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판에서 시작된 화폐의 역사
대영박물관은 세계 최초의 박물관이다. 소장품 수가 무려 600만 점이 넘고, 각 소장품은 모두 역사를 담고 있다. 그중 한 분관에 있는 소장품들은 세계 각지에서 여러 시기 걸쳐 모아놓은 것이다. 이 소장품은 모양도, 색깔도 고르지 않지만 ‘화폐’라는 공통적인 명칭이 있다. 대영박물관의 기록에 의하면 처음 화폐의 역사를 연 것은 수수께끼 같은 문자가 새겨진 진흙 판이었고, 이 진흙 판은 5000여 년 전의 바빌로니아 왕조에서 왔다.
메소포타미아 평원
기원전 3200년,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이 흐르는 메소포타미아 평원은 천연으로 땅이 비옥했다. 당시 수메르인 5,000여 명은 이곳에 정착해 인류 최초의 도시를 건설했다. 같은 시기에 지구 위의 다른 지역들은 여전히 기아에 허덕였지만, 땅이 비옥한 이곳은 풍요로웠다. 뒤이어 최초의 사회 분업이 시작되고 거래 시장도 등장했다. 쐐기문자 진흙 판에 기록된 것은 당시의 거래 내용이다.
“ 전시된 것은 식물이 절반쯤 섞인 자그마한 사각형의 진흙 판이에요. 이 중 가장 오래된 것은 기원전 2400년에 만들어졌죠. 이 진흙 판은 인류 최초의 무역 계약서예요.”
쐐기문자 진흙 판은 5000여 년 전에 수메르인이 시도한 최초의 거래 기록이자 인류 최초의 문자 기록이다. 인류 최초의 기록은 시와 철학이 아니라 장사에 관한 것이었다. 지금의 계약서에 해당하는 진흙 판에는 매매 당사자들과 거래 물품이 명시되어 있다. 역사학자들은 이 진흙 판에 기록된 것이 인류 최초의 문자라고 감정했고, 법학자들은 인류 최초의 계약서라 인정했으며, 경제학자들은 이 계약서를 인류 최초의 화폐 모형이라고 판단했다.
“화폐는 모두가 인정하는 교환의 매개체이고, 이 매개체가 있으면 거래 원가를 낮출 수 있어요. 사람들이 말하는 화폐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가치의 척도 또는 계정 단위, 교환의 매개체, 그리고 가치 저장이죠.”
수메르인이 상업 문명을 꽃피운 뒤 연이어 다른 민족의 상업 문명도 탄생하면서 민족마다 고유의 화폐를 갖기 시작했다. 기원전 3000년에는 쐐기문자 진흙 판이 바빌로니아 문명에서 흥성했고, 500년 뒤에는 데벤이라는 금속화폐가 이집트 문명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1000년 뒤에는 갠지스 강 유역에서 스키타이의 금화가 눈부신 인도 문명의 증거가 되었고, 1500년 뒤에는 황허 강 유역에서 중국 문명이 탄생했다. 2000년 뒤에는 지중해 해안에서 그리스 문명이 탄생했고, 아테네의 사자 얼굴이 새겨진 주화는 연안에서 통용되는 화폐가 되었다.
참고 자료
‘화폐 경제 1’, 중국 CCTV 다큐멘터리 <화폐>제작팀, 가나출판사, 2014
길건우 자산관리사(rlfrjsd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