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

내 글을 위한 '포장의 기술'


유치원에 다닐 때 어머님들이 돌아가면서 반찬을 싸주셨다. 그때 정말 먹기 싫었던 음식이 알탕이었다. 꼭 알탕을 해서 보내는 어머님이 있어서 알탕과 마주해야 했다. 그때는 알탕의 모양이 참 싫었다. 음식의 모양이 징그럽게 생겨서 맛도 이상할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각은 미(美)에 예민하다. ‘첫눈에 반했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외적으로 보이는 것에 많은 부분을 의존한다.


식당에 걸어둔 음식 사진이 맛이 없어 보이면 발걸음이 가지 않는다. 혀가 느끼는 맛 못지않게 눈이 느끼는 맛도 충족시켜야 한다. 음식점에서 괜히 예쁜 접시에 맛깔나게 음식을 담아주는 게 아니다. 남에게 내 음식을 먹어달라고 말할 정도면 그 정도 성의는 보여야 한다. 글 역시 마찬가지다.


요즘 나오는 책은 내가 대학시절에 보던 책과 다르다. 디자인에 있어 가독성을 우선시한다. 표지가 깔끔하고 한 장에 많은 글자를 넣지 않는다. 읽기는 인내의 과정이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제발 한 번만 봐 달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영상은 눈만 뜨고 있으면 알아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책은 읽어야 한다.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을 쉽게 만들어주는 게 디자인이고, 이런 디자인이 중시해야 하는 게 가독성이다.


이런 가독성은 인터넷 공간에서는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에 하루에 올라오는 글은 서울에서 가장 큰 도서관 전체를 책으로 꽉 채울 수 있을 만큼이라고 한다. 그만큼 우리는 많은 텍스트를 생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때문에 내가 인터넷에 올린 글은 엄청난 경쟁을 뚫고 여러분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만약 영화나 드라마였다면 눈에 들어온 순간만으로 완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영상물도 지루하거나 재미가 없다 싶으면 끝을 보기 전에 접는다. 글은 수동적인 과정이다. 하나하나 눈으로 읽어가며 해석해야 한다. 가독성이 좋지 않다면 읽지 않는다. 때문에 현대의 글쓰기는 가독성과의 싸움이다.


요즘 에세이의 경우 한 페이지에 많은 글을 넣지 않는다. 하루에 간단히 한 챕터를 읽을 수 있는 분량과 핵심적인 내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문장 구성이 중요하다. 소설처럼 긴 흐름이나 전문서적처럼 지식이나 정보를 요구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은 이야기의 흡인력이, 전문서적은 필요한 지식이 담겨야 하기에 긴 분량이 가독성을 떨어뜨리지 않는 반면 에세이는 명료한 구성이 핵심이다.


이는 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보통 기사는 전문적인 칼럼이나 에세이, 분석기사가 아니라면 A4용지 한 장에서 한 장 반 분량을 가장 이상적인 분량으로 본다. 그 이상을 넘어가면 독자들이 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신문이 아닌 온라인 포털을 통해 기사가 소비되는 만큼 이에 맞춰 분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는 사진을 많이 올릴 필요가 있다. 사진은 쉼표와 같다. 잠시 시선이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문장 구성력이 뛰어나지 않은 작가의 경우 시선을 분산시킬 필요도 있다. 오랜 시간 글에 독자를 붙잡아두기 힘들기 때문이다. 잠시 쉴 틈을 주고 다시 글을 읽을 시간을 줘야 한다.


예쁜 사진은 시선을 사로잡기도 한다. 요즘은 책이 표지부터 내지까지 참 예쁘게 디자인 되어 있다. 책을 소장하게 만들고 읽고 싶게 유도한다. 블로그나 브런치의 경우도 사진이 더 선명하거나 GIF 형식으로 움직이는 사진(흔히 움짤)의 경우 더 흥미를 자극하기 마련이다. 같은 내용이더라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글을 읽을지 말지가 결정된다.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정말 많다. 이 사람들 중 자신의 생각과 의견, 이야기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글을 포장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길가에 버려진 물건은 그 자체로는 가치가 없지만 예쁘게 포장하면 선물이 된다. 같은 볼펜이더라도 포장 하나로 가치가 더 높아진다. 많은 사람들에게 내 글을 소개할 때는 ‘포장의 기술’도 중요하단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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