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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배워야 산다

by 길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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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배워야 산다

저자 최일, 박경화

출판 한국경제신문사

발매 2017.01.20.



핵심 지표 제대로 읽기

경기와 물가를 보면 시장이 보입니다. 경기와 물가가 핵심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경기와 물가가 원인이고 시장은 결과입니다. 원인이 바뀌면 결과가 변합니다. 결과를 보고 당장 시장 변화를 정당화하기 위해 원인에 해당하는 자료를 찾아서 끼워 맞추기 식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핵심 지표는 핵심 지표답게, 보조 지표는 보조 지표답게 읽어야 합니다. 경기와 물가만 제대로 읽어도 충분합니다. 이번 장의 목표는 핵심 지표를 제대로 읽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정보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어떤 정보를 찾을지, 어디서 정보를 찾을지, 어떻게 정보를 통합할지 등을 사례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경제지표 읽는 법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다음은 경제신문에 실린 기사입니다. “부동산시장의 과열이 심각하다. 서울 강남 재건축의 가격이 올해 초보다 1억 원 이상 급등했다.” 이런 기사를 보면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바로 얼마짜리 부동산이 1억 원 이상 올랐는가입니다. 1억 원이 2억 원이 된 것과 100억 원이 101억 원이 된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를 계속 읽어보니 15억 원에서 16억 원으로 올랐습니다. 오른 폭은 1억 원이지만 상승률은 6%입니다.

우리가 경제지표를 볼 때 어떤 지표가 더 중요할까요? 경제 데이터를 읽는 이유를 현재를 정확히 진단하고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제 데이터에서는 비율 데이터가 중요합니다. 과거와 비교하고 미래를 예상하기 위해서는 단순 금액 데이터보다 비율 데이터가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종합주가지수가 100포인트 하락했다고 해서 폭락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일 때 100포인트(10%)와 2000포인트일 때 100포인트(5%)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른 기사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 “삼겹살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금겹살’이 되었다. 여름에는 성장이 느려 출하량이 떨어지는 데다 바캉스 및 캠핑 시즌이므로 가격이 작년 겨울 100g당 1500원에서 2000원으로 큰 폭으로 상승해 금겹살이 되었다. 작년 말 대비 30% 이상 올랐다.” 여기서는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비교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습니다. “올여름은 지난겨울에 비해 참 더워.” 이상하지 않나요? “올여름은 작년 여름보다 더운 것 같아.” 이게 맞는 표현이죠. 여름은 여름끼리, 겨울은 겨울끼리 비교해야 합니다. ‘Apple To Apple 원칙’입니다. 즉, 사과는 사과와 비교해야지 사과를 오렌지와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이 기사에서도 작년 여름의 삼겹살 가격과 올여름의 삼겹살 가격을 비교하는 방법이 더 좋습니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기업의 실적을 비교할 때, 가을이 되어 실적이 하락으로 돌아섰다. 여름이 되니 실적이 상승으로 돌아섰다고 표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비교의 기본은 ‘전년 동기 대비’입니다. 대부분의 경제지표는 ‘전년 동월 대비’를 보아야 하고, GDP나 기업 실적은 ‘전년 동분어 대비’를 활용해야 합니다.

경기와 물가 중 물가 분석 방법을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기사 중 일부입니다. “오늘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지수는 110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1.3%의 상승을 기록하였으며, 최근 6개월 내 가장 높은 물가를 기록했다. 최근 물가가 이렇게 상승한 것은 이상기후로 신선식품 및 과일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이중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가짜일까요?

금융시장은 숫자로 가득한 곳입니다. 한국은행이 제공하는 경제 환경 분석 자료인 ‘한눈에 보는 우리나라 100대 통계 지표’를 수업 시간에 보여주었습니다. 한 학생이 “토 나올 정도로 숫자가 많네요”라고 말하더군요. 숫자가 많기는 합니다. 자료를 보는 요령이 있습니다.

경제 데이터 4가지만 알자

목적에 맞게 자료를 보면 경기 자료, 물가 자료, 기타 자료로 나누어집니다. 하지만 경지 자료 중에 무엇을 봐야 하는지, 물가는 무엇을 봐야 하는지를 알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자료를 보니 백분율로 된 것도 있고, 값으로 나오는 것도 있습니다. 또 전기 대비도 있고, 전년 동월 대비도 있습니다. 이것들이 다 무엇을 뜻하는지 숫자 자료를 이해하고, 분석하고 전망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보는 경제 데이터는 시게열 자료입니다. 시계열 자료란, 시간의 변화에 따라 측정된 자료라는 뜻입니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GDP ·소비자물가지수·국제수지 등 거시경제 자료나 기업 실적 같은 미시경제 자료는 모두 시계열 자료입니다. 종합주가지수·금리·부동산 가격·환율 등도 시게열 자료에 속합니다.

모든 시계열 자료는 TCSI라는 추세(Trend)·순환(Cycle)·계절(Seasonality)·불규칙(Irregular)의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추세 변동은 장기적으로 변화하는 큰 파도를 나타냅니다. 우리나라는 10%를 넘는 고성장기에서 저성장기로 추세가 변화했습니다. 순환 변동은 상향과 하향을 교대로 되풀이하는 작은 파도입니다. 경기 변동이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것이 대표적 예입니다. 계절 변동은 계절적 요인에 따라 나타나는 패턴인데, 예를 들어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의 매출이 크게 상승합니다. 마지막으로 불규칙은 우연히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변동입니다. 요약하면 경제 데이터는 두 가지 파도 요인에 의한 변화, 한 가지의 계절 요인에 의한 변화, 마지막으로 예측이 어려운 한 가지 이유에 의한 변화가 있습니다. 진짜는 추세와 순환입니다. 가짜는 계절과 불규칙입니다. 알곡인 진짜를 찾기 위해 껍데기인 가짜를 제거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불규칙한 예측 불가능 원인에 의한 변화입니다. 말 그대로 이는 불규칙하고 랜덤 한 이유이므로 제거해야 합니다. 하지만 시게열 자료를 보면 이를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우리가 아는 방법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10타수 3안타인 선수와 100타수 30안타인 선수 중 누가 3할 선수냐고 물으면 당연히 후자라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우리가 활용하는 방법이 대량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통계적으로는 30개 이상의 데이터를 대량의 데이터라고 이야기합니다. 경기 순환 주기의 평균인 4년 정도의 월 데이터는 금융 시장 전망을 위한 최소한의 데이터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 케이스에 나온 ‘6개월 내 최고 상승률’은 진단도 아니고 전망을 위한 자료도 아닙니다.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를 통해 확률을 확실성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긴 기간과 많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다음은 계절 요인에 의한 변화입니다. 대부분의 경제 데이터는 월 자료나 분기 자료를 사용하므로 착각하기 쉬운 자료는 계절 요인 자료입니다. 조금 전 예시처럼 아이스크림 매출을 보고 해당 기업이 7월에 혹자로 돌아섰다거나 10월에 적자로 돌아섰다고 판단한다면 그 기업의 매출, 이익 등을 오해하게 됩니다. 비교 분석을 위해서는 작년 여름과 올여름, 작년 10월과 올해 10월을 비교 분석해야 합니다. 이런 이류로 계절 조정을 통해 원 통계 데이터에서 계절 변동 요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그래서 통계청이나 한국은행에서는 원 데이터와 함께 전년 동월 대비·전년 동분기 대비 자료를 함께 제공합니다. 대부분의 경제지표는 월간 지표를 활용하지만 GDP 같은 자료는 분기 자료를 사용하고, 기업 실적도 분기 자료를 활용합니다.

애널리스트 리포트에는 가끔 전년 동월 대비를 YoY(Year on Year)로, 전분기 대비를 QoQ(Quarter on Quarter)로, 전월 대비는 MoM으로 표기합니다. 우리가 보아야 하는 자료는 YoY입니다. 그래서 사례에 나온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1.4% 중 ‘진짜’는 후자입니다.

앞에 나온 기사를 다시 보겠습니다. “오늘 통계청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10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1.3%의 상승을 기록하였으며, 최근 6개월 내 가장 높은 물가를 기록했다. 최근 물가가 이렇게 상승한 것은 이상기후로 신선식품 및 과일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를 다시 분석하면, 소비자물가지수 110은 비교를 위한 숫자일 뿐이고 전월 대비 0.5%는 중요한 숫자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전년 동월 대비 1.3%입니다. 그리고 6개월이라는 기간은 충분하지 않은 결과이므로 전망에 활용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물가에서 중요한 부분은 방향이 아니라 크기입니다. 1.3% 상승은 한국은행이 정한 기준(2016~8년) 2%보다 낮으므로 저물가 상황으로 보아야 합니다. 시계열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그저 익숙하지 않을 뿐입니다.

이제까지 ‘진짜’자료를 찾아내는 방법으로 장기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년 동기 대비를 활용해서 불규칙성과 계절성을 제거하였습니다. 그럼 ‘진짜’자료인 추세와 순환은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요? 추세는 긴 파도이고 순환은 작은 파도라고 했습니다. 파도를 어떻게 전망해야 할까요? 경기가 좋다, 나쁘다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회사 매출이 늘거나 연봉이 오를 때, 그리고 주가나 금리,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도 그렇게 느낍니다. 하지만 “왜 경기가 좋아?”혹은 “앞으로도 계속 좋아질까?”라는 질문에는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매출이나 연봉 같은 부분은 주관적인 사실이고, 주식·채권·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은 등락이 거듭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전망해야 할까요?

경기를 진단하고 전망하기 위해서는 경지 지표 중 경기선행지수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름 그대로 경기선행지수는 3~6개월 후의 경기 흐름을 전망할 목적으로 만든 자료입니다. 현재 경기선행지수는 생산·소비·투자·해외 요인·금융지표 등 여러 구성 지표를 사용하여 정부와 같은 공적 기관이 작성하고 발표합니다. 이런 지표의 신뢰성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볼까요? 유사 사례로 물가 지표를 살펴보겠습니다. 왜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 지표는 체감 물가와 다를까요?

주부들은 마트만 갔다 오면 물가가 이렇게 높은데 왜 정부는 물가가 낮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삼겹살과 상추 가격이 올랐다거나 10년 만에 냉장고를 새로 샀는데 과거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등의 이야기들이죠. 착시의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삼겹살이나 상추는 전체 생계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습니다. 삼겹살이나 상추는 전체 생계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습니다. 삼겹살 가격이 올라도 가중치가 작습니다. 냉장고는 가격을 비교하는 시점에 문제가 있습니다. 또 생활 수준 상승으로 인해 소형차를 중형 차로 바꾸거나 아이가 늘어 생활비가 오르는 등의 이유도 체감 물가와 발표 물가를 다르게 느끼게 합니다.

경기선행지수 같은 종합경기지표는 정부를 비롯한 공적인 기관에서 발표합니다. 가끔 개편도 합니다. 왜 바꿀까요? 구성 항목이나 계산 방법에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도 정부는 소비 추세에 따라 구성 항목을 재산정합니다. 1970년대에는 흑백 TV가 들어갔지만 지금은 빠졌고, 삐삐나 유선전화기도 현재 지표에서 탈락했습니다. 경기 전망은 물가보다 더 복잡합니다. 데이터에 모델이 더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 환경 변화를 반영하는 데이터를 고르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거기에 구성 지표를 표준화하는 등 작성 방법도 추가로 변경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경기나 물가 같은 지표를 계산하고 발표하는 방식은 마치 내비게이션이 교통량을 고려하여 최적의 경로를 제시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정부는 지도가 바뀌면 될 수 있는 대로 이른 시일 내에 업데이트하여 오류를 줄이고자 합니다. 어찌 되었든 우리에게는 여전히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선택의 문제일 뿐이지 자료가 맞다. 틀리다를 논할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OECD가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를 분석해보겠습니다.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국외 시장도 분석할 수 있습니다. OECD가 발표한 각 나라의 경기선행지수에서 어떤 자료를 봐야 할까요? 값도 있고, 값을 통해 계산한 전월비 자료와 전년 동월비 자료도 있습니다. 이때는 값과 전월비 자료를 동시에 보는 것이 좋습니다. 경기를 날씨와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날씨는 크기인 온도가 있고, 방향인 더워진다와 추워진다가 있습니다. 봄은 회복기, 여름은 확장기, 가을은 후퇴기, 겨울은 침체기입니다. 크기인 온도가 높은 계절은 여름과 가을이고 온도가 낮은 계절은 겨울과 봄입니다. 봄·여름에는 갈수록 날씨가 더워지고 가을·겨울에는 점점 추워집니다. 봄·여름에는 갈수록 날씨가 더워지고 가을·겨울에는 점점 추워집니다. 경제지표에서 크기의 기준은 100입니다. 그리고 숫자가 커지면 봄과 여름이고, 숫자가 내려가면 가을과 겨울입니다.

만일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지난달 90이었는데 이달에 95가 되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낮은 온도가 따뜻해지니 계절로는 봄이고 경기는 회복기입니다. 만일 중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지난달 110이었는데 이달에 105가 되었다면 가을에 해당하는 후퇴기입니다. 그렇다면 경기를 고려할 때 어느 나라의 주식을 사야 할까요? 미국의 주식을 사는 것이 좋겠습니다. 경기가 좋아지는 나라는 미국이니까요. 과거로 돌아가 보면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인 2009년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섰고, 2010년 이후에는 전반적으로 미국이 중국보다 경기선행지수가 오히려 더 좋았던 점 등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OECD 홈페이지를 확인할 필요까지는 없고 OECD 대한민국 대표부(http://oecd.mofa.go.kr/korean)에서 발표하는 지표는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OECD 경기 선생 지수는 매월 10일 전후로 발표됩니다.

시계열 자료에서 가짜를 제거하고 진짜를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경제지표는 절댓값으로 제시할 뿐 상댓값인 비율 지표를 제시하지 않기도 합니다. 또 비율 지표는 제시하더라도 전년 동월비나 전월비를 제시하지 않기도 하죠. 이때는 어떻게 진단하고 전망해야 할까요?

먼저 절댓값만 제시되었다면 원 데이터를 직접 이용할 수 있습니다. 케이스를 단순화하겠습니다. 가장 최근 발표된 지표가 20x2년 1월 데이터 값은 110, 2월 데이터 값은 115입니다. 그리고 작년 이때 자료인 20x1년 1월 데이터 값은 100, 2월 데이터 값도 100입니다.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요? 20x2년 1월은 전년 동월 대비 10%, 2월은 전년 동월 대비 15% 상승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판단하면 될까요? 네, 올라가는 중입니다. 정확하게는 전년 동월비 전월비가 플러스 값을 보인다고 표현합니다. 즉, 이 지표는 상승 추세입니다. 전년 동월 대비 전월비가 플러스 값을 보이는 것은 상승 추세입니다. 그리고 이렇듯 전년 동월 대비 전월비가 플러스에서 마이너스 값으로 돌아설 때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고 하면 됩니다. 전년 동월비, 전월비를 계산하면 됩니다.

하지만 만일 전년 동월비의 전월비 자료가 들쑥날쑥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분석 데이터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면 해당 자료를 이용하여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규칙 요인이 커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 자료는 유용하지 않은 자료로 판단하고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설문 조사에 기반을 둔 지표입니다. 우리는 느낌으로 경기가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 있고 데이터가 많으면 신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경기 판단 지표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가 있고, 미시간대학교의 소비자심리지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기업경기실사지수나 소비자심리지수가 있습니다.

이런 자료의 장점은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어보고 답변을 기록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경제 구조가 바뀌어 경기종합지수가 대응이 늦어질 때 대안으로 제기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치명적 단점으로는 개인의 주관에 치우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주가가 큰 폭으로 내린 후 조사하면 대부분 경기가 나쁘다고 합니다. 영국의 브렉시트를 되돌아보면 당일은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렸으나 다음 주는 내내 올랐습니다.

그랬더니 브렉시트 발표 직후에는 경기 하락을 예상하던 사람들이 일주일 후에는 국내 경기가 오히려 좋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관성이 떨어지는 지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스마트 지수 높이기

예전에는 블룸버그의 별명이 ‘블대리’였습니다. 블룸버그 단말기의 월사용료가 금융회사의 대리 연봉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정보가 모바일 앱을 통해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고기가 아닌 고기 잡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고기는 아주 많습니다. 고기 잡는 과정에 익숙해지면 경제지표를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습니다. 낚시는 옆에서 구경하는 것보다 직접 낚는 손맛이 진짜입니다.

오랫동안 개인 투자자의 한계는 정보 접근력의 한계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정보 접근은 상당히 평당해졌습니다. 세상을 평평하게 만든 사람들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보죠.

세계 경제대통령인 FRB의 의장은 재닛 옐런입니다. 재닛 옐런 의장의 배우자는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 애컬로프입니다. 대단하죠. 그리고 그들의 아들도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정말 엄청난 전문가 집안입니다. 조지 애컬로프는 정보경제학을 만든 사람입니다. 서른 살 무렵 레몬시장 이론으로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다루었죠. 그는 중고 자동차 시장을 예로 들었습니다. 중고 자동차를 파는 사람은 정보를 갖고 있지만 사는 사람은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결국 정보 부족으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그래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재닛 옐런은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FRB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할 때 조지 애컬로프와 결혼했습니다. 두 사람이 연애할 때 대화의 주제는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정보에 관해, 금융시장 정보의 중요성에 관해, 정보의 비대칭을 해결할 방법 등을 함께 이야기하지 않았을까요? 그들의 진짜 연애사는 알 수 없지만 상상만 해도 재미있습니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할 제도적 장치는 ‘공시 제도’입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 대법관 출신인 루이스 브랜다이스가 “햇빛이 최고의 살균제”라고 말했습니다. 투명성은 경제민주주의로 가는 중요한 해결책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예전에 정보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발언합니다. 그곳에 참석한 기자들이 기사를 씁니다. 그 내용은 블룸버그나 로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후 누군가가 시간을 들여 그 내용을 우리말로 옮겨 게시하면 우리는 그제야 그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놀라운 앱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FRED(연방준비은행 경제 데이터)입니다. FRB가 제공하는 경제 데이터를 볼 수 있는 앱입니다. 루이스 브랜다이스 판사가 감동할 도구입니다. 레몬 같은 정보가 판을 치던 세상에 고급 정보가 모든 사람의 손안에 존재하다니 말입니다. 게다가 무료로 제공되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조지 애컬로프와 재닛 옐런은 얼마나 뿌듯했을까요? 정보가 쉽게 공유되는 시대, FRB 조차 그 경계를 무너뜨렸습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맞습니다. 즐기면 됩니다. 첫 단계는 FRED 앱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아 설치하는 것입니다. 설치를 마치면 안드로이드 계열에서는 By Popularity, 아이폰 계열에서는 Most Popular를 눌러보세요. 소비자물가지수·실업률·하이일드 스프레드 등 수많은 자료가 같은 포맷으로 제공됩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신문 기사나 리포트로 보던 자료를 이제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미국 FRB의 경제학자들이 누리던 자료를 우리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제가 왜 그들의 연애에서 이런 느낌을 상상했는지 짐작하겠죠? 그들의 목표는 ‘경제민주주의로 가는 길’이 아니었을까요? 그 방법으로 남편은 필요에 관한 논문을 제시했고, 아내는 이를 FRB에서 구현한 것은 아닐까요? 세상이 모바일 환경으로 바뀌었으니 FRB도 바뀌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스스로 자료를 발굴하고 결론을 내보면 오히려 믿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그 방법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자료를 발굴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블대리는 비싸고, 경제 상황은 매일같이 바뀌니 답답할 노릇이었습니다. 유일한 답은 누군가에게 정답을 들어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그것이 정답인지 알 수 없었고, 정답이라도 적시에 공급되지 않는 것은 문제였습니다. 예전에는 정보의 노예처럼 항상 “무엇을 살까요? 지금 살까요, 팔까요?” 혹은 “왜 오르죠? 대체 왜 내리죠?”라는 질문을 해야 했습니다. 드디어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강력한 무기가 생겼습니다.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사례로 알아보겠습니다. 이번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까요? 보통은 검색부터 합니다. ‘미국 금리 인상’이라고 입력하면 관련 기사가 쏟아집니다. 기사의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결론은 두 가지 의견으로 나뉩니다. A는 곧 인상된다, B는 당분간 인상은 없다고 말합니다. 언론은 인상하자고 주장하면 매파(급진적 강경파,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를 안정하자는 주장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인상을 유보하자면 비둘기파(보수적 온건파, 금리 인하를 통해 성장과 경기 부양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로 규정합니다. 달을 가리키는 재닛 옐런의 손가락만 봅니다. 매가 이길까요, 비둘기가 이길까요?

달에 해당하는 부분이 주가지수가 되기도 합니다. 주가가 하락하면 언론은 매파가 이길 것으로 보고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고 주장합니다. 주가가 내려가다 보니 인상을 주장한 A의 의견에 ‘좋아요!’가 많이 달립니다. 그래서 결론을 내립니다.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일부 있지만 아무래도 이번에는 금리가 오를 것 같습니다.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납니다. 이번에는 주가가 오르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B의 의견이 주류로 바뀝니다. B의 의견에 ‘좋아요!’가 달립니다.

금융 상품, 나눠보고 쪼개보고

사례로 FOMC의 금리 예측 방법을 다루어보겠습니다. 3장에서 금리는 단기적으로 물가 요인, 장기적으로 경기와 물가 요인이라고 이야기했죠. FRB 자료를 경기와 물가 두 가지로 구분해보겠습니다. 먼저 경기입니다. 경기가 바뀐 시기를 알아보겠습니다. 고성장·고물가 상황에서 저성장·고물가 상황으로 돌아섰던 시기입니다.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자료의 경기 부분과 물가 부분을 보겠습니다. FOMC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의 자료만 보면 해석이 어렵지만 두 자료를 비교·분석하다 보면 뉘앙스의 차이도 느낄 수 있습니다.

FOMC 자료 (2007년 10월)

경기는 이번 3/4분기에는 견고한 성장을 보였습니다.
Economic growth was solid in the third quarter.
근원 물가는 금년 들어 상승하였습니다.
Readings on core inflation have improved modestly this year.

즉, FRB는 경기도 상승하고 물가도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있었던 2007년 12월의 FOMC 자료입니다.


FOMC 자료 (2007년 12월)

부동산시장의 조정과 투자와 소비가 꺾이며,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있습니다.
Economic growth is slowing, reflecting the intensification of the housing correction and some softening in business and consumer spending.
근원 물가는 금년 들어 상승했습니다.
Core inflation have improved modestly this year.

물가에 대한 진단은 동일하지만 경기가 상승해서 하락으로 돌아섰습니다. 경기에 관련된 주어는 경제 활동입니다. FOMC는 경기 회복은 Moderate-Recover 같은 단어를 사용하고, 확장은 Expand · Solid, 후퇴는 Slow-Decline, 침체는 Deteriorate-Weaken 같은 단어를 사용하더군요. 대략 상승과 하락의 느낌을 알면 해석에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경기는 크기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합니다.

다음은 물가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왜 2016년 12월에 금리를 인상했을까요? 2016년 10월 물가와 관련된 자료입니다.


FOMC 자료 (2016년 10월)

물가는 FOMC의 목표인 2%보다 낮은 상태입니다.
Inflation has continued to run below the Committee's 2 percent longer-run objective.
시장이 판단하는 물가도 낮은 상태입니다.
Market-based measures of inflation compensation remain low.

이 자료는 12월에 다음과 같이 바뀝니다.


FOMC 자료 (2016년 12월)

물가는 금년 들어 상승하였으나 아직도 목표인 2%보다 낮은 상태입니다.
Inflation has increased since earlier this year but is still below the Committee's 2 percent longer-run objective.
시장이 판단하는 물가는 상당히 올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낮은 상태입니다.
Market-based measures of inflation compensation have moved up considerably but still are low.

FRB가 보는 인플레이션은 근원 물가입니다. 더 정확히는 근원 PCE 지수입니다. 주어가 인플레이션(정부가 측정하는 물가)과 시장이 판단하는 물가 두 가지입니다.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보는 근원 물가입니다. 연준은 왜 근원 PCE 지수를 볼까요? 물가는 물건의 가격입니다. 물가를 구성하는 요소 중 35% 가까이가 에너지 가격입니다. 원자재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구성된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변동성도 크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연준이 이달은 국제 유가가 올라서 금리를 올리고 다음 달은 국제 유가가 떨어져서 금리를 내리는 식으로 정책을 관리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물가 지수에서 공급 요인으로 변동하는 부분을 제외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농산물과 석유류는 수요는 안정적이나 공급이 불안정합니다. 근원 PCE 지수는 이 두 부분을 제외한 것입니다. 안정적인 근원 PCE 지수는 연준이 보는 물가입니다.

다음은 Martet-based inflation입니다. 시장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준은 채권 시장을 통해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을 체크합니다. 어떻게 계산할까요? 10년 물 국채 금리는 무엇으로 구성될까요? 물가에 경기를 합해서 결정됩니다. 그렇다면 10년 물 물가채 금리는 어떻게 구성될까요? 경기에 의해 결정됩니다. 물가채는 물가가 상승하는 만큼 금리가 조정되는 물가 연동 채권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국채 금리가 3%, 물가채 금리가 1% 라면, 물가가 2% 수준으로 상승하면 국채와 물가채의 수익은 같아집니다. 이 차이로 손익 분기의 인플에이션율이라고 합니다. FRED에서 두 자료를 모두 검색해보겠습니다. 물가에 해당하는 부분은 근원 PCE로 영어로는 ‘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 Excluding Food and Energy'라고 검색하면 됩니다. 2016년 초와 말에 상승했습니다. 다음은 Market Based Measure of Inflation입니다. 이 부분은 ’Breakeven Inflation Rate'라고 검색하면 됩니다. 자료에 나오는 10-year Breakeven Inflation Rate가 이에 해당합니다. 11월과 12월에 크게 상승했으나 여전히 2% 아래에 있는 것도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연준은 12월에 금리를 인상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기계처럼 물가만 보고 금리 정책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연준은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경기·물가 외 자산 시장·금융시장 상황 등도 검토합니다. 또 경기 요인도 소비·투자·수출입으로 나누어 검토하고, 물가도 시차를 두고 검토합니다. 이렇게 많은 자료를 검토함에도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물가 상황입니다.

이렇게 천천히 스스로 답을 찾아가시길 추천합니다. 최고의 방법은 FRED 앱을 항상 옆에 두는 것입니다. 오늘 신문 기사에 최근 국제 유가가 올랐다는 기사가 있으면 FRED에서 ‘Oil'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됩니다. 환율에 관한 기사가 나오면 ’Dollar'를, 돈이 안전 자산으로 간다고 하면 ‘Spread'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됩니다. 검색할 때는 키워드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보는 것입니다. 애널리스트들이 언제 어떤 상품을 어떤 지표를 통해 분석하는지를 리포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 같은 전문기관 또는 전문가 집단도 어떻게 자료를 분석하고 사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리포트 자료는 결과보다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보는지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 자료의 원 데이터를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 전문가가 되는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하루에 한 가지씩 알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어느 순간 금융시장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신문을 볼 때 FRED, 리포트 읽을 때 FRED, 궁금하면 FRED를 켜고 키워드를 검색하면서 찾아보는 것을 생활화합시다.



길건우 자산관리사(rlfrjsd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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