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건우 Apr 12. 2018

최초의 환율은 어떻게 결정되었나?

최초의 환율은 어떻게 결정되었나?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어느 산골 마을의 역사는 기원전 4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마을 사람들은 유럽 왕실을 위해 보석 장식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해왔다. m 결과 이 마을은 ‘보석의 도시’라는 영광스러운 미명을 얻었다.
  
현재 이 마을의 보석은 세계 각지의 쇼윈도에 진열되어 유럽 남부의 오랜 보석 제작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상업 문명이 가장 먼저 싹튼 이곳에서 사람들은 무역의 어려움도 가장 먼저 맞닥트려야 했다.
  
유럽 남부는 서양 문명의 발원지다. 기원전 8세기에서 기원전 2세기까지 600여 년 도안 이 광활한 토지는 고대 그리스라는 제국이 통치했다. 고대 그리스는 토지가 황폐해서 빠르게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릴 정도로 식량이 충분하게 생산되지 않았다. 그래서 몇천 년 전부터 와인과 올리브유를 만들어 최초로 지중해 연안에서 무역을 시작했다.
  
그리스 경제는 농업 위주의 경제 시스템에서 곧바로 서비스업 위주의 경제 시스템으로 넘어갔다. 
  
기원전 7세기에 고대 그리스인들은 바다의 제왕이 되었고, 자신들의 바다에 ‘지중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면이 육지로 둘러싸인 곳 중앙에 있는 바다라는 뜻이다. 연안에 있는 이집트, 바빌로니아, 로마 등은 무역 통로로서 지중해의 중요한 가치를 속속 발견했고, 지중해를 중심으로 무역을 발달시키기 시작했다. 광활한 바다도 무역을 하고 싶어 하는 상인들의 갈망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 즉 서로 다른 화폐를 가진 상인들이 어떻게 공평하게 장사를 하는냐는 심각한 장애물이 되었다.
  
예를 들어 자동차 국과 맥주 국이라는 두 국가가 있고 화폐가 서로 다르다고 가정해보자. 두 국가의 국민들은 자국에서는 물건을 살 수 있지만 상대 국가에서 물건을 사려면 먼저 그 국가의 화폐로 바꿔야 한다. 이때 두 화폐 사이의 교환 비율을 환율이라고 한다.
  
지금은 물건을 매매할 때 화폐의 환율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첼 리가 만든 가죽 구두는 주로 아테네를 여행하는 외국 여행객들이 사 가는데, 여행객들이 유로화를 소지하지 않아도 그는 그날의 환율에 따라서 화폐 간의 교환 비율을 쉽게 계산해낸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편안하고 질긴 가죽 구두가 있어도 다른 곳에 팔 수 없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가죽 구두를 신는 역사를 창조했다고 가정하자. 이들은 가죽 구두를 지중해 연안에 모인 모든 상인에게 팔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환율의 역사도 시작되었을 것이다.
  
황동 세스테르티우스(sestertius)와 고대 로마의 동전은 기원전 3세기에 지중해 연안의 시장에서 유통되던 화폐다. 황동 세스테르티우스와 로마의 동전은 같은 종류의 금속 화폐지만, 황동 세스테르티우스의 중량은 로마 동전의 두 배였다. 그래서 황동 세스테르티우스 1개는 로마 동전 2개와 교환되었다.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으로 화폐를 만들던 시대에는 화폐의 중량과 품질로 서로 다른 화폐의 교환 비율을 계산했고, 이 비율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이렇게 환율의 역사는 금과 은의 교환에서 시작되었다.
 

세스테르티우스, 기원전 134년, 23.8g


환율은 인류가 화폐를 발명한 것에 이은 또 한 번의 위대한 창조였다. 환율 문제가 해결된 뒤에는 가죽 구두를 신은 그리스인이든 로마인이든, 목제 신발을 신은 네덜란드인이든 모두 자신이 딛고 서 있는 길을 더 넓게 만들었다. 환율은 지중해 무역을 한층 더 번영시켰고, 동서양을 잇는 비단길을 더 북적이게 했으며, 인류의 발전을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했다.
  
기원전 221년 진시황은 중국을 통일하고 중국 최초의 통일 화폐인 진반량(秦半兩)을 만들었다. 이때 일본인들은 이미 벼를 심는 기술을 능숙하게 장악했고, 쌀은 일본 최초의 화폐 단위가 되었다. 기원전 265년 고대 로마는 이탈리아반도를 통일했고, 고대 로마의 금화는 지중해에서 통용되는 화폐가 되었다.
  
  
참고 자료
  
‘화폐 경제 1’, 중국 CCTV 다큐멘터리 <화폐>제작팀, 가나출판사, 2014
  
길건우 자산관리사(rlfrjsdn@naver.com)

매거진의 이전글 17세기 영구의 이자율과 최초의 장기국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