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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 - 인기 웹툰의 영리한 영화화

웹툰과 영화 비교분석

<신과함께>의 영화화가 결정되었을 때, 원작 팬들이 가장 우려를 표한 부분은 진기한 캐릭터의 실종이었다. 진기한은 직장에서의 과로로 사망한 김자홍의 지옥에서의 7번의 재판을 도와주는 변호사로 사실상 지옥에서의 이야기를 진행함과 동시에 재미를 주는 핵심 캐릭터다. 헌데 영화는 이 캐릭터 없이 큰 재미와 감동을 이끌어냈고 1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 3위에 자리 잡았다. 영화는 만화와 어떤 점에서 차이를 주었고 어떤 점이 관객들을 끌어당겼을까? 그 차이가 가져온 매력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주인공 김자홍의 변화, 회사원 – 소방관


만화의 김자홍의 직업은 회사원이다. 그는 착하고 유한 심성 때문에 야근에 시달리고 회사 회식에서 마지막까지 자리를 함께 하는 손해만 보는 삶을 살다 결국 과로로 죽음에 이른다. 이런 김자홍의 캐릭터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으나 상업영화의 재미를 위한 캐릭터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는 에피소드가 적은 회사원 대신 소방관으로 직종을 바꾸었다. 이 직종의 변화는 오히려 각각의 대왕들과 만날 때 등장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만화가 진기한의 독특한 변론에 기댄 경향이 크다면 영화는 자홍의 에피소드가 지닌 힘으로 각각의 시험을 통과한다. 이는 비교적 빠르고 쉽게 에피소드를 넘긴 만화에 비할 때 장면이 주는 포인트에 힘을 넣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진기한 대신....... 바빠진 강림도령


만화는 철저하게 이야기를 분리시킨다. 김자홍이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받는 에피소드는 진기한이 진행하며 지하철에서 도망친 원귀를 쫓는 에피소드는 강림도령이 진행한다. 헌데 영화는 진기한이라는 캐릭터를 아예 없애버렸다. 대신 강림도령으로 하여금 김자홍의 에피소드까지 책임지게 만든다. 이 지점에서 만화가 가지고 있던 지옥의 설정은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지옥으로 떨어진 사람은 현세의 행실에 따라 변호사가 배정되고 마치 현대의 재판처럼 구조화된 지옥의 재판 설정은 영화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최소한의 설정으로 지옥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대왕들에 대한 소개와 그들이 각각 어떤 죄를 벌하는지, 그리고 그 죄에 따라 어떤 처벌을 받는지에 대한 설명만이 등장한다. 또 7번의 재판에서도 처벌이 끝나지 않을 큰 죄를 지은 사람이 치르게 될 10번의 재판에 대한 언급은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강림도령은 자홍만 책임져야 되는 게 아니다. 원귀에 대한 에피소드도 그의 담당이기에 영화는 월직차사 이덕춘과 일직차사 해원맥의 캐릭터에도 힘을 싣는다. 강림도령이 원귀 에피소드로 빠질 때 김자홍을 책임지는 건 이덕춘과 해원맥이다. 특히 이덕춘이 강림도령과 연결될 수 있다는 설정은 판타지 영화에서 생소하지 않은 설정이기에 진기한의 공백을 최소화 하면서 두 에피소드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해 줄 수 있는 열쇠가 되어준다. 또 캐릭터에 있어서도 개성이 강한 강림도령과 이덕춘에 비해 약했던 해원맥의 캐릭터를 영화는 유러머스하게 포장하면서 저승삼차사 각각의 매력을 확립하는데 성공했다.



자홍이 동생 수홍이, 단연 신의 한 수


만화에서 김자홍과 원귀 유성연의 에피소드는 아무런 연관성 없이 진행된다. 만화나 소설은 둘 혹은 셋의 서로 다른 에피소드의 진행이 가능하다. 같은 주제 혹은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연관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다르다. 연관되지 않는 에피소드는 관객들의 집중력을 저하시킨다. 일일극이나 주말극을 예로 들면 적게는 세 개에서 많게는 5개의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시키는데 이때 시청자들은 꼭 하나에서 두 개의 에피소드에는 흥미를 잃어버린다. 마치 예능에 게스트가 네 명 등장하면 그 중 한 두 명은 별다른 재미가 없어 기억나지 않듯 말이다. 이 현상이 영화에 일어난다면 절반의 실패를 거둔다는 소리가 된다. 두 개의 에피소드 중 하나라도 재미가 현격하게 떨어진다면 관객들은 그 영화를 재미없는 영화로 기억한다.


그래서 작품은 자홍의 지옥 에피소드와 현세의 원귀 에피소드를 엮기 위해 유성연의 이름을 수홍으로 수정, 그를 자홍의 동생으로 설정한다. 동생이 원귀가 되어서 지옥에서의 재판이 방해를 받는다는 설정은 긴박한 액션과 긴장감을 선사해준다. 또 현세에서의 강림도령과 원귀의 싸움은 흥미롭게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힘이 되어준다. 만화에서도 큰 감동을 주었던 유성연의 군대 에피소드는 자홍과 가족으로 엮이며 새로운 힘을 발휘한다. 마지막 염라대왕과의 재판에서 그들의 과거가 핵심이 되며 만화가 주었던 감동보다 더 깊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신파로 변해버린 주제의식은 아쉽지만........


왜 원작의 팬들은 진기한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걱정했을까? 그 이유는 진기한의 존재가 <신과함께>의 주제의식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저승 최초 변호사 양성 기관인 법률 대학원에서 200년 만에 신장급 변호사가 되어 온갖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진기한은 그 자리를 버리고 국선 변호사를 택한다. 그는 왜 신장급 변호사가 되는 걸 거부했느냐는 룸메이트에게 ‘착한 사람들만 변호하잖아’라고 이유를 말한다.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고 말하는 진기한의 모습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부의 대물림으로 금수저라는 혜택을 누리는 현세처럼 자기도 모르게 지어버린 죄로 벌을 받게 되는 지옥의 부당함에 대항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신과함께>의 지옥의 재판은 현세와 큰 차이가 없다. 죄를 지은 사람이 많으니 귀찮아서 대충 재판을 넘기는가 하면 시스템의 문제로 재판도 받지 않았는데 지옥에 빠지기도 한다. 또 권위적인 대왕(판사)들은 죄가 확정되지 않은 용의자들에게 재판장까지 향하는 험난한 길을 제공, 그들의 편의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현세에서의 죄 때문에 국선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것은 부모를 잘 두어서 별 노력 없이 부와 명예를 얻는 현세와 다를 바가 없다. 작가는 지옥이라는 공간을 통해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꼬집으며 진기한이라는 캐릭터의 의지와 신념을 통해 이를 바꿔야만 한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아쉽게도 영화는 이런 주제의식을 드러낼 공간과 캐릭터를 없앴다. 대신 많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코드인 ‘신파’를 택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상업영화로써 큰 성공을 거두고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원작이 외치고자 하는 목소리를 내는 대신 상업성에 치우친 선택을 했다는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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