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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 빠진 미국을 바라보는 유쾌한 시선,<로건 럭키>

<로스트 인 더스트>, <머니 몬스터>, <빅쇼트>, <마진 콜>, <라스트 홈> 등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미국 영화계가 내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자본의 살인에 대한 경고다. 이런 영화들의 경우 그 주제의식 때문인지 영화의 무게감이 강하다. 극장을 찾는 이유가 우선 오락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너무 무거운 영화들은 발걸음을 옮기기 꺼리게 만든다. <로건 럭키>는 자본에 빠진 미국을 조명하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 한결 가볍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배역진과 위트, 그리고 스피디한 전개를 선보이며 케이퍼 무비를 많이 찍어본 감독다운 센스를 보여준다. 우선 이 영화는 재미가 있다.


분위기의 코믹함은 주제가 무겁다 한들 그 무게감을 더해준다. 여기에 인물들이 나사 하나 빠진 느낌이라면 그 무게는 한층 더 줄어든다. 작품의 주인공 로건 형제(지미, 클라이드 로건)는 로건 징크스라는 말이 있을 만큼 불운을 안고 산다. 형 지미는 이혼한 딸을 주기적으로 만나기 위해 번듯한 직장을 가져야 하는데 다리 장애 사실이 밝혀지면서 공사판에서 쫓겨난다. 바텐더로 일하는 동생 클라이드는 한 손이 의수라 손님에게 조롱을 듣곤 한다. 클라이드는 이 불운이 선대에서부터 내려오는 것이라 믿으며 일종의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지미는 이를 깨부수려는 듯 강도 계획을 준비한다. 지상 최대의 레이싱 게임 지하에 있는 금고를 털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미와 클라이드, 그리고 미용사로 일하는 막내 멜리까지 합세한 로건 형제자매가 지정한 파트너는 뱅 형제들이다. 감옥에 갇혀 있는 맏형 조 뱅은 금고 폭파의 귀재이다. 허나 그의 두 동생은 머저리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멍청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들은 편을 이뤄 레이싱 게임장 지하에 쌓아둔 돈을 털 계획을 세운다. 영화는 통쾌한 ‘한 방’ 대신 자본의 흐름 속에서 외곽으로 밀려난 이들의 패자부활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를 통해 어떻게 하면 세련된 케이퍼 무비를 만들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감독이다. 멋진 도둑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기가 막힌 계획을 성공시키는 멋스런 매력 대신 덜 떨어진 인물들을 포진시켜 자본주의가 지닌 성질의 추악함을 말하자고 한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단어가 로건 징크스이다. 왜 로건 형제는 운이 없는 것일까? 성실한 일꾼인 지미 로건을 해고시킨 건 보험 때문이다. 그가 가진 병으로 문제가 생길시 막대한 보험료가 지급되어야 하기 때문에 회사 쪽에서 해고를 시킨 것이다. 동생 클라이드는 어떤가. 그는 이라크 전쟁에 파병된 애국자이지만 귀국 후 달라진 건 사라진 한쪽 손뿐이다. 오히려 망나니에 저질스러운 레이싱 선수들은 매스컴과 자본의 힘으로 그들을 조롱한다. 성실한 일꾼과 애국자를 말이다. 지미의 이혼도 이 돈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바비가 사귀는 새 남자는 애가 둘 딸린 남자지만 사업을 이끌 만큼, 그리고 좋은 차를 가졌을 만큼 돈이 있는 사람이다. 결국 이들, 로건 가문의 징크스는 그들이 지닌 빈곤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빈곤한 로건 형제의 처지와 상반을 이루는 게 레이싱 대회다. 레이싱 경기는 TV를 통해 중계되고 전파를 탄 이들은 스타덤에 오른다. 위로 우뚝 올라선 건물은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 경기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지하에는 매스컴에 의해 유혹당한 사람들이 지불하는 돈이 모인다. 진짜 ‘돈 위에 쌓인 성’이 바로 이곳이다. 이런 자본의 성이 무너지지 않는 건 이를 숨기려는 이들의 ‘노력’ 덕분이다. 조 뱅과 크레이그가 갇힌 감옥의 교도관은 입버릇처럼 ‘우리 감옥에는 **는 일어나지 않아’라고 말한다. 그는 첫 등장부터 재소자들에게 음식에 대해 물어본다. 헌데 그 질문은 질문이 아닌 강요처럼 느껴진다. ‘맛있지? 맛있잖아!’라는 강요 말이다.

                                                                                                                                               

언론은 사람들의 시선이 자본이 아닌 유희로 향하도록 유도하며 집단의 우두머리들은 문제상황을 드러내기 보다는 감추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유희와 침묵으로 이루어진 세계는 그 이면에 도사리는 자본의 냉정하고 잔혹한 속성을 감춘다. 지미의 딸이 좋아하는 팝 음악도 마찬가지다. 야하고 상스러운 가사로 이뤄진 노래가 주류가 되고 아이들이 좋아하며 따라 부른다. 그리고 그런 가수가 되기를 꿈꾼다. 돈과 명성을 위해 저급한 상업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영화는 도둑질은 보여주되 그들의 도둑질의 이유가 돈과 명성이라는 허황된 가치 위에 있지 않음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쉽게도 이런 노력과 위트가 넘치는 전개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은 적다. 쾌감을 줄 거처럼 전개는 흐르지만 그렇지 않고 무거운 이야기를 하기에는 이미 양념을 너무 많이 쳐놨다. 전형적인 케이퍼 무비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았다가 실패를 거두었던 <원라인>처럼 애매한 느낌이 강하다.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 모호함은 느껴지지만 영화 자체가 지닌 재미는 상당하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 <트래픽> 등의 작품을 통해 여러 인물들과 사건들을 정돈하는 기술을 선보인 적 있다. 꽤 많은 인물들과 여러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 깔끔하다. 여기에 각각의 인물들이 지닌 개성이 뚜렷하다 보니 인물들이 만났을 때 시너지 효과가 상당하다. 채팅 테이텀, 아담 드라이버, 다니엘 크레이그, 라일리 코프 등 개성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은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고 대사에 맛을 더한다. 약간 심심할 수 있었던 진행은 대사와 상황이 지닌 코믹함으로 조미료의 느낌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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