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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건우 Apr 14. 2018

이자와 고리

이자와 고리
  
고리대금 금지 교리에 관한 내용을 다루면서 지금까지는 ‘이자’라는 단어를 부각시키지 않았다. 고리대금 금지는 사실상 ‘고리’를 금지하는 것이다. 고리대금 금지는 ‘주어진 이자율 수준 이상의 높은 이자를 요구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의미다. 라틴어로 우스라(usura)는 무엇인가를 ‘사용’한다는 의미의 명사다. 고리대금에서라면 차입 자본을 ‘사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여기서 고리는 돈을 사용한 대가로 지급한 이른바 돈의 ‘가격’이라 할 수 있다. 라틴어 인테레오(intereo)는 ‘잃다 혹은 없어지다’를 의미하는 동사다. 인테레오의 명사형인 인테리세(interisse)가 오늘날의 ‘이자’를 뜻하는 인터레스트(interest)로 변화된 것이다.
  
중세의 이자율 이론은 고리대금을 금하는 교회법의 예외를 정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하여 천천히 그 기틀이 잡힌 것이다. 대출에 대한 보상이 대출자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경우 이러한 보상은 합법적인 것이 아니지만, 그 보상이 대출자의 순이익이 아니라 손실 혹은 비용에 대한 보상일 때 이는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된다. 요컨대 대출 혹은 이자 부과의 목적 자체가 합법성을 판단하는 준거가 된다. 고리대금에 대한 이론적 분석은 고리와 이자를 구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자는 채권자에 대한 보상의 의미로 해석된다. 채권자의 대출 행위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보상 차원에서 지급하는 것이 이자라는 논리다. 이러한 개념은 대출 혹은 기타 피해자의 현재 상태와 대출하지 않았을 때 이들의 상태 간의 차이에 주목했던 로마법에서 유래했다. 어떤 사람이 타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경우 대출자는 이 돈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하는 셈이 된다. 넓은 의미에서 볼 때 이렇게 ‘포기된 혹은 잃은’ 이익도 ‘손실’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1220년 무렵 인테리세, 즉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이 이자 개념의 기준이 됐다. 또 이자는 대출금 상환 지체에 대한 배상 혹은 벌금의 성격도 지닌다. 이러한 유형의 손실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발생한다. (a) 대출의 보증인이 채무를 이행하기 위해 혹은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렸을 때(이 경우 손실 배상금 명목으로 이자를 되돌려 받을 수 있다.) (b) 당사자가 합의한 기일에 채무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그리고 대출자가 상환 지체된 원금에 이자까지 추가하여 받으려고 하는 경우 상환 지체에 대해 연체료가 부과될 때 등이다. 후자는 채무 상환 지체에 대한 ‘벌금’이 원금의 두 배가 될 때도 있었다. 벨기에계 롬바르드족의 주 수익원은 바로 이러한 유형의 ‘벌금’이었다. 그러나 교회는 이 벌금의 수준을 실제로 발생한 손실 수준으로 제한하려 했다. 성 토마스아퀴나스는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채무자는 빌린 돈에서 얻을 수 있었던 이익 딱 그만큼의 손실분을 갚으면 된다고 공언했다. 
  
애초부터 대출은 자선의 의미로서 무이자로 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만약 채무 상환이 완결되지 않았을 때 벌금이 부과됐는데 이것이 바로 이자의 기본 성격이었다. 그러던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아 특정 조건에 대출할 때 처음부터 이자 부과가 허용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대출해주는 데 따른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 혹은 일종의 급료 의미로 이자를 지급한 것이 이러한 예에 해당한다. 대출해주지 않았다면 그 돈에서 이익이 발생했을 상황일 때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센서스(census, 재산을 담보로 한 연금) 의 경우에도 돈을 빌려 줄 때의 이자가, 이 돈을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 거둬들일 수 있는 이익보다 적을 때는 처음 빌려 줄 때부터 이자를 부과하는 것이 허용됐다. 마지막으로, 국가가 강요한 이른바 강제 대출은 대출자가 이자를 받기보다는 원금을 상환 받기를 더 원하는 한, 이러한 대출에 부과된 이자는 일종의 손실 금액의 성격을 띠므로 이때의 이자는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대출의 ‘위험’요소는 대출해주고 이자 혹은 이익을 받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대출 원금보다 가치가 높은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금리의 역사 -제4판 ’, 시드니 호머·리처드 실라, 리딩리더, 2011
  
길건우 자산관리사(rlfrjsd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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