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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솔져스> - 더도 덜도 말고 딱 제리 스타일

                                                                                                       


마크 휴즈, 토니 풀리스, 샘 앨러다이스, 로이 호지슨. 이 EPL 감독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리그에 오랫동안 머물렀기에 확실한 소방수 역할을 해주며 가끔 기가 막힌 성과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믿고 장기계약을 맺으면 어김없이 성적 부진을 겪으며 경질된다. 헐리웃에도 이들과 비슷한 감독들이 있다. 롤랜드 에머리히, 마이클 베이, 과거의 조엘 슈마허 등이 그렇다. 그들은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작품도 만들었으나 필모의 작품들이 재생산 혹은 뻔한 스타일의 답습인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헐리웃 흥행 시스템에 최적화 된 감독들이기에 흥미로우며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들을 만드는 방법을 안다.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제작을 했다고 하면 우선적으로 ‘현란하고 화려한 재미를 주는 헐리웃 영화’라는 인식이 먼저 떠오른다. <비버리 힐스 캅>, <탑 건>, <나쁜 녀석들>, <더 록>, <콘 에어>, <아마겟돈>, <캐리비안의 해적> 등등 수많은 작품들이 성공을 거두었다. 

                                                                                                            


<12 솔져스>는 ‘딱’ 제리 브룩하이머 사단에게 기대할 수 있는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먼저 과거 <진주만>, <아마겟돈>처럼 제대로 애국심에 불타오르게 만든다. 영화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이 펼친 실제 비공식 작전을 다루고 있다. 실전 경험이 없는 군인 미치는 팀이 해체되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삶을 준비하던 그는 9.11 테러 소식을 듣고 조국을 지키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길이라 생각, 다시 군을 향한다. 그리고 12명의 부대원과 팀을 이뤄 아프가니스탄을 향한다. 머리는 빈 라덴이지만 그가 테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건 군사 부대인 탈레반이다. 미국은 탈레반 소탕에 아프가니스탄의 장군들을 이용한다. 그들의 부대에 미군을 지원하고 지원받은 미군의 지시로 공중에서 폭격을 가하는 것. 미치의 부대는 북부의 세 장군 중 한 명인 도스툼의 부대와 합류하기로 결정된다. 

                                                                                                             


그들이 공격할 장소는 상당히 험난한 곳으로 멀홀랜드 대령은 6주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딱 잘라 3주 만에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고 말하는 미치. 헌데 멀홀랜드 대령이 그러하듯 도스툼 역시 미치를 신뢰하지 못한다. 미치는 어린 나이에 실전 경험이 없다. 그런 그가 부대의 대장이니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게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미치는 ‘시작에 예행은 없다. 곧 실천이다.’라고 말하듯 과감한 작전 전개로 도스툼의 신뢰를 얻게 된다. 이 작품의 장점과 단점은 한 마디로 정리된다. 기존에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했던 영화들과 같다. 때리고 부수는 액션은 강렬하다. 영웅주의와 팍스 아메리카나에 빠진 스토리는 여전히 진부하다. 먼저 단점에 대해 적자면 ‘미국의 힘으로 중동이 평화를 이루었다’라는 의식이 진하게 깔려 있다. 영화는 도스툼이라는 인물을 답답한 이슬람 문화를 가진 지도자로 묘사하며 결국 그가 미치의 용맹함 때문에 태도를 바꾼다는 입장을 취한다. 여기에 미국이 마음대로 만든 북부 연합에 반감을 표하는 도스툼에 미치가 불만을 토하는 장면은 ‘우리가 너희를 도와주니 너희는 무조건 따라. 그래야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고 말하는 세계의 지도가 의식을 지닌 미국의 우월주의 사상이 진하게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액션영화에 스토리의 깊이가 중요해? 어차피 전쟁은 우리 아니면 적이 치르는 최악의 상황이야. 사회적 또는 철학적인 고민보다는 생존을 걱정해야 되는 문제라고. 전쟁 영화는 그런 긴박함을 주면 되는 거야. 스토리는 어색하거나 허접한 부분만 없으면 그만이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즐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후반부에 터뜨릴 총알을 너무 아낀 게 약간의 아쉬움으로 다가오지만 전쟁 장면이 주는 쾌감은 확실하다. 또 사운드가 주는 긴장감을 적절하게 이용, 딱히 액션이 없는 영화의 흐름을 꽤나 긴장감 있게 유지시킨다. 계속 무언가 일어날 거처럼 분위기를 유도하는 기술이 괜찮게 느껴진다. 또 애국심 강요가 느껴지지만 실화라는 점, 그들의 목숨을 건 작전이 결국 탈레반 소탕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감동을 느낄 요소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저들의 작전은 비밀리에 수행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금의환향을 받지 못하고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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