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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건우 Apr 07. 2018

황금의 나라

황금의 나라
  
황금의 발견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가 되었다. 지난 120년 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전 세계에서 황금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수출한 국가이다. 그래서 ‘황금의 나라’라고도 불린다.
  
전문가가 그린 금광 지도에는 지하 갱도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신비한 숫자와 부호들에는 대자연이 준 부와 한 국가의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묻혀 있다. 1만여 년 전에 자연에서 눈부시게 빛을 반사하는 황금을 발견한 이후 황금을 찾는 것은 인류의 영원한 갈망이 되었다.
  
황금은 고대 로마의 ‘새벽의 여신’ 아루로라(Aurora)에서 유래되었고, 고대 인디언들에게는 태양신의 땀이자 권세와 영예의 상징이었다. 고대 이집트에는 태양과 눈을 상징해서 황금이 없으면 인류가 생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민족이 부유하건 가난하건 약속이라도 한 듯이 황금을 숭배와 그리움의 대상으로 삼았다. 
 

구에르치노 '오로라', 1621

귀도레니 '오로라', 1612

   
두 작품 모두 새벽의 여신 오로라를 그린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 걸작이다. 오로라는 청동빛 갈색으로 음영진 머리 타래를 하고 태양신 전차를 몰고 있다. 아직도 한밤의 서늘한 기운이 남아있는 여명의 구름을 뚫고 활기찬 모습으로 빛나게 도약하고 있다. 태양신의 전차는 격조 높은 건축적 구조와 어우러지는 가운데 관람자로 하여금 높은 곳을 우러러보게 함으로써 숭고와 격앙된 감정을 이끌어낸다. 
  
황금은 줄곧 약속, 가치, 신뢰의 상징이었다. 인류는 귀금속인 황금을 세계를 잇는 연결고리로 삼았다.
  
그런데 이런 모든 수사를 지웠을 때 황금은 본질적으로 어떤 물질일까? 황금은 빛나는 황색을 띤 금속이고 좋은 광택을 지녔다. 같은 크기의 은보다 약 두 배 정도 더 무거울 정도로 밀도가 높다. 화학적인 성질도 매우 안정적이고, 자연에서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재질이 매우 유연하고 가소성이 뛰어나서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형태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을 싣고 가던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황금도 같이 가라앉았다고 하자. 황금은 300년 뒤에 건져 올려도 여전히 변함없이 금빛을 반짝인다. 다른 금속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래서 황금이 오래 사랑받는 것이다.
  
황금의 변하지 않는 속성은 사람들이 꿈에 그리던 부의 속성에 부합했다. 하지만 황금으로 장식물을 만들어도 황금에 대한 인류의 갈망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황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고, 기원전 6세기에 황금으로 만든 최초의 금화가 등장했다.
  
최초의 금화는 리디아 왕국에서 탄생했다. 지금의 터키가 있는 지역에 위치했던 리디아 왕국은 동서양 문명이 교차하던 곳으로, 동쪽에는 4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인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이 흐르고, 서쪽에는 해상무역이 발달한 고대 그리스가 있었다. 무역의 발달은 화폐 주조기술에 대한 탐색을 재촉했다.
  
현재 리디아 왕국의 금화 1개가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이 금화는 크기와 무게에 통일된 규격도 없고 액면가 표시도 없다. 비록 완성도는 조잡한 수준이지만 리디아 왕국의 금화는 화폐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금화의 출현으로 황금의 운명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금화, 리디아 금화

   
인류 역사에서 조개껍데기와 깃털, 동, 철도 화폐로 쓰였다. 하지만 종족, 지역, 문화와 관계없이 심지어 각 문명이 서로 교류하지 않았을 때도 사람들은 황금을 화폐로 선택했다. 마치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황금을 화폐로 선택한 것은 조물주의 뜻이었을까? 마르크스가 말한 것처럼 금과 은은 원래 화폐가 아니지만, 화폐는 원래부터 금과 은이었다.
  
미국, 아프리카, 극동 지역 등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전통적으로 금과 은으로 동전을 만들었다. 금과 은은 가치가 높은 귀금속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치가 높은 물건을 찾아 유통하기 마련인데, 금과 은은 가치가 높고 휴대가 편리하며 수량이 적고 성질이 안정적이라서 안성맞춤이었다.
  
금화는 14세기 유럽에서 보편적으로 쓰였고, 사람들의 손에서 교환할 수 있을 정도로 주조기술도 많이 정밀해졌다. 하지만 금화에 대한 수요는 부지불식간에 인류의 탐욕을 부채질했고, 누군가는 실제로 금화를 향해 탐욕의 손을 뻗었다.
  
  
  
참고 자료
  
‘화폐 경제 1’, 중국 CCTV 다큐멘터리 <화폐>제작팀, 가나출판사, 2014
  
길건우 자산관리사(rlfrjsd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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