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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터> - 딱 ‘리암 니슨’표 영화


피터 잭슨이 <호빗> 시리즈를 만든다고 했을 때 머릿속으로 그렸던 그림이 있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세 편 보았기에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할지가 예상이 갔고 역시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 작품이 탄생했다. 이는 데이빗 예이츠에 의해 완벽하게 세계관이 확립된 <해리 포터> 이후의 시리즈, <신비한 동물사전>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딱 데이빗 예이츠의 색으로 탄생했고 <해리 포터>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자주 가는 중국집처럼 갑자기 면발이 엄청 쫄깃하거나 탕수육이 샤르르 녹는 끝내주는 맛은 없지만 익숙해서 손이 가는 맛 그대로다. 리암 니슨표 액션영화도 마찬가지다. 리암 니슨 + 자움 콜렛 세라는 앞서 세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익숙한 맛을 그대로 재연해낸다.

                                                                                                       


큰 키에 권투선수 출신으로 좋은 체격을 보유한 리암 니슨이 액션으로 ‘제대로’ 터진 건 <테이큰>이다. ‘그분을 건드리면 안 돼’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강력한 액션으로 딸을 구해낸 이 ‘히어로’의 당시 나이는 56세. 10년이 흐른 지금 그의 나이는 66세이다. <커뮤터>는 이런 리암 니슨의 나이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예전처럼 뜨겁게 아내와 지내지 못하며 아들은 대학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많은 나이 때문인지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다. 10년 넘게 통근열차를 타고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건만, 주어진 건 가족의 건강보험만은 유지시켜 주겠다는 형편없는 당근이다. 퇴근 길 열차에 올라탄 그의 앞에 조안나라는 의문의 여인이 앉는다. 그녀는 마이클에게 제안한다. 당신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과 관련된 일을 하는 대신 2만 5천 달러를 주겠다. 이건 선금이다. 일을 끝내면 당신이 받을 돈은 10만 달러. 이 조건에 응하려면 화장실로 가 선금을 받아라. 마이클은 차마 아내에게 해고당했다는 말을 할 수 없어 화장실을 향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곳에는 ‘정말’ 2만 5천 달러가 있다. 선금을 받은 순간, 그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게임이 시작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역시나 액션이다.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은 포인트를 주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상업영화 감독이다. 여기에 <언노운>, <논스톱>, <런 올 나이트>로 세 번이나 리암 니슨과 호흡을 맞췄기에 리암 니슨 활용법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세 번이나 이 배우를 활용했기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굳이 <테이큰>의 모습을 재연시키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은 배우를 이용한다. 이는 이미 앞서 세 번이나 그를 쓰면서 뽑을 건 다 뽑아먹었기에 새로운 느낌을 불어넣고 싶은 욕심이 아니었나 싶다. 액션의 유효타는 드라마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강하다.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은 드라마에 있어 유능한 감독이 아니다. 이 영화도 드라마는 어색하거나 지루한 측면이 강하다. 대신 이를 보상하듯 액션이 주는 긴장감이 상당하다. 액션의 미덕은 얼마나 부수냐 보다는 어떻게 부수냐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이 오르는 상황을 만든 후에 부셔야 효과가 좋다는 걸 감독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작품의 열차 활용은 꽤나 효율적이다.

                                                                                                           


아쉬운 점은 역시나 드라마적인 측면이다. 욕심을 버리고 보면 괜찮다. 그런데 욕심을 내면 불편하게 다가온다. 전개는 마치 연결을 위한 전개처럼 다가오며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강박 때문인지 굳이 상황을 만드는 느낌이 강하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몰래카메라의 성공을 위해 배우들이 속이는 상황을 너무 티 나게 연기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보상이 확실하다. 또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통해 시작되는 스릴러풍의 분위기가 ‘열차 안의 친밀한 타인들’로 바뀌어 풍기는 감정은 그래도 한 줄의 드라마는 남기고자 하는 의지가 드러나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 이 작품에 대해 ‘어떠냐’고 묻는다면 ‘딱 리암 니슨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리암 니슨의 액션영화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하지만 앞선 작품들이 별로였다면, <테이큰>을 제외하고 그리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없었다면 굳이 추위를 뚫고 극장에 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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