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은 왜 필요한가?
미국이 1776년에 독립한 뒤 미국의 국부들은 중앙은행의 필요성과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권을 갖는 것에 대해 격렬하게 토론했다. 독립선언문의 기초위원이자 3대 대통령인 제퍼슨, ‘미국 헌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4대 대통령 매디슨을 포함한 반대자들은 중앙은행을 설립하고 화폐 발행권을 주는 것은 국민에게 이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미국 경제가 발전하고 번영하려면 반드시 통일된 기준 화폐가 있어야 하고, 어느 한 은행이 화폐의 발행을 책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미국 건국 초기에 해밀턴은 1대 재무장관으로서 중앙은행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중앙은행을 설립하려 노력했으나 18세기에 사람들은 권력이 고도로 집중된 재정 권력을 신뢰하지 않았다.
마침내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은 타협을 통해 공통된 인식을 하게 되었다. 1791년 2월 25일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해밀턴의 건의에 따라 전국적인 은행인 ‘미 합중국 제1은행’을 설립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하지만 미합중국 제1은행은 20%의 화폐 발행권만 얻었고, 나머지 80%의 화폐는 여전히 각주에 등록된 은행이 발행을 책임졌다.
미국에서 100%의 화폐 발행권을 얻은 더 막강한 은행은 이로부터 25년 뒤에 등장했다. 이 은행은 미국 4대 대통령인 매디슨이 창건한 ‘미 합중국 제2은행’이고, 제1은행과 마찬가지로 20년 동안 경영권을 특별 허가받았다. 하지만 미합중국 제2은행의 창립은 더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20달러 지폐에 인쇄된 두상은 미국 7대 대통령인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이다. 잭슨은 1829년부터 1837년까지 총 8년 도안 대통령을 지냈다. 잭슨이 대통령 임기를 마쳤을 때 누군가 그에게 재임 기간에 이룬 가장 큰 성취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잭슨은 “그 은행을 해치운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잭슨 대통령이 해치운 그 은행은 바로 미합중국 제2은행이다.
20달러 지폐에 있는 미국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
확고한 민주주의자들은 미합중국 제2은행을 설립하는 것은 국가가 금융을 독점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국영은행은 업무상 각주에 세워진 은행과 이익을 다툴 수밖에 없는데, 이는 “국가는 각주의 사무에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미국의 건국이념을 위배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잭슨이 재임할 때 마침 미합중국 제2은행에 주어진 특별 허가 경영권의 만료 시점이 돌아왔다. 이 때문에 제2은행과 투쟁하는 것은 잭슨의 재임 동안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되었다.
중앙은행 설립에 찬성한 사람들은 줄곧 특별 허가 경영권의 수명을 연장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지지한 잭슨 대통령은 이 관점에 반대했다. 그래서 미합중국 제2은행은 더는 존재할 수 없었다.
1836년에 어떤 만화가 잭슨 대통령과 미합중국 제2은행 총재인 니콜라스 비들의 투쟁을 묘사했다. 미국 역사에서 이 투쟁은 ‘은행 전쟁’이라고 불린다. 머리가 여럿 달린 뱀은 미합중국 제2은행을 상징하는데, 이 중에서 머리가 가장 큰 뱀이 비들이다. 하지만 잭슨은 법의 지팡이로 미합중국 제2은행을 파괴했다. 만화에서 비들이 악마로 그려진 데 반해 잭슨은 악마를 징벌하는 용사로 묘사돼 대다수 미국인에게 지지를 받았다.
앤드루 잭슨과 니콜라스 비들 총재의 투쟁을 묘사한 만화
1836년에 특별 허가 경영권의 기한이 만료되자 미합중국 제2은행은 각종 특권을 잃고 펜실베이니아 주에 등록된 평범한 은행이 되었다. 최종적으로 이 은행은 1841년에 파산했다.
미국인은 권력의 집중에 대해 거대한 공포가 있었다. 20세기에 들어서야 미국에 중앙은행이 설립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 시스템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발휘시키려면 반드시 은행과 권력의 관계를 잘 처리해야 한다. 은행 시스템이 권력에 굴복하지 않을 때 신용이 더 높아지고 은행의 가치와 진짜 기능이 사회에 더 잘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후 미국인들은 80년 정도를 중앙은행 없이 살았다. 비록 몇 차례 금융위기를 겪었지만 위험한 상황을 잘 넘겼고, 중앙은행은 사람들에게 잊힌 화제가 되었다.
참고 자료
‘화폐 경제 1’, 중국 CCTV 다큐멘터리 <화폐>제작팀, 가나출판사, 2014
길건우 자산관리사(rlfrjsd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