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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 사라졌다> - 일곱 자매의 끔찍한 디스토피아

전 세계적인 문제 중 하나가 출산율이다. 애를 낳지 않으니 노동력이 부족하고 고령화에 따른 세수 확보의 부담이 젊은 층에게 몰리다 보니 ‘애를 낳아봐야 나도 살아갈 아이도 힘들 뿐’이라며 애를 낳지 않아 출산율은 더욱 저조해지고 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 보자. 과연 ‘인간’이 ‘노동력’으로 연결되는 게 미래사회의 모습일까? 정확히 말하자면 아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인간 하나하나가 노동력과 직결되었지만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인간의 노동력을 기계가 대체하게 되었다. 사실상 인간은 모든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지만 어떻게든 ‘인간됨’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고 있는 꼴이다.

영국 경제학자 멜서스의 <인구론>은 당시 아주 충격적인 책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모든 인류가 상위층의 생활을 영위할 수 없기에 식량문제, 환경문제, 노동력 문제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이 모든 문제는 하위층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 때문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그는 ‘단계적으로 인구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끔찍한 이론을 전개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SF 영화들이 다루는 미래는 이 <인구론>과 일치한다. 문제는 인간, 그리고 식량 또는 노동력이다. 미래 사회의 모습은 이럴 것이다. 인구는 방해가 된다. 오히려 사회의 자원을 고갈시키는 존재로 자리 잡을 것이다. <월요일이 사라졌다>의 배경은 이런 아이디어에서 온다. 미래사회, 인구는 방해가 되고 국가들은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편다. 이 정책을 어길 시, 그 아이는 더 나은 미래 세계(그러니까 식량과 자원 문제가 해결된 미래)가 올 때까지 냉동인간으로 보존된다. 테렌스 셋맨은 자신의 일곱 자매를 지키기 위해 그들을 몰래 양육한다.

셋맨의 작전은 이렇다. 일곱 자매는 한 명의 이름으로 등록을 해놓고 나머지는 그 한 명에 맞춰 외모를 변신시킨다. 그래서 그녀들은 일곱 명이 일주일에 한 번씩 밖으로 나간다. 이름도 요일의 이름을 딴 먼데이부터 선데이까지다. 만약 한 명이 그날 집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큰 일 난다. 같은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갈 수 없기에 나머지는 그저 숨어 살면서 사회성이 결여된 인간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유년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된 그녀들. 어느 날 먼데이가 돌아오지 않는다. 회사에 간 투스데이는 사장 카이만에게 붙잡힌다. 알고 보니 일곱 자매의 정체를 알고 있는 카이만. 그녀는 너희들 일곱 명이 여태까지 얼마나 많은 자원을 고갈시켰는지 아느냐며 일갈한다. 그리고 공격을 받는 투스데이. 이 공격은 일곱 자매의 보금자리까지 향한다.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한 마디로 재미가 있다. 배경은 흥미롭고 인물들은 다채로우며 굴곡이 강한 스토리는 극의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무엇보다 일곱 자매 각각의 개성이 강하며 그녀들 중 ‘누가’ 살아남을까 하는 호기심이 잔혹하지만 큰 재미를 준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다룬 작품들이 주는 우울함은 강한 액션으로 승화되고 잔혹함은 진실에 다가서는 도구로 유용하게 활용된다. 이는 <데드 스노우> 시리즈를 통해 예측하기 힘든 독특한 내용들을 선보인 노르웨이 출신의 토미 위르콜라 감독의 역량이 컸다고 본다. 어느 순간부터 소재는 다르지만 내용은 비슷비슷했던 SF영화들 사이에서 참으로 특별한 작품이 탄생했다. 또 하나 칭찬해줄 점은 배우 누미 라파스의 연기다. 그녀는 먼데이부터 선데이까지 1인 7역을 소화했는데 각각의 캐릭터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될 만큼 서로 다른 개성의 인물들을 표현해내며 작품에 다채로운 색을 더했다. 


아쉬운 점은 완성도적인 측면에서는 허술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재미를 추구하다 보면 이 정도는 양보해도 되겠지 라는 부분이 생기고 이는 스토리의 허점으로 작용한다. 다행히 장점이라는 배가 단점인 배꼽보다 큰 영화인만큼 스토리의 철저함을 배신한 대신 충분한 재미를 준다. 초반 설정과 어린 시절의 이야기 이후 펼쳐지는 일곱 자매를 가둔 끔찍한 디스토피아는 예측 불가능한 재미를 맛보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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