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올리는 작품이니 개연성이 많이 떨어져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기본적인 배경 – 히로시마
*일본어 한국어 영어
s#0 성당. 낮.
카메라, 성당 입구부터 천천히 안쪽으로 비춰. 울려 퍼지는 찬송가 소리. 대부분 나이든 사람들 혹은 절름발이나 팔이나 눈이 없는 남자. 찬송가를 부르거나 애절하게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리고 있어. 찬송소리가 멈추고 교단 앞에 서는 알렌 신부. 알렌, 찬송가를 펼쳐들고 헛기침(입 쪽에 가져다 댄 손과 움직이는 목젖 클로즈업)
알렌 : (성호를 그으며)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성도들 : (따라서 성호를 그으며) 아멘
알렌 : (두 손을 성도들을 향해 올리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어제도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너무나도 빨리 주님의 곁으로 떠났습니다. 주님께서 우리 형제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들이 이 땅에 있을 시간을 너무 짧게 정해놓았습니다.
카메라, 성도들의 모습 비춰져. 신도들, 짧게 탄식을 내뱉거나 두 손을 모으며 주님을 외쳐.
알렌 :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주님이 주신 시련을 견뎌내야 합니다. 주께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게, 주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전쟁의 공포를 떨쳐내야 합니다.
s#0-1 성당지하. 낮.
카메라, 알렌 신부의 모습에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 목조로 된 건물바닥을 지나 지하로 향하는 카메라. 성당지하실. 창문 하나 없는 곳에서 사람들이 테이블에 모여서 마작을 하고 있어. 대부분이 신체가 성하지 않거나(팔이 한쪽 없거나 다리를 절거나) 나이든 사람들. 방 안을 가득 채운 담배연기. 카메라 천장서부터 시선을 옮겨 구석진 곳의 테이블 비춰. 진석, 벽 쪽에 앉아 마작을 두고 있어.
s#0-2 성당. 낮.
알렌 : 여러분, 우리 형제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그 춥고 배고픈 전쟁터에서 형제들이 따뜻함을 느낄 것이 무엇이겠느냐 말입니다.
s#0-3 성당지하. 낮.
진석의 눈 클로즈업. 진석, 눈알을 돌려. 카메라, 진석의 시선으로 앞의 세 사람을 번갈아 바라봐. 카메라, 진석의 패를 비춰. 진석, 손가락을 움직여 패를 문지르고 패, 모양이 바뀌는 거 클로즈업.
s#0-4 성당. 낮.
알렌 : (얼굴이 시뻘게져서) 따뜻한 밥, 포근한 담요, 지켜줄 무기! 그게 다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여러분? 어디서,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대체, 대체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형제자매 여러분!
성도들, 서로 얼굴만 쳐다보거나 궁금한 눈으로 신부를 바라봐. 알렌,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알렌 : 형제자매 여러분. 지금 전쟁터에 나가있는 우리 형제들에게는 돈이 필요합니다.(손가락으로 0을 그리며)
s#0-5 성당지하. 낮.
진석,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어. 불을 붙이고 일부러 강하게 연기를 옆 사람에게 부는 진석. 옆 사람, 기침을 내뱉어. 진석, 일어나서
진석 : 아이고, 이거 미안합니다.
진석, 옆 사람의 등을 쳐주는 척 하며 반대편 손으로 누워있는 패하나 재빨리 바꿔.
s#0-6 성당. 낮.
알렌 :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형제자매 여러분이 피땀 흘려 번 그 돈은 천국에서는 그저 종이쪼가리일 뿐입니다. (열을 올리며) 하지만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는 그 쪼가리 하나가 천국에 여러분이 살 집을 짓는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이(지폐를 집어 들며) 조각이 여러분들의 형제들에게 따뜻함을 주며 천국에 집을 지을 수 있는 재료란 말입니다! 할렐루야, 아멘!
성도들 : 아멘!
성가대, 찬송가를 부르고 알렌 따라 불러. 헌금함을 돌리는 성도들. 방언이 터진 거처럼 기도를 드리며 실눈으로 성도들이 헌금 내는 걸 바라보고 있는 알렌.
s#0-7 성당지하. 낮.
울러 퍼지는 찬송가 소리. 진석, 담배를 벽에 끈다.
도박꾼1 : 뭐야, 아직도 난 사람 없는 거야? 애들이랑 마누라 데리러 올라가야 하는데.
도박꾼2 : 야야, 판 깰 생각하지 마.
도박꾼3 : 아, 하나만 더 나오면 되는데 더럽게 안 나오네.
진석, 슬쩍 미소를 지으며
진석 : 하, 벌써 찬송가가 나오네. 여러분, 집에 갈 시간입니다. 그럼 안녕~
진석, 자신의 패를 내린다. 14개의 패로 오름. 노름꾼 셋, 망연자실한 표정.
진석, 미소를 지으며
진석(보이스 삽입) : (진석의 얼굴 클로즈업) 잘 가라, 쪽바리 새끼들아.(미소)
s#0-8 성당 문 앞. 낮.
알렌, 문 앞에 서서 성도들 한 명, 한 명에게 악수.
할머니 성도 : (알렌을 격하게 껴안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 신부님! 할렐루야!
알렌 : 할렐루야, 그랜마
할머니 성도, 지나가고 성도 둘 더 악수를 나눠. 모자를 눌러쓴 진석, 알렌과 악수를 해. 알렌의 소매 사이로 돈을 집어넣는 진석.
알렌 : 할렐루야, 겜블러, 지하에서 은총이 가득하길.
진석, 악수를 끝내고 간단한 목례 후 계단을 내려와. 윙크를 하는 알렌. 카메라 쪽으로 걸어가면서.
진석 : 뭔 주님의 은총이야. 돈에 미친 사기꾼 새끼. 내가 하느님이면 너부터 잡아갔다!
s#0-9 길거리. 낮. 음악 – jet <are you ganna be my girl>
교회에서 나오는 인파들로 길거리 가득해. 진석, 버터구이 오징어 꼬치를 들고 있는 꼬마 왼손으로 어깨를 쳐. 왼쪽을 돌아보는 꼬마. 오른손으로 꼬마의 버터구이 오징어를 가져가는 진석. 사람들 사이로 진석 사라지고 꼬마 어리둥절.(카메라, 진석이 걸어가는 시선을 향하며 꼬마에게서 멀어지는 거 보여줘) 오징어를 물어뜯으며 교활한 미소를 짓는 진석.
여기까지 인트로. 제목 후 오프닝 크레딧.
s#1 진석의 집. 낮.
카메라, 히로시마의 거리 비춰줘.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 천천히 확대되는 부둣가의 무너져 가는 폐가에 가까운 허름한 집. 집 안으로 들어가는 카메라. 다 뜯어진 다다미와 금간 곳이 많은 나무로 된 벽. 바닥에 놓인 이부자리를 치우는 진석. 그 옆에서 고양이 누워 있어. 아래 나무판자를 떼어내고 안에 있는 나무 상자를 여는 진석. 상자 안에는 엔화가 가득해. 주머니에서 엔화를 꺼내 채우는 진석.
진석 : (돈을 세며) 어디 보자, 오늘 이만큼 땄고, 알렌한테 수수료는 이만큼 얼마 줬고, 그리고...
진석(보이스 삽입) : 어머니, 대한제국의 밤은 어떤가요? 이곳 히로시마는 가슴 시리도록 춥습니다. (진석, 돈을 꺼내 주머니에 넣고 상자를 닫아.) 어둠이 쌀쌀해질 때면 어머니는 우리 형제들 몰래 부엌에 나가 아궁이에 불을 지펴주곤 하셨지요.(진석, 뒷문을 열고 나가. 일본어로 ‘화장실’이라 적힌 문을 여는 진석. 나무로 된 방에 바닥이 뻥 뚫려 있어. 구멍 아래로 보이는 출렁이는 물결) 방바닥이 점점 따뜻해질 때면 어머니의 체온이 그리워졌습니다. 어머니의 팔베개를 베고서야 마음이 따뜻해지고 서서히 잠이 들곤 했지요.(진석, 구멍 아래로 고개 내밀어. 바닥에 붙은 공간 안의 상자를 집는 진석) 오늘 같은 날이면 그 포근함이 그립습니다.(상자를 여는 진석. 상자 안에는 엔화가 가득 들어있어. 상자 위에 붙어있는 진석과 재석이 찍은 사진. 상자에 돈을 넣고 닫는 진석. 상자에는 한국어로 ‘마지막 독립자금’이라 적혀 있어. 클로즈업) 어머니, 제가 집으로 돌아갈 때면 다시 어머니의 팔을 베고 잠을 청할 수 있겠죠?(방 안. 상 위의 편지를 봉투에 넣는 진석. 진석, 다른 봉투에는 돈 집어넣고 둘 다 주머니에 넣어. 자고 있는 고양이의 등을 한 번 쓰다듬고 문을 열고 거리로 나가는 진석.) 제가 돌아갈 때면 조국은 독립의 영광을 누리고 있겠죠?
s#1-1 부둣가. 낮.
부둣가에 서 있는 진석. 진석, 고개를 들어 바다와 하늘을 바라봐.
진석(보이스 삽입) : 어머니, 점점 어머니 얼굴이 잊혀져갑니다. 어머니의 얼굴을 잊어버리기 전에 전,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 꼭..... 돌아갈 겁니다.
진석, 고개를 돌린다. 카메라를 목에 메고 손에 수첩을 쥔 정훈. 진석 쪽으로 걸어온다. 진석의 옆에 선 정훈. 진석, 주머니에서 두 개의 봉투를 꺼내 정훈에게 건넨다.
진석 : 야, 그거 사왔냐?
정훈,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에서 엿을 꺼내. 엿을 꺼내 빠는 진석.
진석 : 음~ 맛쪄~
정훈 : (봉투 안을 보더니 놀라는 표정으로) 하하, 자넨 항상 느끼는 거지만 기복이란 게 없군. 일본 녀석들이 돈이 많긴 한가 보네.
진석 : 쪽바리 새끼들도 개털이다, 요즘. 도박판에서 거의 살아서 번 돈이야, 그거. 암튼 편지, 어머니에게 전하는 거 잊지 마라. 어머니한테는 나 잘 지낸다고 전해줘. 그리고 그 돈, 간수 잘해라. 요즘 여기 순사 새끼들 수틀리면 막무가내로 수색하니까.
정훈 : 알겠네. 걱정하지 말게나.(카메라, 정훈의 손 클로즈업. 정훈, 카메라 안에 필름 대신 두 봉투 담아.) (정훈, 고개를 들고) 자네도 몸조심하고.
진석 : 그래, 나중에 라면이나 한 그릇 하자. 그리고 엿 좀 더 사와라. 1개가 뭐냐, 매번. 쪼잔하게. 아, 그리고 그 말투 좀 바꿔. 너무 아재 같아.
진석, 뒤돌아 선채 걸어가. 손을 들어 인사. 정훈, 멀어지는 진석을 바라보며
정훈 : 허허, 내 라면 먹자는 말만 10번은 넘게 들었다! 불쌍한 녀석. 좀만 더 버티거라. 독립만 되면 네 녀석은 무조건 한 자리 할 테니.
s#1-2 부둣가. 낮.
시내 쪽으로 걸어가는 진석. 카메라 뒤에서 진석을 찍고 앞에서 고양이를 안은 마오가 진석에게 졸졸 달려와.
마오 : 어디 갔었어? 찾았단 말이야! 마오도(고양이를 보면서) 료헤이 보고 싶다고 울었어.(고양이 야~~옹 하고 울어)
진석 : 뭐야, 네 이름이 마오잖아. 고양이 이름도 마오라고 지은 거야?
마오 : 응. 얘 이름도 마오라고 지었어. 마오가 중국어로 고양이라는 뜻이야. 료헤이 바보. 몰랐지?
진석, 시내로 걸어가고 마오, 졸졸 뒤따라와. 손을 잡는 마오. 진석, 한 번 뿌리치나 다시 잡고 뿌리치기 포기.
s#1-3 시장. 낮.
진석, 마오를 쳐다봐. 고양이와 볼을 비비며 웃고 있는 마오.
진석(보이스 삽입) : 어머니, 살다보면 참 희한한 일이 다 있습니다. 제가 말했죠? 독립하기 전에는 여자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라고.
마오, 긴토키의 가게 쪽으로 걸어가며
마오 : 히히, 먹을 거다, 먹을 거.
마오, 닭꼬치를 집어 들어.
진석 : 야, 그거 먹지 마. 그거 비둘기 꼬치야.
긴토키 : 쉿! 비둘기 꼬치라니. 말이 너무하구만, 이 친구.
진석 : 이봐, 아저씨, (진석, 긴토키 옆으로 가 귀에다 대고) 어제 저 대야에서(대야를 가리키며) 비둘기 손질하는 거 내가 다 봤거든?
긴토키 : 아, 다 봤어? 한 번만 봐주게나. 그래도 바다 비둘기는 나름 깨끗하다네.
마오, 꼬치를 먹으며
마오 : 히히히, 맛있다, 맛있어.
진석, 한숨을 내쉬며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재빨리 채가는 긴토키. 미소를 지으며 진석을 쳐다봐. 뻥 뚫린 앞니.
진석(보이스 삽입) : (진석, 입꼬리가 올라간 좀 열받은 표정) 어쩌다 보니 먹성 좋은 바보한테 빠졌습니다. 하루 종일 먹을 생각만 합니다. 그리고 먹죠.(마오 얼굴 클로즈업. 닭꼬치 소스를 잔뜩 묻히고 먹고 있는 마오)
마오 : (진석의 손을 잡아당기며) 마오, 오징어 먹고 싶어. 오징어 먹으러 가자.
진석, 마오의 손에 이끌려 가며
오징어 매장 앞에 멈춰선 마오. 마오, 오징어 꼬치를 들고 웃어. 진석, 살며시 미소를 지어.
진석(보이스 삽입) : 어머니, 가끔 두려운 생각이 듭니다.(카메라, 마오의 웃는 얼굴을 비춰) 가끔, 정말 가끔이지만 (진석, 미소를 거두고 약간 근심이 담긴 표정으로) 전, 제 마음이 점점 변해가는 게 두려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