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도전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도전할 때 두려움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든 이들이 같진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나이가 그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전은 젊음의 산물 같고 시작은 새로 써나갈 시간에 두려움을 품게 만듭니다. 20대 후반만 되어도 늦었다 싶지만 30대가 되면 그 시절이 늦지 않을 때였단 걸 알게 됩니다. 40대면 30대를 그리워하며 왜 두려워했는지 아쉬워합니다.
제 친구는 20대 후반에 세 번 직장을 바꿨고 일을 그만뒀습니다. 새로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는 제 말에 ‘네가 몰라서 그렇지 요즘은 20대 후반만 되어도 너무 늦은 거다’라며 화를 냈죠. 하지만 그 친구는 회계라는 새로운 영역을 공부했고 30대 초반인 현재 자기도 이렇게 잘 맞을 줄 몰랐다며 만족스럽게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도전과 시작이 힘든 건 0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는 점 때문일지 모릅니다.
작가 지망생이란 표현이 어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작가하면 자가출판도 가능하고 블로그나 SNS 등을 통해 글을 쓸 수도 있으니 말이죠. 20살의 저는 신춘문예 등단을 꿈꿨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다양한 글쓰기 동아리와 학회에 가입했고 자체적으로 소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시나 소설을 쓸 때마다 주변에서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고, 때문에 꿈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나도 꿈에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1년 차에는 아직은 더 보고 배워야 되는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2년 차에는 아직 매끄럽지 못하다고 생각했죠. 3년 차에는 군 입대를 앞두고 있었기에 더 욕심이 났습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기적이나 아름다운 실패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처럼 또 떨어졌고 군 입대 전 꿈을 위해 한 발짝 나아가고 싶다는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죠.
군 제대 후에는 마음이 더 조급해졌습니다. 학과에는 이미 등단을 한 후배들이 있었습니다. 시인도 있고 극작가도 있었으며 웹소설 작가로 데뷔해 돈을 벌고 있는 재능을 인정받은 후배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공모전에 도전했지만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도 있다는 걸 깨달을 뿐이었죠. 그렇게 졸업이 다가오던 시점에 한 교수님께서 제가 글을 쓴다는 걸 알게 되셨습니다. 그 교수님은 여태까지 썼던 글 중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편을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제 글 하나하나를 다 읽어주신 교수님은 창작 쪽으로는 재능이 부족하단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다만 평론 쪽으로는 재능이 있으니 그쪽으로 진로를 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평론 쪽을 준비하기에는 문학적인 소양도 부족했고 평론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니라 자신도 없었습니다. 계속 작가를 꿈꾸기에는 스스로가 너무 지쳐버린 시기였습니다.
새로운 시작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다가왔습니다. 제가 다음 브런치에 올린 글을 보고 한 인터넷 신문사에서 제의가 온 겁니다. 제가 쓴 글들을 쭉 읽어봤다며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그 제안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글을 쓴다는 점에서 같은 일처럼 보이지만 기자와 작가는 다릅니다.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면 기자는 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글을 씁니다. 기사거리가 없다면 기자는 흥미로운 글을 쓸 수 없습니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저에게 ‘남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 기자의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매 순간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라는 회의감이 들었고 내 작품이 아닌 남의 작품을 보고 글을 써야 된다는 사실이 어둡게 다가왔습니다. 이 마음이 바뀐 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입니다. 영화 홍보 관계자분들이나 인터뷰를 했던 분이 기사를 잘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연락을 주실 때마다 마음 한 구석에서 기쁨을 느꼈습니다.
누군가 내 글을 보고 있구나,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즐거움을 느끼는구나 라는 생각은 지난 몇 년간 혼자서 글을 쓰고 평가를 받아왔던 시간들이 얼마나 외롭게 다가왔는지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시작을 포기라고 생각한다면 도전은 이뤄질 수 없습니다.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해서는 100번의 면접을 봐야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삶은 많은 도전을 요구하고 시작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필요로 합니다.
마침표를 찍을 위치를 고민하면 문장을 쓸 수 없습니다. 한 줄의 완벽한 문장을 쓰기보다 어려운 건 문장을 시작하는 겁니다. 개그맨 박명수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늦었을 때다 너무 늦었다”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늦었다는 생각은 좌절이 아닌 시작을 향한 신호입니다. 고민보다는 고(GO)를 생각할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늦었다 생각이 들면 도전하세요. 시작은 그렇게 이뤄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