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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흥겨운 뮤지컬과 부족한 갈등구조

영화 <맘마미아!2>


영화를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가장 크다는 극장 한 가득 펼쳐진 배경은 아름다웠고 사운드 빵빵한 음악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상영시간 내내 정말 편하게 감상하였다. 이 영화를 기분 좋게 본 이유는 하나다. 어제 난 제작발표회를 갔고 내 똥 같은 노트북과 핸드폰 때문에 2시간 동안 기사 올리는 문제로 사투를 벌어야 했다. 폭염으로 햇빛은 내리쬐었고 모스버거를 먹기 위해 걸은 몇 분 동안 등은 땀으로 젖었다. 8시간을 집을 떠나 있었고 에어컨 바람과 함께 넓은 스크린을 바라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당시 너무나도 피곤했던 나에게 이 영화의 약한 갈등구조는 오히려 부드럽게 다가왔다.

  
<맘마미아!2>는 한 편의 영화라기보다는 TV영화 정도로 느껴지는 외전 같은 작품이다. 영화는 도나의 죽음 후 딸 소피가 섬의 저택에서 파티를 준비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엄마를 기리는 이 파티에 스카이는 직장 문제로, 두 아빠 해리와 빌은 출장과 시상식 때문에 불참을 통보한다. 영화는 성공적인 파티 준비를 꿈꾸는 소피의 현재와 대학졸업 후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 도나가 소피의 세 아버지, 샘, 해리, 빌리를 만나는 과거를 교차하며 보여준다. 먼저 장점이라면 전작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배경과 신나는 음악, 유쾌한 캐릭터들이다.
  
기본적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그리고 아름다운 배경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다만 단점은 스토리의 갈등 구조가 약해도 너무 약하다. <맘마미아!>에서는 세 명의 아버지와 도나, 소피가 펼쳐나가는 갈등이 뚜렷했다. 드라마 중 가장 재미있다는 치정극을 바탕으로 한 가족 간의 갈등을 다루었기에 스토리 자체가 흥미로웠다. 반면 2탄은 갈등 구조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스카이와 소피의 갈등은 초반에 잠깐 반짝할 뿐이고 도나의 여행은 어차피 세 사람 다 소피의 아버지가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흥미가 떨어진다. 무엇보다 인물들끼리 치고 박는 맛이 전무하다. 영화는 메릴 스트립이라는 작품의 기둥이 되어줄 수 있는 여배우를 생략하는 대신 릴리 제임스를 중심으로 과거의 도나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문제는 이 과거 도나의 이야기가 과연 관객의 흥미를 끌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글쎄’라는 답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과거 도나 이야기의 문제점은 세 명의 남자들이 얽혀 있음에도 불구 이들과 도나 사이의 갈등이 미비하다. 관객들이 가장 흥미를 느낄 만한 부분인 도나와 남자들이 한 자리에서 만나거나 서로 다른 남자의 존재를 알고 갈등을 겪는 장면 대신 한 남자-도나 이어서 다른 남자-도나의 구도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런 구조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과거의 갈등구조가 진해지면 현재에 와서도 이 구조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모두가 사랑으로 행복한 이야기’에 갈등의 씨앗이 남게 된다면 관객들은 개운치 못한 뒷맛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현재에서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야 했는데 핵심을 도나의 과거로 정해버렸으니 여기서 스토리의 승부수를 봐야만 했는데 그 지점이 미비했다고 본다. 이는 뮤지컬 영화들이 지니는 한계점이기도 하다. 스토리의 재미적인 측면 말이다. 신나는 노래와 아름다운 배경이라는 무기를 지니고 있는데 스토리가 너무 진지하게 빠지면 이를 자랑할 시간을 가지기 힘들다. 뿌려둔 스토리를 정리하는데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스토리와 무대의 매력이 더해진 뮤지컬 영화인 <마이 페어 레이디>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보면 이런 점 때문인지 상영시간이 3시간이 넘어간다. <맘마미아!>는 가족이라는 구성원 내에서 이야기를 해결했기에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상영시간을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2탄은 가족 간의 갈등을 다루기보다는 1탄에서 하지 못한 부록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스토리적인 재미는 찾기 힘들다무대적인 재미나 음악적인 즐거움은 있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긴 힘들다그날의 나처럼 정말 피곤해서 또는 굳이 갈등이 주가 되는 걸 싫어하는 분들 또는 즐거운 영화나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하지만 1탄의 매력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분들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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