이 아니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원유는 말할 것도 없다. 원자재의 가격은 세계 경제의 사이클을 따라간다. 원자재 투자에는 많은 위험이 따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인플레이션을 따라갈 것이고 투자 포트폴리오의 다양화 측면에서 아주 약간 배분해두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제 나만의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자. 주식과 채권으로 이루어진 기본 자산 배분 포트 폴리오에 약간 더 다양한 자산을 원한다면 부동산과 원자재 자산을 넣는다. 부동산의 경우, 부동산 실물에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좀 다를 수 있지만,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안에서는 부동산과 원자재의 비중을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비율로 가지고 가는 것이 보편적이다.
 매년 어떤 자산이 많은 수익을 낼지 정확히 알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매년 하나의 자산을 찍어 투자한다면 엄청난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한다. 
  
최고의 투자 기관도 자산 배분을 한다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적당하게 자산 배분을 했다고 해서 절대로 손실을 보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2008년은 아주 좋은 예다. 자산 전부를 선진국 채권에만 투자하지 않는 한 손실을 내지 않을 방법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포트폴리오 다양화와 자산 배분을 통해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엄청난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고, 조금은 덜 들쑥날쑥한 수익률을 낼 수 있다. 
 계속 개인의 자산 배분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했지만, 오랜 기간 지속적인 성과를 내온 기관의 포트폴리오를 보아도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자산을 보전하는 동시에 자산을 증가 시키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64.6%는 주식, 32.9%는 채권, 2.5%는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또 다른 훌륭한 자산 배분의 예는 웬만한 세계 유명 헤지펀드보다 지속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예일대학의 포트폴리오다. 예일대학의 포트폴리오는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포트 폴리오에 비해 부동산, 원자재,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예일대학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0% 이상의 수익률을 내왔다.
  
자꾸 사고팔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
 두 기관의 자산 배분을 큰 자산의 카테고리에서 살펴보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같은 자산 안에서도 상당히 다른 투자들을 추구함으로써 다양성을 극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다른 종목, 다른 자산, 다른 나라에서 추구하면서 자산 배분을 한 것이다.
 이제 여기까지 읽고 자산 배분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한 것이라 보아도 좋다. 그리고 주식에 얼마, 채권에 얼마를 배분하기로 했다면 당분간 그냥 놔두도록 하자. 아예 좀 잊어버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앞서 여러 예에서 자산들의 수익률이 매번 변동하는 것을 보면 자산 배분을 통한 장기 투자자가 되는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왠지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좀 더 투자를 한다면 목표에 더 빨리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걸 팔고 저걸 사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여기서는 그 욕구를 누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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