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인구
요즘 언론이나 학계에서는 ‘부동산과 인구’의 상관관계에 대한 보도와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구가 앞으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구조를 바꿀 것이라는 분석과 전망이 봇물을 이루는 모습입니다. 대체로 비관론에 가까운데, 세계 최저 수준 출산율 탓에 2032년부터 인구가 줄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저출산, 고령화, 생산 가능인구(15~64세) 감소,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와 인구감소 등은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악재라는 분석이죠.
하지만 악재만 있는 건 아닙니다. 부동산 시장을 지탱해 주는 호재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유념할 점은 이 같은 인구 변화에 따른 부동산 가격 변동은 1~2년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10~20년 장기적이라는 점입니다. 너무 먼 미래를 먼저 내다보고 부동산을 등한시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에요.
인구는 줄어도 가구수가 증가한다.
그렇다면 인구 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 급락을 막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 인구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2032년부터 감소하지만 가구수는 그때까지도 계속 증가합니다. 부동산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구의 총량이 아니라 가구수라고 보는 견해도 많습니다. 인구가 감소해도 가구수가 계속 늘어난다면 증가하는 가구수만큼 주택이 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인구는 감소하는데 가구수는 왜 늘어날까요? 인구 감소 속도보다 가구 분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인구 100명으로 50가구가 사는 사회에서 인구는 10명 감소했지만 가구수는 5가구 늘어나는 것과 같아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통계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2031년부터 2035년까지 인구와 가구수 추계를 살펴보면 인구는 4년 동안 12만여 명 감소하지만 전체 가구수는 41만여 가구가 증가합니다. 이때 1인 가구는 43만여 가구나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인구가 줄면서 전체 가구수도 줄어야 하지만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전체 가구수도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는 뜻이요.
700만 명에 가까운 베이비붐세대가 은퇴하면서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부동산을 처분하기 시작해도 크게 걱정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베이비붐세대의 자녀 세대인 에코세대 약 1,000만 명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죠. 1979~1992년생인 에코세대는 베이비붐세대보다 인구는 260만 명 많지만 필요로 하는 주택수는 훨씬 많을 수 있습니다.
30대 중반을 넘은 에코세대는 이미 주택 시장에서 주력 구매층이 되고 있어요. 이들은 직장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들어서는 작은 새 아파트를 선호합니다. 베이비붐세대가 중대형 아파트를 선호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죠. 딸린 가족이 없거나 1~2명밖에 안되기 때문에 큰 아파트가 필요 없는 겁니다.
인구는 줄지만 1인 가구가 늘고 에코세대가 진입하면서 부동산 시장도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역세권에 있는 작은 집들은 불티나게 팔리겠지만 그렇지 않은 집들은 소외당할 수 있어요. 오래된 아파트도 마찬가지죠. 공급이 많다고는 하지만 오피스텔이 여전히 매력적인 수익형 부동산 상품이 되는 것도 이런 인구구조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베이비붐세대가 주택을 처분하거나 혹은 주택 무관심층으로 남을 것이라는 가정과 전망도 과연 그럴 것인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비관론자들은 막연하게 베이비붐세대의 주택 처분으로 부동산 시장이 폭락할 것이라고 하지만 최근 나온 자료를 보면 이 같은 주장은 적어도 2015년까지는 틀린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감정원이 2016년 10월 펴낸 <최근 5년간 연령대별 아파트 구입자 변화>라는 보고서를 보면 전 연령층 중에서 60세 이상 고령층의 아파트 구매가 두 번째로 많이 늘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것이라는 가정은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부동산에 대한 추억, 학습효과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베이비붐세대, 고령자, 은퇴자들은 과거에 부동산 투자로 부를 축적한 경험이 있습니다. 가격이 요동을 치다가도 결국 다시 회복되는 경험을 한 세대인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나이가 들고 고정 수입을 안겨주는 일을 그만두더라도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가는 것입니다. 베이비붐세대가 버텨준다면 인구가 줄거나 고령화가 심화된다고 해도 아파트값이 폭락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와 부동산
금리는 돈을 빌려주고 받을 때 적용하는 이자율입니다. 금리가 높으면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이자를 많이 받고 반면 금리가 낮으면 돈을 빌리는 사람은 이자를 적게 내겠죠. 금리가 높을수록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유리하고 낮을수록 빌리는 사람이 유리합니다. 일본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수수료를 받는다는 뜻입니다. 은행에 돈을 맡기지 말고 투자를 하고 소비를 하라는 얘기죠.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극약처방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입니다.
개인이 돈을 한꺼번에 수억 원씩 빌리는 일은 부동산 대출을 받을 때 빼곤 거의 없습니다. 집이나 땅, 상가, 오피스텔 등 부동산은 자기자금만으로 구매하기에는 금액이 너무 크기 때문에 대부분 땅이나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이죠. 한 번에 수억 원씩 대출을 받기 때문에 당연히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기관 대출 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다라 오르고 내립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도 올라가고 내리면 대출금리도 내려갑니다. 대출이 많은 사람들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춰주면 좋겠지만 좋겠지만 은행 예금이 많은 분들은 금리가 내려갈 때마다 한숨을 내쉬게 됩니다. 경제는 언제나 이렇게 양면성이 존재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금리 내려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복안이죠. 오죽하면 마이너스 금리까지 등장할까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때 5%에서 왔다 갔다 하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금 1%대 초반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상 최저 수준이죠. 초저금리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습니다. 기준금리가 1%대에 머물다 보니 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도 2~3% 수준입니다. 역시 우리가 살면서 목격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금리가 바닥까지 덜어지다 보니 이 기회에 집을 분양받거나 사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2015년부터 시작된 사상 최대의 아파트 분양 붐은 저금리 영향이 큽니다. 분양을 받아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아도 금리가 2%대니까 4~5%대와 비교하면 이자 부담이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2016년에도 아파트 분양은 줄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역시 저금리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관건은 금리 상승의 폭과 속도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한꺼번에 0.5% 포인트 이상 올리거나, 3개월에 한 번씩 연달아 서너 번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부동산 시장은 큰 충격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한국은행에서 일하는 경제전문가들이 모를 리 없겠죠. 그렇다면 아주 천천히 소폭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부동산 경착륙을 막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16년 12월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렸습니다. 2015년 12월 0.25% 포인트 올린 후 1년 만에 다시 같은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거죠. 더욱이 연준은 2017년 세 차례 금리를 더 올리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로 꼽힙니다. 미국 금리 인상은 주택 담보대출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이자상환 부담을 가중시키고 신규 집단대출이나 담보대출을 억제시키는 효과를 나타냅니다. 2016년 2%에 머물던 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2017년 초 3%대까지 올라섰는데요.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그대로지만 금융권에서 먼저 대출 금리 인상에 나서며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에는 이보다 더 큰 악재도 없습니다. 게다가 2016년 11월 3일 정부는 청약 규제를 골자로 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고 금융당국은 잔금대출까지 거치기간을 제한하며 분할상환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어요. 가계부채를 잡겠다고 취하고 있는 정책이 미국 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면서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시키는 상황에 놓인 겁니다.
전세권 등기와 확정일자
전세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들은 늘 마음 한편에 불안감을 갖고 살아갑니다. 사업을 하던 집주인이 부도가 나면서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전세보증금(전세금)을 다 날리고 길바닥으로 쫓겨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보통 집주인의 소득이 확실한 전셋집을 구하라고들 하지만 전셋집이 부족한 상황에서 임차인들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죠. 따라서 임차인은 전세 계약을 체결한 후 자신이 낸 전세금을 지킬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불안감을 떨치고 살 수 있습니다.
황금 같은 전세금을 보호하는 두 가지 방법
내가 낸 전세금을 보호하는 방법은 크게 확정일자와 전세권 설정 등기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만 있으면 고민하지 않을 텐데 두 가지 제도가 있어서 고민이 됩니다. 하지만 임차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하나는 되고 하나는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상황에 처하면 두 가지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기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선 확정일자와 전세권 설정 요건부터 살펴볼까요? 주민센터에서 확정일자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입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계속 거주해야 확정일자 효력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확정일자는 임대인 동의 없이 임차인 혼자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계약서에 특약으로 전입신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면 특약이 우선입니다.
확정일자와 달리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임대인 동의가 필요합니다. 임대인 등기권리증권과 인감증명서, 주민등록초본이 필요해요. 임대인이 응하지 않으면 전세권 설정은 불가능합니다.
임대인 동의만 구했다면 전세권 설정은 가능합니다. 따로 전입신고와 실거주 요건이 없습니다. 전셋집으로 주민등록을 옮기지 않아도 되고 실제 거주하지 않고 제3자에게 다시 전세나 월세를 줘도 전세권 설정 등기 효력은 유지됩니다.
이렇게만 보면 전세권 설정이 확정일자보다 유리한 것 같지만 비용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확정일자 비용은 전세금 규모와 상관없이 건당 600원 정도밖에 하지 않지만 전세권 설정을 하려면 비용이 훨씬 많이 듭니다. 전세 1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법무사 수수료까지 합쳐서 보통 40~50만 원 정도 나옵니다. 게다가 전세기간 종료 후 전세권 설정을 말소하려면 별도 비용을 또 지불해야 합니다.
도 확정일자의 효력(우선변제권)은 건물은 물론 토지까지 미치지만 전세권은 건물에만 미칩니다. 이 때문에 만약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확정일자를 받아뒀다면 소송을 통해 건물과 토지 가치를 합쳐서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전세권 설정을 했다면 경매를 신청해 건물 가치만큼만 전세금 보장받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볼까요? A 씨는 전세 1억 원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 청산금이 8,000만 원(건물 가치 2,000만 원, 토지가치 6,000만 원) 나왔습니다. 이 경우 확정일자를 받아뒀다면 8,000만 원까지 보장받게 됩니다. 반면 전세권 설정을 했다면 건물 가치인 2,000만 원까지만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채권자가 없다면 남는 6,000만 원은 임차인 몫이 아니라 임대인 몫으로 돌아갑니다. 물론 아파트는 토지가치보다 건물 가치가 더 코기 때문에 이런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아요.
따라서 대지지분이 많은 단독주택은 전세권보다 확정일자가 유리합니다. 대지지분이 거의 없는 오피스텔은 전세권이나 확정일자 효력이 비슷하지만 임대인이 세금 문제 때문에 확정일자를 못 받게 하는 경우가 많아 이 경우 전세권 설정이라도 해 두는 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유용합니다.
이 대목에서 앞서 살펴봤던 소액임차보증금 최우선변제제도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최우선변제는 임차인 보호를 위해 마련된 제도로 서울은 3,400만 원이고 수도권은 2,700만 원인 곳이 대부분이지만 안산과 용인, 김포, 광주는 2,000만 원입니다. 그 밖의 지역은 1,700만 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확정일자를 받으면 최우선변제 적용을 받고 전세권 설정을 하면 적용을 못 받는 걸까요? 확정일자를 받고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입신고와 실거주 조건이 필요한데 이 조건은 최우선변제 조건과 같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확정일자를 받아뒀다면 만약 선·후순위 채권자가 많아도 가장 먼저 최우선변제금액만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전세권 등기와 확정일자, 설정비용과 변제 범위 등 꼼꼼하게 따져야
하지만 전세권 설정 등기를 했다고 반드시 최우선변제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전세권 등기는 앞서 봤듯이 전입신고와 실거주 조건(대항요건 또는 대항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죠. 즉, 전세권 설정을 하면서 전입신고 + 실거주 조건을 갖춰 대항력을 갖게 된다면 최우선변제 대상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최우선변제는 받지 못합니다.
2년 전세 계약이 끝나 재계약을 해야 하는 경우 임대인이 계약 종료일까지 별다른 말이 없다면 묵시적으로 계약 연장이 된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묵시적 계약 갱신은 확정일자를 받은 경우와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한 경우 효력이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즉 확정일자를 받고 묵시적 계약 갱신이 됐다면 기존 계약 기간만큼 계약이 연장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경우 새로운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확정일자도 새로 받을 필요가 없죠. 임대인은 뒤늦게 묵시적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전세권 설정이 된 경우에는 다릅니다. 묵시적 계약 갱신이 됐다고 해도 임대인은 계약 해지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민법 313조에 “전세권의 존속기간을 약정하지 아니한 때(묵시적 계약 갱신 때)에는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상대방에 대하여 전세권의 소멸을 통고할 수 있고 상대방이 이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6월이 경과하면 전세권은 소멸한다"라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죠.
전월세 상한제 계약 갱신청구권
최근 수년 동안 부동산 정책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 갱신청구권’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많겠지만 인터넷 검색창에 두 이슈를 검색해 보면 얼마나 많은 논란이 있었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요즘 전셋집 구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1,000가구 대단지 아파트에 전세 물건이 하나도 없는 경우도 많아요. 물건이 나오는 동시에 계약되는 상황입니다. 전셋집 구하기 전쟁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리다 보니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전셋값이 집값의 80~90%까지 오른 경우도 많아요. 어떤 곳은 집값보다 전셋값이 비싼 경우도 있습니다. 그만큼 전세 수요, 전세 선호는 강한데 공급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월세는 전세에 비해서는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월세는 전세보다 주거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웬만해선 임차인들도 선호하지 않아요. 하지만 전세를 주던 집주인이 ‘원래 1억 원 올려야 하는데 대신 월세로 30만 원을 내라’고 하면 목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는 임차인은 이 계약을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전 월셋값이 계속 오르자 야권에서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 갱신 청구권을 도입해 서민이라고 할 수 있는 임차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정부와 국토교통부는 두 제도 도입 시 부작용이 더 크게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죠. 양측 논리 모두 일리가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빈틈도 많아요.
여야의 이해 차로 현실화에 시간 걸릴 듯
우선 전월세 상한제부터 살펴볼까요? 전월세 상한제는 지금은 계약기간 중에만 연 5%까지 전세나 월세 인상이 가능한데 계약 갱신(재계약)을 하는 경우에도 5% 룰을 적용하자는 주장입니다. 전세 1억 원 아파트에 살고 있는 A 씨의 사례에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해 보면 집주인은 2년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보증금을 500만 원까지만 올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월세 상한제가 없는 지금은 재계약 시점에 집주인 마음대로 5,000만 원을 올려달라고 할 수도 있고 1억 원을 더 달라고 할 수도 있어요.
이렇게 보면 전월세 상한제는 임차인에게 아주 유리한 제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임대인 입장에서 거꾸로 본다면 아주 불리합니다. 임차인의 주거안정성 보호와 임대인의 재산권 보호가 충돌하는 셈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하는 순간 재계약이나 신규 계약을 앞둔 임대인들은 앞으로 올리지 못할 전월세금을 한꺼번에 미리 다 올려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면 임대 사업을 접고 다른 사업을 알아볼 겁니다. 이 경우 임대주택 공급은 급격히 줄어들어 전월세난은 지금보다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계약 갱신청구권도 마찬가지예요. 계약 갱신청구권이란 지금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2년인 계약기간을 대체로 1회에 한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장해 주자는 겁니다. 2년 계약 종료 시점에 임차인에게 주어지는 권리로 임대인은 정말 특별한 사정이 아니라면 이 권리를 들어줘야 합니다. 이 경우 임대차 기간은 사실상 기본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죠.
2년 계약이 끝나면 시장 시세에 맞춰 임대료를 올리고 싶은 건 임대인이라면 당연히 가지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4년을 보장하게 되면 임대인은 4년 동안 연 5%씩 임대료를 올릴 수밖에 없어요. 앞선 예에서 전세 1억 원이라면 2년 후 1억 5,000만 원에 다시 전세를 줄 수 있었던 임대인은, 계약 갱신청구권이 발동되면 2년 후 지금 임차인에게 최대 1억 1,000만 원만 받고 2년 더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따라서 계약 갱신청구권 도입 발표 즉시 임대인들은 미래에 올리지 못하는 임대료를 앞으로 당겨서 먼저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갑자기 시장에서 전 월셋값이 급등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또 4년이 지난 후 재계약 시점에서 임대인들은 그동안 못 올린 전월세를 한꺼번에 다 올릴 가능성이 짙어요. 억눌렸던 임대료가 재계약 시점에 폭발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 갱신청구권은 이렇게 장점과 단점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제도입니다. 학자들마다 의견도 다르고 여당과 야당의 주장도 팽팽하게 맞서는 제도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기 때문에 일단 가보자는 의견도 있고, 반대로 갔다가 바로 낭떠러지가 나오면 돌이킬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좋은 집 사려면 최소한 열 번은 가봐라
부동산 매매계약은 크게 준비단계와 실행(계약) 단계, 그리고 계약 후 단계 등 세 단계로 구분됩니다. 사실 계약서 작성에 들어가는 시간은 얼마 안 돼요. 대부분의 시간은 준비단계에 들어가죠. 준비단계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부동산 투자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부동산 매매를 위한 준비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입지’입니다. 집이 아무리 잘 지어졌다고 해도 교통입지, 학군 입지가 나쁘면 의미가 없다는 뜻인데요. 부동산 매매나 투자에서 입지보다 중요한 부분은 없습니다.
좋은 입지의 부동산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직접 가보지 않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습니다.
현장 방문 전에는 우선 기본적인 사항부터 확인하고 가야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우선 해당 물건이 토지나 일반적인 건축물이라면 ‘일사편리’(kras.seoul.go.kr) 사이트에서 지목, 면적, 개별공시지가,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등 기본적인 사항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땅의 용도나 건폐율, 용적률도 확인할 수 있어요.
일반적인 아파트라면 시세나 실거래가, 학군 등의 정보를 미리 알아보고 현장에 가보는 게 좋습니다. 시세나 실거래가는 한국감정원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학군은 교육청에 문의하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합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습득과 현장 확인은 필수
기본 정보를 숙지했다면 이제 현장을 직접 방문할 차례입니다. 현장 방문 때 가장 손쉽게 정보를 구할 수 있는 곳은 공인 중개업소에요. 공인중개사는 그 지역 부동산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입니다. 따라서 공인중개사를 잘 활용하는 것도 좋은 땅, 좋은 집을 사는 중요한 전략으로 꼽힙니다.
특히 공인중개사와 친분을 쌓게 되면 ‘급매물’을 잡을 수 있습니다. 급매물은 소유주의 개인 사정 때문에 급하게 처분하는 매물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옵니다. 따라서 급매물을 잘 잡으면 앉은 자리에서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다만 한 지역에서 복수의 공인 중개업소를 방문하면 오히려 불리한 경우도 발생합니다. A라는 아파트 매수를 원하는 소비자가 동일 물건에 대해 여러 곳의 공인 중개업소에 문의할 경우 사정이 급하지 않은 매도인은 매수자가 급한 것으로 알고 가격을 올리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매수 문의가 계속되면 매도인이 물건을 거둬들이는 경우도 있죠.
가장 중요한 입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한 번 방문으로 부족합니다. 적어도 10번은 가보고 사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에요. 오늘 아침에 가봤다면 내일은 점심때 가보고 모레는 저녁에 가봐야 합니다. 주 중에 가봤다면 주말에도 가봐야 해요. 여러 번 가봐야 부동산이 좋은 입지인지 아닌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입지를 평가할 때는 교통망도 잘 체크해야 합니다. 교통망이란 결국 버스 노선과 지하철 노선으로 집약됩니다. 버스 정류장이 가깝고 노선도 많은데 지하철역도 가깝다면 이보다 좋은 입지는 없어요.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한 부동산은 다른 조건이 다 나빠도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기존에 있는 교통망만 체크하는 사람은 하수예요. 앞으로 들어올 교통망까지 체크하는 사람이 진정한 고수입니다. 새로 생기는 도로, 지하철 정보는 인근 공인 중개업소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아직 계획 단계에 있는 고급 정보는 알면 좋지만 쉽게 접하기 어렵고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굳이 의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 언론이나 대외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개발 정보를 흘려 투자자를 모집하는 ‘기획부동산’의 현란한 설명에 절대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교통망까지 확인했다면 교육 입지를 살필 차례입니다. 답사 전 사전에 학군 정보에 얻었다면 현장에서는 직접 확인하는 일만 남습니다. 매수를 희망하는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어떤 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지, 어떤 학교로 등교를 많이 하는지 현장에서 직접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간혹 대단지 아파트인 경우 거주하는 동에 따라 다른 학교에 배정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잘 관찰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으로 볼 때와 현장에서 볼 때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경사도’입니다. 인터넷으로 볼 때는 평지에 있는 아파트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 가보면 단지 자체가 급경사로 된 곳이 많아요. 어떤 단지는 아파트 입구부터 맨 위에 있는 동까지 고도 차이가 아파트 5층 높이만큼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사도는 아파트 가격 상승 제한 요인이 됩니다.
현장에 갔는데 해당 물건에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어 집안 내부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세입자에게 집을 보여 달라고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세입자에게 양해와 동의를 구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입지와 가격 조건이 좋은 경우 집 상태를 자세히 살피지 않고 계약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에는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충분히 감안해야 합니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가격을 깎을 수 있는 요인이죠.
현장에 갔다면 아파트 단지가 전체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대목입니다. 똑같이 10년 된 아파트라도 관리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경우가 많아요. 따라서 단지 내 도로, 화단, 외벽, 주차장 등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리비가 대략 얼마쯤인지, 다른 단지와 비교해 많이 나오지는 않는지 등의 정보는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k-apt.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거래가를 알아야 손해 보지 않는다
공시가격, 시세, 실거래가 등 부동산은 종류별로 다양한 가격이 존재합니다. 가격이 딱 하나만 있다면 매매계약 체결 때 매도인이나 매수인 모두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될 텐데 여러 가지 가격이 존재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복잡한 만큼 꼼꼼하게 따져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게 될 거예요. 이렇게 나뉘는 경우 아무 생각 없이 계약한 사람보다 꼼꼼하게 가격을 비교해본 사람이 유리한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가격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실거래가격입니다. 다른 가격도 중요하지만 이것저것 모두 참고하다 보면 오히려 판단을 흐릴 수도 있어요. 계약 체결 전에는 실거래가만 잘 참고해도 터무니없게 손해 보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서 실거래가 확인
실거래가란 부동산이 실제로 거래된 가격을 말합니다. 공인중개사나 매도인 또는 매수인이 실제 부동산을 사고판 가격이란 뜻이죠. 실제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가격이기 때문에 비슷한 위치의 부동산을 사고팔 때 가장 유용한 비교 잣대가 됩니다.
실거래가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6년 1월 ‘부동산 실거래 신고 제도’가 도입되면서 아파트와 연립·다세대주택, 다가구·단독주택 등 주택의 매매, 전월세 실거래가부터 먼저 공개됐죠. 2015년 9월부터 아파트 분양권과 입주권, 오피스텔 매매 및 전월세 실거래도 공개되고 있습니다. 공개 범위가 대폭 확대된 것인데요. 2015년 12월부터 실거래가 공개 범위는 토지까지 확대됐습니다.
이제 남은 건 광화문, 여의도, 강남 등에 즐비한 오피스 빌딩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오피스 빌딩 실거래가도 공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요. 실거래가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사기꾼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는 실거래가는 한계가 있습니다. 바로 신고 시점 때문이죠. 현재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거래 당사자나 공인중개사는 계약 체결 후 60일 안에만 신고하면 됩니다. 따라서 신고를 늦게 하는 경우 최장 60일 전 계약한 실거래가가 뒤늦게 공개되기도 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급변하는 시기라면 아무리 실거래가라도 참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죠.
이 경우 가장 최근 실거래가를 알아보려면 공인 중개업소에 문의하는 방법뿐입니다. 공인중개사들이 공유하고 있는 매물 정보 사이트에는 정식 계약은 됐지만 아직 신고되지 않은 부동산 실거래가도 기재돼 있기 때문입니다. 공인중개사를 잘 설득하면 가장 최근 실거래가 정보를 공인 중개업소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아파트의 경우 실거래가는 동·호수별로 공개되지 않고 전용면적과 층별로 공개됩니다. 동·호수가 공개되면 누구나 뗄 수 있는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통해 매매 당사자를 확인할 수 있어 개인 정보 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면적과 층만 알아도 가격 비교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사실 아파트의 경우 층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다르기 때문인데요. 보통 저층은 가격이 낮고 고층으로 갈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고가 아파트의 경우 1층과 최고층 가격이 1억 원 이상 벌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2016년 10월 31일 5억 원에 거래된 아파트가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같은 단지의 다른 동이지만 면적과 층이 같은 매물이 11월 5일 6억 원에 나왔습니다. 시야 할까요?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무리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라고 해도 5일 만에 1억 원을 더 달라고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 매물은 아마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계약이 성사되기 어려울 겁니다. 5억 5,000만 원에 나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동산 가격 급등기라면 몰라도 5일 만에 5,000만 원은 너무 과도한 상승폭으로 보입니다. 과감하게 매수를 포기하고 다른 물건을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실거래가 정보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토지가 대표적인 경우죠. 도심에서 벗어난 토지는 거래가 빈번하지 않아 실거래가는 물론 시세도 알기 어렵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런 경우에는 공시지가를 참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토지의 경우 공시지가의 실거래가 반영비율을 50~60%라고 보기 때문에 이 정도 정보를 가지고 공인중개사와 상의해 적절한 가격을 산출할 수 있습니다.
셀프등기 전자계약으로 비용 줄이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면 소유권 이전등기를 해야 합니다. 보통 공인 중개업소에서 소개해주는 법무사에게 소정의 수수료를 지급하면 법무사 사무실에서 알아서 등기를 마친 후 등기권리증을 매수자에게 전달해 줍니다. 부동산 거래 금액에 따라 다르지만 법무사 비용은 보통 50만 원 안팎으로 나옵니다. 중개 수수료에 법무사 수수료까지 내다보면 이 돈이 너무 아까울 때가 많아요. 따라서 시간 여유가 있다면 ‘셀프등기’로 적어도 법무사 비용은 아낄 수 있습니다.
‘셀프등기’는 법무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매수인이 구청과 등기소를 차례로 방문해 직접 등기를 완료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법무사 사무실을 통하지 않고 직접 등기를 마친다고 해서 셀프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내어 발품을 팔면 거래 금액에 따라 적게는 20~3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 안팎의 수수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다소간의 발품으로 등기 등기 비용 아낄 수 있어 젊은 층에 인기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계약이 완료돼야 합니다. 계약 완료 시점은 잔금 지급 시점으로, 즉 잔금 지급이 완료된 후부터 소유권 이전등기 절차에 들어가게 되는 거죠. 사실 엄격히 따지자면 잔금 지급과 동시에 소유권 이전등기가 돼야 하지만 행정절차가 필요해 시차가 발생합니다. 이 시간차를 이용해 매도인이 다른 사람에게 또 매매를 하거나,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도 종종 발생해요. 이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등기를 마쳐야 합니다.
셀프등기를 하기 위해서는 법무사가 알아서 준비해주던 서류를 모두 직접 챙겨야 합니다. 우선 매도인에게 받아야 할 서류는 총 4가지로 등기권리증과 매도인의 인감도장이 찍힌 위임장, 부동산 매도용 인감증명서, 주민등록초본이 필요합니다. 매수인은 매매 계약서 원본과 사본, 주민등록등본, 도장만 챙기면 됩니다. 공인중개사로부터는 부동산 거래 신고 필증을 받아야 합니다. 토지대장과 건축물대장도 준비해야 하는데, 이 서류는 정부민원포털사이트(minwon.go.kr)에서 미리 발급받을 수 있고 구청 종합민원실에서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서류가 다 준비되면 먼저 구청으로 가서 취득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취득세를 신고·납부하기 위해서는 취득세 신고서와 매매 계약서 사본, 부동산 거래 신고 필증이 필요합니다. 취득세 고지서를 받으면 바로 근처에 있는 은행 창구로 가서 취득세를 납부하고 국민주택채권 매입, 수입인지를 구입합니다.
국민주택채권은 정부가 주택도시기금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입니다.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 제1종 국민주택채권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데요. 연 1%대 금리로 이자가 거의 없는 만기 5년인 채권입니다. 이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대다수 매수인들은 채권을 매입한 후 은행 창구에서 즉시 매도합니다. 등기 전 국민주택채권 매입과 매도가 동시에 일어나게 되는 거죠. 매도할 때는 2~3%의 할인율이 적용됩니다. 1,000만 원 채권을 즉시 매도하는 경우 할인율이 3% 라면 970만 원만 받게 되는 거죠. 즉, 30만 원을 국민주택채권 비용으로 납부하게 되는 겁니다. 물론 수수료와 세금이 있기 때문에 실제 부담은 30만 원보다 조금 더 많습니다. 국민주택채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주택도시기금 홈페이지(nhuf.molit.g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입 인지세는 등기부등본에 기재되는 금액에 따라 부과됩니다. 주택의 경우 1억 원 이하는 면제되면 1억 원 초과 ~ 10억 원 미만이면 15만 원이 나옵니다. 수입 인지세 역시 은행 창구에 바로 납부하면 됩니다. 최근 주택 가격을 봤을 때 대부분 15만 원 정도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구청과 은행 업무를 모두 마쳤다면 관할 등기소로 가야 합니다. 등기소에 도착하면 우선 등기수수료를 납부해야 해요. 등기소에 설치된 무인기계를 이용해 1만 5,000원을 납부하고 영수증을 챙기면 됩니다.
이제 등기소에 구비된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구비되어 있는 샘플을 보면서 작성하면 되는데요. 신청서 작성이 끝나면 빠진 서류가 없나 다시 확인해 보고 직원에게 제출하면 됩니다. 전체 서류를 다시 살펴보면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서, 취득세(등록세) 납부고지서, 국민주택채권 매입 영수증, 등기필증, 매매 계약서, 부동산 거래 계약 신고 필증,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수입인지, 등기수수료 영수증, 매도인 인감증명서, 매도인 주민등록초본, 매수인 주민등록등본 등입니다. 서류와 함께 신분증과 도장까지 제출하면 셀프등기 신청 절차는 모두 종료됩니다.
셀프등기 신청이 끝나면 직원이 접수증을 줍니다. 이 접수증 번호로 법원 인터넷등기소(iros.go.kr)에서 등기 진행 상황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약 일주일 후 신분증과 도장을 갖고 등기소에 가서 등기권리증을 찾아오거나 서류 접수 때 우편 발송을 신청해 편리하게 집에서 받아보는 것도 가능하죠. 등기권리증이 나오면 소유권 이전등기 절차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한 가지 더, 셀프등기를 하지 않더라도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 나왔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6년 8월 30일부터 서울 전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부동산 전자계약 제도’로 전자 등기가 가능해 등기수수료를 약 30% 절약할 수 있어요. 전자 계약서는 각종 서류 발급도 필요 없고 비용도 저렴해 더 많은 국민이 전자 계약서 이용에 동참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별공급의 세계
사람들은 가끔 제도를 정확히 몰라 손해를 보거나 스스로 기회를 잃는 경우가 있습니다. ‘행정관청에서 어련히 알아서 체크해 주겠지’하고 방심하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손해를 보거나 기회를 잃지 않으려면 스스로 잘 알아보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새 아파트 청약도 비슷합니다. 보통 평범한 사람들은 아파트 분양 때 나오는 ‘일반 공급’물량을 두고 다른 청약자들과 경쟁합니다. 일반공급 물량에 대한 청약에는 특별히 제한이 없어요. 1~2순위 청약통장만 갖고 있으면 됩니다. 물론 당첨은 별개 문제죠.
그런데 일반공급 전에 특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특별공급’물량이 있습니다. 특별공급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 중 무주택자들만 분양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특별한 배려 차원이다 보니 평생에 딱 한 번만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2016년 10월 강동구 고덕동에 분양한 ‘고덕그라시움’은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전체 공급물량이 2,010가구였습니다. 하지만 일반공급 물량은 1,376가구밖에 되지 않았죠. 나머지 634가구는 특별공급 물량이었습니다.
이 아파트 일반공급 물량 평균 경쟁률은 22대 1로 꽤 높았어요. 전용면적 84m² D 타입은 31대 1로 평균 경쟁률을 뛰어넘었습니다. 이 정도 경쟁률이면 당첨 시 가문의 영광이라고들 합니다. 그만큼 일반분양 경쟁에서 당첨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634가구에 이르는 특별공급은 사정이 다릅니다. 특별공급의 경우 외부에 경쟁률 등이 전혀 공개되지 않지만 보통 2대 1이나 3대 1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일반분양 경쟁률과는 정말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바꿔 말하면 특별공급 제도를 잘 활용하면 의외로 쉽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
그렇다면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국가나 공기업에서 짓는 아파트와 민간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국가유공자, 보훈대상자, 참전유공자, 3자녀 이상 세대, 신혼부부, 노부모 부양 가구, 북한이탈주민, 철거주택 소유자 및 세입자,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도청이전 신도시·혁신도시 등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종사자 등이 법에 따라 특별공급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국가 유공자나 장애인, 이전기관 종사자 등은 청약통장도 필요 없어요. 일반공급에 비하면 엄청난 혜택이죠.
따라서 경쟁률이 높은 단지에 청약하는 무주택자들은 자신이 특별공급 신청 대상이 되는지 먼저 꼼꼼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어요. 제도를 몰랐다면 수백 명을 제쳐야 하지만 제도를 잘 활용하면 신청과 동시에 당첨될 수도 있습니다.
특별공급으로 일부 세종시 공무원들 대박 터져
특별공급 제도를 가장 잘 활용한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세종시 공무원들입니다. 초기에 세종시 이주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전체 분양 물량 중 70%를 세종시 이전 공무원 특별공급 물량으로 배정했어요. 또 분양권 전매 제한도 1년밖에 하지 않았죠.
하지만 세종시 공무원에 대한 특별공급은 지나친 특혜라는 지적이 많았어요. 특히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1년밖에 안되다 보니 이주와 정착보다 투기 목적으로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는 공무원들이 많았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2013년 말까지 특별공급받은 공무원 9,900명 중 3,000여 명이 입주 전에 분양계약을 취소하거나 분양권을 전매했습니다. 손해를 보고 판 공무원들도 있겠지만 상당수 공무원들이 분양권을 팔아 수천만 원 ~ 억대의 프리미엄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기도 했죠.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는 세종시 공무원 특별공급 비율을 50%로 낮추고 전매 제한 기간도 지금은 3년으로 늘렸습니다.
앞서 특별공급은 경쟁률이 공개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경쟁률뿐만 아니에요. 특별공급 중 기관추천 물량도 상당한데 해당 기관에서 어떤 절차를 거쳐서 추천 대상을 선정하는진 전혀 공개되지 않습니다. 특별공급 제도는 투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뜻이죠. 아직 특별공급 제도 투명성 문제가 공식적으로 제기된 적은 없지만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특별공급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투성이에요.
특별공급 신청은 아파트투유를 통해서 할 수 없고 반드시 견본주택(모델하우스)에 가서 필요서류를 접수해야 신청됩니다. 이렇게 직접 방문을 원칙으로 하는 이유는 담당자가 서류를 직접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하지만 특별공급 신청에 필요한 대부분의 서류는 모두 인터넷으로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신청받은 뒤 부적격 신청자를 자동으로 걸러내고 경쟁률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굳이 현장 접수를 고집하는 이유 또한 불분명합니다.
청약 가점제와 추첨제
아파트투유를 통해 민간 건설사들이 분양하는 전용면적 85m² 이하 아파트에 청약하는 경우 주택 소유 여부와 무주택기간, 부양가족수를 입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첨자 발표를 발표할 때 금융결제원은 주택 유형별로 최저, 최고, 평균 청약 가점을 공개합니다.
예를 들어 2016년 10월 12일 당첨자를 발표한 ‘마포 한강 아이파크’를 볼까요? 이 아파트 전용면적 59m² A형 당첨자의 최저 가점은 61점이고 최고 가점은 69점입니다. 평균 가점은 64.17점으로 집계됐어요. 전용면적 84m² A형의 경우 당첨자 가점은 최저 64점, 최고 76점 평균 67.07점이었죠.
여기서 말하는 가점이란 민간분양 아파트 청약 때 1순위 안에서 경쟁이 있을 경우 당첨자를 가릴 때 사용되는 점수예요. 2007년 도입된 제도로 무주택기간, 부양가족수,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을 점수화해서 다득점자에게 당첨 기회가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가점의 만점은 84점으로 무주택기간 최고 32점, 부양가족수 최고 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최고 17점 등입니다. 한 청약자가 무주택기간이 15년이고 부양가족이 6명, 청약통장에 가입한 기간이 15년이라면 84점 만점을 받게 됩니다.
가점제가 모든 아파트에 다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가점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민간 건설사가 공급하는 전용면적 85m² 이하의 아파트예요. 그것도 100% 모두 가점제가 적용되는 게 아니라 최대 40%만 가점제로 당첨자를 뽑고 나머지 60%는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습니다. 시도지사는 가점제로 당첨자를 뽑는 비율을 40% 이하로 가져갈 수 있어요.
높은 가점을 위한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기나긴 기다림의 산물
마포 한강 아이파크 사례를 다시 살펴볼게요. 이 아파트 모집공고를 보면 전용면적 85m² 이하의 가점제 비율은 40%입니다. 전용면적 59m² A의 경우 30가구 모집에 1순위 당해 지역 청약에만 3,678명이 몰렸죠. 따라서 30가구의 40%인 12가구는 청약 가점 점수가 높은 청약자가 당첨자로 결정됩니다. 이 12명의 가점을 살펴봤더니 최저 61점 ~ 최고 69점이고 평균 64.17점으로 나왔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30가구의 60%인 18가구는 어떻게 당첨자를 뽑을까요? 간단합니다. 컴퓨터를 이용해 추첨으로 뽑아요. 가점이 인내와 노력의 산물이라면 추첨은 운입니다. 이때 추첨 경쟁률은 얼마나 되는 걸까요? 30가구 모집에 3,678명이 몰렸으니 경쟁률은 122.6대 1인데 실제로 이 경쟁률은 모든 청약자들이 모든 청약자들이 단 1점이라도 가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점제 경쟁률이라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추첨 경쟁률은 3,687명에서 가점제 당첨자 12명을 뺀 3,666명 중 18가구를 뽑는 것으로 계산해야 해요. 이렇게 계산하면 추첨 경쟁률은 203.6대 1로 치솟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노력을 해도 높은 가점을 얻기 힘들고, 가점이 모자란다고 해도 추첨 경쟁률은 가점 경쟁률보다 높아서 인기지역 아파트 당첨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높은 가점을 받기 위해서는 무주택기간이 길어야 하고 부양가족수는 많아야 하며 청약통장 가입기간도 길어야 합니다.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기다림은 산물이죠.
항목별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우선 무주택기간에서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여야 합니다. 입주자 모집공고일 현재 세대별 주민등록등본 상에 등재된 청약자를 포함한 세대원(배우자, 직계존비속) 전원이 무주택이어야 해요. 배우자 분리세대(배우자와 청약자가 주민등록이 나눠져 있는 경우) 라면 배우자나 그 배우자와 동일한 세대를 이루는 세대원도 집이 없어야 합니다. 만약 청약자 본인이나 세대원이 유주택자라면 과거에는 5~10점 감점됐지만 2015년 2월 27일부터 감점은 폐지됐어요. 그냥 0점 처리됩니다. 만 30세 미만인 미혼의 무주택자도 무주택기간 가점은 단 1점도 받지 못해요. 이 말은 무주택기간 산정 기준 나이가 만 30세라는 뜻입니다. 현재 나이가 만 45세인 무주택자의 무주택기간은 45년이 아니라 15년이 되는 겁니다.
집을 갖고 있어도 무주택자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입주자 모집공고일 현재 전용면적 60m² 이하의 주택으로서 수도권은 주택 가격이 1억 3,000만 원 이하인 주택, 수도권 외 지역은 주택 가격이 8,000만 원 이하인 주택(이하 ‘소형·저가 주택’) 1채를 청약자나 배우자가 보유하고 있다면 적어도 무주택기간에 따른 가점 계산에서는 무주택자로 취급합니다.
부양가족수는 입주자 모집 공일 현재 청약자 본인을 제외한 세대원 수를 말합니다. 배우자는 기본적으로 포함되고 세대주인 청약자와 3년 이상 동일 주민등록에 등재된 직계존속도 세대원 수에 포함됩니다. 동일 주민등록등본에 등재된 만 30세 이상 미혼 자녀도 세대원에 들어가죠. 직계비속 중 손자나 손녀는 부모가 모두 사망했고 미혼이라면 세대원에 포함됩니다.
청약통장 가입기간 점수는 아파트투유에서 입주자 모집공고일을 기준으로 자동 계산됩니다. 청약통장의 종류, 지역 이전, 금액, 가입자 명의변경 등의 경우도 최초 가입을 기준으로 가입기간을 산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용면적 85m²가 넘는 중대형 아파트는 당첨자를 어떻게 당첨자를 어떻게 뽑을까요? 중대형 아파트 당첨자는 100% 추첨으로 합니다. 중대형 아파트는 가점제를 적용하지 않아요. 다만 그린벨트 해제 면적이 50%가 넘는 수도권 공공택지지구 민간분양 아파트라면 전용면적 85m²가 넘어도 50%는 가점제로 당첨자를 뽑고 있어요.
당초 정부는 2017년부터 가점제 비율을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기로 oTtmq니다. 지금은 전용면적 85m² 이하 아파트라면 적어도 40%는 가점제로 당첨자를 뽑아야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이 비율을 80%까지 올릴 수도 있고 반면 10%로 낮출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당첨자 중 가점제 비중을 높게 가져가게 되면 투기를 막는 데 효과는 있겠지만 분양시장이 식으면서 주택 시장 전체에 찬바람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점제 비율을 최소화할 경우 무주택자들에게 불리합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6년 11월 3일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지자체 자율에 맡기기로 했던 방안을 철회했습니다.
LTV, DTI 그리고 DSR
서울에서 보통 전용면적 59m²(옛 25평)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4~5억 원이 필요합니다. 한 채에 5억 원 하는 아파트를 산다고 가정해 볼까요? 한 달에 300만 원씩 10년을 저축해도 이자까지 합쳐도 4억 원이 안되죠. 한 달에 300만 원씩 10년 동안 저축할 수 있는 가정도 많지 않습니다. 순수하게 저축으로 5억 원을 모으려면 20년은 넘게 걸릴 겁니다. 결국 서울에서 5억 원 아파트를 한 채 사려면 은행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이때 은행원은 LTV와 DTI에 따라 대출한도를 산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돈을 빌려줍니다.
LTV와 DTI를 통해 적극적으로 가계부채 관리
LTV는 영어로 'Loan To Value ratio'라고 쓰고 우리 말로는 담보 인정 비율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담보란 은행에 맡기는 물건 즉 부동산을 의미하죠. 아파트나 상가, 오피스텔, 토지 모두 담보가 될 수 있습니다.
은행은 담보가치를 100%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즉 아파트값이 5억 원이라고 5억 원 전부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뜻이죠. 인정해 준다는 의미는 한도를 부여한다는 뜻과 같아요. 아파트값이 5억 원이라고 5억 원까지 한도를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은행에서는 보통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취급할 때 LTV 70%를 적용합니다. 5억 원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 제공할 경우 1차적으로 3억 5,000만 원 한도가 나옵니다. 여기서 서울은 3,200만 원, 수도권은 2,700만 원, 광역시 2,000만 원, 기타 지역 1,500만 원씩 공제를 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최우선변제 소액임차보증금입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취급할 때 세입자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지만 미처 모른 상태에서 대출이 나간 후 집이 경매에 넘어가게 되면 최소한의 세입자 보호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3억 5,000만 원에서 3,200만 원을 뺀 3억 1,800만 원 한도가 우선 산출됩니다. 방 공제의 경우 아파트는 무조건 1개만 한도에서 차감하지만 다세대나 연립주택은 방 개수만큼 모두 공제해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듭니다.
DTI는 Debt To Income ratio의 약자로 총부채상환비율입니다. 연간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금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최종 대출 한도 산정 기준이 됩니다. 연봉이 엄청나게 많으면 분모가 크기 때문에 같은 대출을 받아도 비율이 낮게 나옵니다. 이 말은 연봉이 많을수록 대출한도가 올라간다는 뜻이죠.
또 대출기간도 중요합니다. 요즘 은행에서는 분할상환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는데 분할상환 대출의 경우 대출기간이 길수록 해마다 갚아야 하는 원리금 부담이 줄고 분자가 작아집니다. 분자가 작아지면 자연스레 같은 대출을 받아도 비율이 낮아지죠. 즉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앞의 사례에서 이 사람이 연봉 5,000만 원이고 다른 대출이 없는 상태에서 3억 원의 대출을 기간 30년, 금리 3%, 원리금 균등분할 조근으로 신청할 경우 연간 납부해야 할 원리금은 1,517만 원이기 때문에 DTI는 30%밖에 되지 않아요. 그런데 기간을 10년으로 줄이면 DTI는 69%로 치솟게 됩니다. 이 경우 DTI 한도 초과에 걸려서 3억 원 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도를 줄이거나 대출기간을 늘려야 합니다. 연봉을 갑자기 올리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사실 은행이 주택 담보대출을 해주면서 LTV만 신경 써도 큰 문제는 없어요. 집주인이 대출을 못 갚아 경매에 넘긴다고 해도 이론적으로 시세의 80~90%에 매각할 경우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회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은행은 담보대출받는 사람의 소득까지 고려해서 대출 한도를 부여할까요? 우선은 급격한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한 포석이라고 봐야 합니다. LTV로만 묶으면 소득이 없거나 낮아도 집값의 70%까지 대출을 받지만 DTI 잣대를 들이대면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대출을 많이 받기 어렵겠죠. 가계부채 총량 증가 억제 효과를 기대하는 겁니다.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도 볼 수 있어요. 차주가 소득이 충분하면 대출을 많이 받아도 매달 원리금을 꼬박꼬박 잘 갚겠죠. 반대로 소득이 별로 없으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연체가 누적되고 부실대출로 전락하게 되면 은행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경기마저 나빠져 담보로 잡았던 집을 경매에 넘겨도 70%는커녕 50~60%밖에 못 받게 되면 은행은 손실을 입게 되겠죠.
요즘 뉴스를 보면 DSR이라는 용어도 등장합니다. 영어로는 'Detb Service Ratio'라고 쓰고 우리 말로는 총체적 부채 상환능력이라고 부릅니다. 최근에 등장한 개념이라 낯설기만 한데 사실 개념은 간단합니다.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부실대출을 막기 위해서 차주의 대출금 상환능력을 DTI보다 더 꼼꼼하게 보겠다는 겁니다.
즉 DTI는 기존에 대출이 있을 경우 그 대출의 연간 이자상환액과 새로 받는 담보대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눠서 계산했다면, DSR은 기존 대출도 이자상환액이 아니라 원리금 상환액으로 반영합니다. 앞선 예에서 기존에 이 차주가 1억 원 신용대출(금리 연 3%)이 있다고 가정해 볼까요? 원래 DTI로 계산할 때 분자는 1,517만 원 + 158만 원(기존대출 연간 이자)을 합쳐 1,675만 원이 됩니다. 연봉이 5,000만 원이니까 DTI는 33.5%로 한도 여유가 충분합니다.
반면 DSR로 계산하면 분자는 1,517만 원 + 1,158만 원(기존대출 연간 원리금)을 합쳐 2,675만 원이 됩니다. 이 경우 DTI는 53.5%로 겨우 60% 한도를 넘기지 않았습니다. 기존 대출이 조금만 더 많았더라도 새로 받는 대출 DTI가 60%를 넘어 원하는 만큼 대출을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죠.
길건우 자산관리사(rlfrjsd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