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도 장점이 있다

단점을 보완하기 보다 장점을 닦아라


내 글에 가장 큰 단점은 비슷한 문장구조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기사의 경우에도 ‘보여준다’ ‘선사한다’ ‘선보인다’로 문장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오마이뉴스 투고 당시 편집부에서 연락이 온 적이 있었다. ‘요즘 글을 너무 못쓴다’라는 게 이유였다. 내 글은 달라진 게 없다. 다만 같은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지루하고 너저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는 한 사람을 오래 만날 때 일어나는 현상과도 같다. 처음에는 신선하고 독특하게 여겨졌던 그 사람의 장점들이 점점 매력을 잃는다. 새로운 모습이나 높은 수준을 반복적으로 선보이지 않고서야 이런 느낌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럴 때 밀고 나가야 하는 게 있다. 바로 자신이 지닌 장점이다.


축구로 치자면 스피드가 빠른 선수는 스피드를 주 무기로 삼을 수 있는 팀에 있어야 한다. 역습위주의 전술을 짜는 팀으로 가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 패스가 장점인 선수는 패스 플레이를 중시하는 팀이 어울린다. 패스 위주의 팀에 역습에 능한 선수가 간다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문학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고, 글의 구성에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소설도 장면묘사를 풍부하게 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대사 위주로만 이뤄진 작품도 있다. 장면묘사에 자신이 있다면 장면묘사를 중심으로, 대사를 맛깔나게 쓸 수 있다면 대사 위주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게 좋다. 단점을 극복하는 건 힘든 일이며, 단점이 장점의 수준으로 올라가는 건 더더욱 어렵다.


축구를 잘하는 학생은 축구만 해도 운동을 잘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굳이 농구도 잘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 글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영역과 모든 부분에서 완벽할 필요는 없다. 장점을 갈고 닦아 날카롭게 만들어 독자의 마음을 강하게 찌를 수 있다면 글을 잘 쓰는 작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경우 장면묘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작가가 아니다. 후기작으로 갈수록 독자를 세계관에 몰입시키기 위한 장치나 꼼꼼한 구성을 선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그가 여전히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유는 풍부한 상상력과 높은 가독성, 흥미를 자아내는 소재 때문이다. 다방면에 걸쳐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쓸 수 있다는 점 역시 그가 지닌 장점이다.


우선은 다양한 글을 써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시나 소설, 에세이, 칼럼, 시나리오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다 보면 자신이 가장 잘 쓰는 분야가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다. 분야를 발견하면 그 분야 안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해야 한다. 이 스타일이 장점이다. 누군가 내 글을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한 마디로 팬을 만드는 무기다.


그렇다면 내가 ‘요즘 글을 너무 못쓴다’라는 말을 들은 이유는 이 장점이 무뎠기 때문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칼럼이나 리뷰 기사는 한 영화에서 할 수 있는 분석은 대게 비슷하다. 때문에 새로운 시각 또는 이 영화가 사회적인 문제와 엮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어떻게 하면 많은 이들이 관심을 지니게 유도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 된다.


이 두 가지를 보여주는 건 쉽지 않다. 새로운 시각은 공감이 이뤄져야 한다. 개인적이거나 이해하기 힘든 시선은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환영받지 않는다. 사회적인 문제와 엮는 건 많은 부분에서 일치가 있어야 한다. 누가 봐도 이 작품이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작품과 문제를 선정해야 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영화 관련 글은 영화에 관한 정보나 비평지식에 바탕을 둔 분석, 개인적인 감상의 호불호에 머무른다. 나 같은 경우도 이런 단계에 머물렀고 정기자가 있는 오마이뉴스 입장에서 신선함이 사라진 글을 계속 받아줄 이유가 없어졌다. 장점을 계속 발휘하지 못하면 단점이 도드라지기 마련이다.


내 글에 장점이 있다면 이 장점을 계속 닦아야 한다. 장점이 무뎌지면 단점이 보이게 된다. 하루하루 정성을 다하던 애인이 잠시 나태해지면 장점 때문에 보이지 않던 무수한 단점이 드러나듯 말이다. 세상에 완벽한 글은 없다. 또 단점 없는 사람도 없다. 남이 나를 사랑해 줄 수 있는 장점을 살릴 때, 나의 글은 더 찬란하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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