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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 모두가 널 사랑해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 그 우주에서 태양은 자신이며 주변 사람들은 자신을 도는 행성이다. 어기는 이런 우주 속에서 살고 있다. 상상 속처럼 우주복을 입지는 못하지만 선물 받은 우주비행사 헬멧을 쓰고 침대 위를 뛰어다닌다. 풀먼 가의 태양은 어기다. 엄마도 아빠도 누나도 모두 어기 주변을 도는 행성이다. 그들에게 어기가 유독 각별한 이유가 있다. 부모의 유전자 문제로 어기는 태어나 27번 수술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남들보다 작은 체구는 물론 얼굴마저 흉측해 졌다. 그래서 어기는 세상에 나갈 수 없었다. 집에서만 지내면서 엄마에게 홈스쿨링을 받았다. 하지만 가족은 더 이상 어기를 집에 둘 수 없기에 학교에 보내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어기는 더 큰 우주로 나아가게 된다.


아이들은 솔직하다. 어른들처럼 상대를 배려하지 못한다. 교장 터쉬만은 학업과 평판이 우수한 학생 세 명을 뽑아 어기에게 먼저 학교 구경을 시켜준다. 하지만 그 중 한 명인 줄리안은 선생들 앞에서만 잘 보이려고 애쓰는 가식적인 아이다. 줄리안은 자신의 무리들을 이용, 어기를 왕따시킨다. 이에 상처받고 돌아온 어기. 어기는 자신의 꽁지머리를 촌스럽다고 놀리는 줄리안 패거리 때문에 돌아오자마자 꽁지머리를 자른다. 그 모습에 충격을 받은 가족들. 아빠와 엄마는 적극적으로 어기의 슬픔을 달래준다. 그리고 그 맞은 편 방에는 태양에게 밀려난 달과 같은 비아가 있다.


비아는 네 살 때 동생을 가지는 게 소원이었다. 그녀는 소원대로 동생을 얻었고 아픈 동생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모두 양보했다. 주변에 친구가 없는 그녀지만 동생의 아픔마저 알아주는 절친 아만다가 있기에 외롭지 않다. 하지만 방학 후, 캠프를 다녀온 아만다는 비아를 피하고 캠프에서 만난 친구들과 어울린다. 이에 상처를 입은 비아. 가족의 사랑도, 친구의 사랑도 모두 잃은 그녀에게 저스틴이라는 남자가 다가온다. 연극부에 지원한 쾌활한 저스틴은 비아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건다. 그 적극성이 싫진 않았는지 연극부에 가입하는 비아. 저스틴은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녀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두 사람은 점점 더 가까워진다.


한편 친구 하나 없던 어기에게 친구가 생긴다. 교장의 부탁으로 어기에게 학교 탐방을 시켜주었던 세 사람 중 한 명인 잭. 어기는 잭과 함께 점심을 먹고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집에서 놀기도 하며 절친이 된다. 가족 밖에 없었던 어기의 인생에 찾아온 또 다른 행성 잭. 할로윈 날, 어기는 들뜬다. 얼굴을 가린 할로윈 날에는 아무도 누가 어기인지 알 수 없고 스크림 가면을 쓴 그를 환영하기 때문이다. 잭과 할로윈을 즐길 생각에 들뜬 어기. 하지만 아홉 번째 행성 명왕성이 사라진 거처럼 그의 친구 잭도 사라진다. 잭이 줄리안 무리 사이에서 하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기처럼 생겼으면 자살했겠다.’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답게 이야기에 있어 그 깊이가 다르다. 한 인물만을 중점적으로 하는 게 더 나았을 수도,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가 약해질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 인물 하나하나의 감정과 역할, 개성에 충실하다. 덕분에 자신의 우주를 벗어난 한 소년의 세상으로의 첫 발자국으로 끝날 수 있었던 작품은 더 넓은 의미를 지닌다. 난 이 영화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자신만의 우주에서 나아가는 첫걸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주는 어둡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 어둠 속에서 자신의 은하에 갇혀 혼자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 주변에 찬란하게 빛나는 별들이 너무 아름답다. 그 별을 모르고 사라지기에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 


어기는 물론 비아, 잭 윌, 썸머, 아만다 등등 청소년들은 자신만의 우주에 갇혀 있다. 어기는 외모 때문에, 비아는 가족문제 때문에, 잭과 아만다는 주변의 눈치 때문에 빛나는 별에 다가서기를 두려워한다. 태양은 행성을 빛나게 해주지만 행성이 없으면 태양의 빛은 가치를 잃고 만다. 어기에게는 가족이, 비아에게는 저스틴이 그들의 주변을 맴도는 행성이 되어주었다. 아이가 주인공이고 가족 드라마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오글거리는 사랑이나 축 쳐지는 분위기를 걱정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원더>는 주인공 어기부터가 센스가 넘친다. 잭 윌의 말을 빌려 반에서 가장 웃긴 아이라는 점처럼 유머가 넘친다. 이 유머감각은 전혀 어른 같지 않은 유쾌한 아빠 네이트에게서 온다. 감동이 진해질수록 분위기가 무거워지는 기존의 드라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큰 힘은 이런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에게서 온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까워질 수 있는 힘, 서로의 우주를 빛내는 힘은 사랑에 있다. 사랑은 묵묵히 바라본다고 피어나는 게 아니다. 입으로 말해야 힘을 내는 게 사랑이다. 어기는 모두가 자신을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다. 잭마저 자신에 대해 나쁘게 말했을 때 어기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엄마가 사랑한다 말해주었을 때, 자신도 힘든 누나가 사랑을 이야기했을 때, 웃길 줄만 알았던 아버지가 진심으로 사랑을 속삭였을 때, 그리고 썸머가 먼저 다가와 주었을 때, 어기는 ‘세상 어딘가에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무나 붙잡고 말해봐라. 사랑한다고. 당연히 미친 놈 취급할 것이다. 하지만 단 사람이라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해준다면 그 순간, 당신의 우주는 또 다른 행성, 당신이 빛나야 할 이유를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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