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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 - 나름의 장점을 취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러브 레터>와 함께 대한민국에서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 일본 멜로영화이다. 스토리-감성-영상미의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영화로 13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리메이크에 대해 걱정이 컸다. 일본 멜로영화에는 특유의 감수성이 있다. 이 느낌은 배우나 장소에서 한국과 일본이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그래서 일본 멜로영화 혹은 잔잔한 드라마를 국내에서 리메이크 했을 시 일본 작품에서 느꼈던 그 감수성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영화는 원작이 지닌 감수성을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다른 방식을 택한다. 상업영화가 가지는 큰 미덕, 바로 원초적인 재미인 유머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인 감수성을 그대로 가져오기 힘들다면 적어도 지루함은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재미있게 스토리를 구상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는 나름 효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같은 스토리의 작품임에도 불구 유머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감수성을 뛰어넘기는커녕 흉내 내기도 힘들다면 다른 방식으로 장점을 만들어 어필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영화는 이를 해냈다.



또 원작을 안 본 이들에게는 이 작품이 지닌 감성이 충분히 통할 거라고 생각한다. 소지섭과 손예진, 두 배우는 연기 스펙트럼은 물론 오랜 주연 경력을 지닌 배우들답게 멜로에서 설레게 만드는 방법을 안다. 스토리 라인은 원작을 따라가기에 원작이 감수성을 이끄는 방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작품, 그 자체만으로 본다면 좋은 멜로영화라고 생각한다. 봄을 맞이해 설레는 감정, 운명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좋은 스토리 라인, 지루하지 않은 재미를 준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역시나 ‘원작’의 그늘이 있다는 점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원작을 정말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그리 추천해주고 싶지 않은 영화다.



이 영화가 평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을 안 본 분들, 혹은 원작을 본지 오래 되어서 기억이 잘 안 나는 분들에게 이 작품이 지닌 장점은 충분히 어필될 만한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원작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원작이 지닌 감수성과 영상미, 그리고 설렘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이 작품에 큰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리틀 포레스트> 때도 나왔던 이야기지만 한국식 이야기의 특징은 정적인 느낌보다 발랄하고 유머러스한 느낌이 강하다. 정적인 작품이 주는 느낌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가 주는 리듬감이 오히려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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