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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후기

간단한 소감......

20일을 끝으로 제22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가 폐막했다. 이번 영화제는 내가 처음 기자로 참석한 영화제였다. 대표님께 ‘부천 영화제에 가고 싶다’고 말했는데 프레스를 신청해 주셨다. 덕분에 비교적 편하게 영화제 참석이 가능했고 많은 영화들을 볼 수 있었다. 오늘은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대한 후기를 써볼까 한다.

  
* 생각보다 이득이 많은 프레스
  
먼저 프레스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프레스는 언론매체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이 신청을 하면 발급해 주는 건데 목걸이를 하나 준다. 이 목걸이만 가지고 있으면 하루 네 편의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고 프레스룸을 이용할 수 있다. 티켓 부스가 있는데 프레스 사용자는 따로 부스를 이용하기에 특별히 줄이 길지도 않았다. 하루 네 편을 볼 수 있지만 같은 시간대의 영화는 1매 이상 발권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프레스를 이용해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볼 생각은 하지 말자. 
  
그리고 커피 쿠폰도 준다. 하루에 한 장씩 이용할 수 있는데 난 커피를 마시지 않아서 몇 번 이용하지 않았다.(한 3번 이용했나. 그 중 하나는 빈속에 모닝커피로 마시다가 속이 쓸렸다......) 다음으로 설명할 곳이 프레스룸이다. 프레스룸은 기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부천시청 3층에 배치되어 있다. 이곳에 배치된 컴퓨터로 기사를 쓸 수 있다. 에어컨이 정말 빵빵한데 관리자분이 한 여름에 카디건을 걸칠 정도로 냉방이 잘 되어 있다. 또 냉장고에 온갖 물과 탄산음료가 가득하다. 여름에 탈수증세로 고생하지 말라는 정성이 담겨 있다. 
  
이 프레스룸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비디오룸이다. 비디오룸은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상영작 중 몇 편을 컴퓨터를 통해 볼 수 있게 준비된 장소다. 인터뷰가 잡혀 있거나 상영작 사이의 시간이 애매모호할 때 이용하면 편하다. 한 가지 문제는 영자막이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영자막인지 모르고 신청했다. 그러다 자막에 영어가 뜨자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영화로 바꿔주세요’라는 말은 차마 자존심에 내뱉지 못했다. 그래도 명색에 기자인데 영어쯤은 어느 정도 해석할 줄 알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보기 시작하다 놀란 점은....... 다 해석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본인 영어 실력에 스스로 놀랐던........ㅎㅎ

  
* 격차가 큰 영화제 상영작
  
이번 영화제에서 총 17작품을 보았다. 아래는 본 순서대로 적은 목록이다.
  
빙과
최저
비밀의 가족
카니바
세인트 아가타
오컬트 볼셰비즘
성스러운 것
단편작품선2
불량소녀
데스트랩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델마
슬럼가 탈출기
지붕 위의 모험
잠자는 미녀의 한계
맨디
스탭포드 와이브스
  
첫날 사정이 있어 늦게 도착했기에 시간에 맞춰 <빙과>를 보았다. 그리고 꽤나 실망했다. 혹시나 했던 게 역시나 였다. 일상 미스터리 추리물이 재미있을 게 뭐가 있겠나. <최저>도 많이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게 본 영화였으나 제제 감독 특유의 스타일 때문인가 지루하게 느껴졌다.(오히려 사쿠라 마나의 원작 소설이 어떨지에 더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비밀의 가족>은 진짜........ 감동은 있으나 그 감동까지 가는 과정이 개연성이 많이 부족했다. 변명은 있으나 너무 혀가 길다는 생각이었다. <카니바>는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고 불안을 보여주는 연출이 지루하게 느껴져 연신 하품을 내뱉었다.
  
4편이 연속으로 기대 이하다 보니 ‘괜히 온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물론 내 선택이 큰 잘못이었겠지만(애니 원작+핑크무비+중국산 스릴러+잔혹 다큐니.......) ‘부천 영화제는 똥이 많으니 조심하라’는 말이 생각나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세인트 아가타>에서 영화제의 매력을 찾았다. 잔인하고 소름끼치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이 작품이야 말로 호러와 판타지를 내세운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의 색깔과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영화들은 정말 재미있다. 특히 <불량소녀>는 한 번의 상영이 아쉬울 만큼 웃기고(이 영화가 가진 큰 결점만 아니었다면 국내에 개봉해도 충분히 먹힐 영화라고 생각한다.) <슬럼가 탈출기>는 끈적하고 처절한 원초적인 액션을 선보인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나 <잠자는 미녀의 한계>는 신인 감독들의 발견이라고 할 만큼 좋았다. 하지만 공짜로 봐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도 있었다. 영화제에 초청되었다고 다 좋은 영화도 아니며 특히 특정한 색깔을 지닌 영화제의 경우 출품작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또 좀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는 한국 3대 영화제로 뽑히지만 전주나 부산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규모나 행정적인 면에서 발전을 보이고 있기에 더 좋은 작품들이 많이 출품되지 않을까 싶다. 
  
* 첫 인터뷰를 하다
  
그래도 신분이 ‘기자’라서 인터뷰를 해야 했다. 우리 신문사가 규모가 작은 곳인데 이곳에 인력을 두 명이나 보냈으니(나와 대표 둘이 왔으면 엄청난 인력을 소비했다고 봐도 된다.) 뭔가 성과가 있어야 했다.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기에 인터뷰를 시도했다. 인터뷰는 참석자 리스트를 보고 신청서를 작성해 보내면 된다. 통역이 준비되어 있기에 과감하게 일본 감독을 시도했다. 어린 시절 재미있게 보았던 <여우령>과 <링>의 각본을 쓴, 이번 영화제에 장편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타카하시 히로시 감독이 내 첫 번째 인터뷰 대상이었다.(정확히 말하자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조연주 작가님이었으나 서면 인터뷰였기 때문에 이번을 첫 번째 인터뷰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인터뷰는 호텔에서 진행되었다. 호텔은 처음이었는데 너무 어두워서 놀랐다....... 인터뷰 느낌은 감독님이 아닌 통역분과 인터뷰를 하는 기분이었다. 그분에게 내가 말하면 그분이 질문을 하고 감독님이 한 답을 통역해 주면 내가 받아 적는 이런 과정을 거쳤다. 첫 인터뷰라 몰랐던 점은 기자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면 그 행동이 예의 없는 행동인 줄 알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같이 사진을 찍지 않고 나와 버렸다.(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 작은 신문사가 그런지 아직 포토가 오지 않아 인터뷰 기사가 올라오지 않고 있다. 나중에 링크를 블로그에 올릴 건데 나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ㅎㅎ
  
두 번째는 여배우 히로타 마사미였다. 이 배우를 택한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일본 배우인데 한국에서 계속 활동한다. 트위터가 비공개로 되어 있어 정보를 알 수 없다. 도대체 이 배우는 누구인가? 하는 호기심 말이다. 서로 착각을 해(원래 홍보팀은 해외 영화인과 국내 언론만 연결해 준다. 국내 영화인은 기자가 직접 인터뷰를 시도해야 한다. 히로타 마사미는 국내 소속사에 속해져 있는데 난 해외 소속사인줄 알고 홍보팀에 말을 했으니 홍보팀에서는 없다는 답이 올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가 늦게 잡혀 따로 홍보팀이 붙지 않았다. 그래서 호텔에 내가 방 키를 가지고 들어가 내가 준비를 해야 했다. 
  
솔직히 여배우라서 많이 걱정했다. 질문에 핀잔을 주거나 분위기가 싸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잡념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배우분이 인터뷰에 적극적이고 밝게 참여해 주셔서 정말 잘 끝났다. 문제는 포토였다. 나름 포토 촬영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오셨는데 도착한 포토 기자분이 카메라 배터리가 방전된 줄 모르고 오셨다. 정말 미안해 죽는 줄 알았다. 핸드폰 카메라 들이밀면서 ‘사진 한 장 같이 찍어주세요’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나중에 사진 촬영만 따로 하기로 했으나 일정상의 문제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소속사에서 보내준 사진으로 기사를 냈는데 너무 아쉬웠다.

  
하나가 꼬이면 그 다음 순간도 계속 꼬이나 보다. 세 번째 인터뷰로 신청했던 인물이 오가와 사라다.(국내에는 <열다섯의 순수>로 알려진 배우이자 감독이다.) 비교적 일찍 보냈기에 쉽게 인터뷰가 될 줄 알았는데 하필 내가 안 되는 날에만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하, 내가 오가와 사라를 얼마나 만나고 싶었는데....... 결국 인터뷰는 대표님에게 부탁하고 이와키리 이소라 감독을 신청했다.(이 신청은 순전히 개인적인 사심 때문이었는데 <성스러운 것>의 주연배우 미나미 미오가 너무 마음에 들어 그녀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생각에 신청했다.) 헌데 와세다 동문이자 같은 영화에 출연한 오가와 사라와 이와키리 감독이 같이 움직여서 인터뷰를 함께 해달라는 답이 도착했다. 하, 결국 불쌍한 대표님만 나 대신 두 사람을 인터뷰하게 되었다.(미안하다는 의미로 인터뷰지는 내가 작성하였다.)
 

오가와 사라와 이와키리 감독(저 자리에 내가 있었어야 해.......)


헌데 여기서 빡치는 점은 내가 이 인터뷰를 못하게 된 이유가 되는 활동이 그날 오전, 그것도 다 와서 취소되었다는 카톡이 도착한 것이다. 하, 일이 안 풀리기 시작하면 계속 안 풀린다. 그리고 이 인터뷰도 포토 기자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지 못해서 포토 사진은 찍지 못했다. 영화제는 금요일 날 폐막식으로 끝이 났지만 난 토요일까지 시청에 나갔다. 점심 약속이 있었고 그 전에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약속이 끝나고 더 볼까 했지만 그냥 집으로 왔다.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또 무슨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도 나름 인터뷰를 2건(?)이나 한 게 성과라면 성과랄까........ㅎㅎ
  
* 더위 때문에 너무 힘들었던 순간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더위’다. 더워도 너무 덥다. 부천시청에서 부천CGV로 이동하거나 소풍까지 이동할 때 등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프레스룸에서 물을 가져가 극장에 가서 눈을 냉수마찰 해주지 않으면 통증이 밀려올 만큼 말이다. 물을 정말 많이 마셨다. 500ML 짜리 생수병을 하루에 4병 가까이 마셨다. 나중에는 ‘극장에 가지 말고 프레스룸에서 쭉 볼까?’라는 욕망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극장이 더 시원해서 결국 극장을 향하게 되었다.
  
이번에 자원봉사자 분들도 정말 고생했다고 생각한다. 실내에서 일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셔틀운행으로 야외에서 일하는 분들도 계셨다. 이 찜통더위에 야외근무라니.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막말로 나 같은 경우에는 와서 하는 일이 그냥 영화보고 글 쓰는 게 다이다. 그분들처럼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또 영어도 필요에 따라 쓰기 때문에 외국인을 상대하며 두뇌 풀가동을 할 필요가 없다. 이번 영화제 기간 내내 항상 밝은 모습으로 친절하게 일 해주셔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 기타 기억에 남는 것
  
- 프레스 신청권자들은 가방을 주었는데 가방이 너무 마음에 든다. 자주 애용해야 되겠다.
- VR은 처음 봐 봤는데 혁명이다. 이 기술이 제대로 정착되면 영상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추리 영화의 경우 증거를 뿌려두고 관객이 찾아내느냐 못 찾아내느냐에 따라 결말의 이해가 달라질 수 있는 진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슬럼가 대습격> GV에 앤 커티스라는 필리핀 배우가 왔는데 너무 예뻐서 놀랐다. 서양 배우를 실제로 본 건 이 배우가 처음이다.(호주계 필리핀 배우인데 서양배우라 해도 되나.......)
- 홍보팀의 친절함에는 너무나 큰 감사를 표한다. 우리 언론사가 큰 언론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 정성스럽게 대해주셨다. 특히 귀찮을 수 있는 연락에 짜증 한 번 안 내고 친절히 답해주신 점 너무 감사하다.
- 시청 내부 카페의 가격이 정말 저렴했다. 마지막에 친구가 쿠키도 엄청 사줬던. 음료도 레몬에이드가 2000원이라 저렴하게 마셨다. 
- 첫날 <델마> 부채가 있었는데 안 가져온 게 후회된다. 내일도 있을 줄 알았건만 사라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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