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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뤄지지 않는 사랑, 비극적인 멜로영화 10편


1. 상실의 시대

감독 레아 풀/주연 파이퍼 페라보, 제시카 파레, 미샤 바튼


'누군가를 잊는다는 건........'


세 명의 여학생이 있다. 그들은 모두 가슴에 아픔을 품고 있다. 세 사람의 공통된 아픔은 '모성의 상실' 폴리와 토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다. 두 사람은 여자지만 서로를 사랑한다. 이들의 상실된 모성이 서로를 끌리게 한다. 하지만 서로의 관계가 들통날 위기에 처하자 토리는 부인한다. 그녀는 폴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토리가 폴리를 멀리할수록 폴리는 토리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모성의 상실이 왜곡된 사랑으로 표현되는 것만이 이 작품이 가진 매력의 전부는 아니다. 섬세한 상실의 감정. 주인공은 폴리와 토리지만 극을 진행하는 메리의 섬세함와 상실감이 이 작품이 가지는 최고의 장점이다. 죽은 어머니의 얼굴이 점점 잊혀져 간다는 메리. 상실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 순간, 그녀는 다시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린다.


2. 사랑의 유형지

감독 츠루하시 야스오/주연 토요카와 에츠시, 테라지마 시노부


'당신이 준 이 시간, 잘 보낼게'


두렵습니다. 당신과의 이 시간이 끝날까봐, 난 두렵습니다. <사랑의 유형지>가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이 대사 때문이다. 난 사랑이 두렵다. 이 관계가 끝날까봐. 이 영원할 것만 같은 행복이 결국 끝날 것을 알기에 난 두렵다. 키쿠지와 휴우카. 작가와 애독자의 관계로 만난 두 사람은 이내 격렬한 사랑에 빠져든다. 오직 휴우카의 얼굴 한 번 보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해 휴우카를 만나러 가는 키쿠지. 그리고 그와의 사랑에 푹 빠진 휴우카.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각자의 배우자가 있다. 검사는 '키쿠지가 휴우카를 죽였다'라는 사실보다 '휴우카가 키쿠지가 자신을 죽이도록 유도했다'는 사실에 더욱 의문을 품는다. 그리고 그녀가 남긴 말. '우리의 사랑이 끝날까봐 두렵다' 그래서 휴우카는 택했다. 키쿠지를 '사랑의 유형지'로 보내기로.


3.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감독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주연 그라지나 자폴로스카, 올라프 루바젠코


'당신의 외로운 뒷모습을 내가 안아줄게요'


순수한 '첫사랑'은 사랑의 실체에 충격을 받기 마련이다. 도메크는 순진한 우체부다. 그는 맞은편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마그다를 좋아한다. 그녀를 우체국으로 부르기 위해 송금표를 조작하고, 몰래 우유를 배달하고, 편지를 훔치는 등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을 실천한다. 도메크가 한 행동을 알게 된 마그다는 그가 용기내 한 고백에 육체적인 유혹을 감행한다. '이것이 사랑의 전부'라는 말에 충격을 받고 자살을 시도하는 도메크. 도메크의 집을 향한 마그다는 알게 된다. 그가 망원경으로 자신을 봐왔다는 것을. 그녀는 방에서 혼자 고독과 슬픔에 맞서 싸웠다. 그럴 때마다 그녀 모르게 도메크는 그녀의 슬픈 뒷모습을 안아주었던 것이다. 그것이 도메크의 '사랑'이었음을 마그다는 뒤늦게 알게 된다.



4. 사랑을 위한 죽음

감독 폴 버호벤/주연 모니크 밴 드 벤, 롯거 하우어


'빗속에서 와인을 마셔본 적 있니?'


사랑이라는 건 항상 아름답기만 하지 않다. 사랑은 집착이며 열병이고 잔혹하다. 우리는 <러브 액츄얼리>처럼 이뤄지는 사랑을 꿈꾸지만 그 실상은 <블루 발렌타인>에 가깝다. 아름다움이 빛나는 건 그 이면에 잔혹한 어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어둠조차, 잔혹한 집착조차 아름다운 것이 사랑이다. 이 작품은 한 젊은 커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거칠고, 잔혹하며, 더러운. 하지만 그들의 그 격렬함에 아픔을 느낄 수밖에 없는 사랑. 이 영화는 딱 한 장면, 빗속에서 와인을 마시는 장면 때문에라도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순간, 그 어떤 잔혹함과 더러움도 빗속의 두 사람처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워질 수 있으니까.



5. 가위손

감독 팀 버튼/주연 조니 뎁, 위노나 라이더


'이룰 수 없는 피노키오의 사랑'


피노키오는 인형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피노키오는 인간이 된다. 이 작품의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은 맨 처음 장면이다. 에드워드를 만든 박사는 두 손을 들어올린다. 그는 '가위손'을 가진 에드워드에게 손을 이식해주려고 하지만 그 직전, 죽고 만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가위손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한다. 하지만 그 자신의 '사랑'만은 이루지 못한다. <가위손>이 아름다운 건 마치 투명한 얼음처럼 티 없이 깨끗한 사랑이 녹아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에드워드의 손이 가위였기에 그는 킴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었지만 손이 아니었기에 사랑을 이룰 수 없었다. 




6. 무기여 잘 있거라

감독 프랭크 보제즈/주연 게리 쿠퍼, 헬렌 헤이즈


'자유를, 그리고 사랑을!'


전쟁은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사랑도 예외가 아니다. <러브 앤 워>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은 대문호 헤밍웨이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 원작이다. 의료병 헨리는 간호사 캐서린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공간은 '전장' 부상을 당한 헨리는 캐서린과 함께 지내면서 더 사랑이 진해지고 캐서린은 헨리의 아이를 임신한다. 하지만 최전방으로 가게 된 헨리는 누명을 쓰고 처형당할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캐서린은 출산을 하면서 위기를 겪게 된다. 헨리가 이야기하는 자유는 사랑을 말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로버트 조단을 움직였던 그 힘, 진정한 사랑은 진정한 자유 하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7. 베스트 오퍼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주연 제프리 러쉬, 짐 스터게스, 실비아 획스


'그 순간, 내 감정만은 진심이었음을'


찰나의 순간이라도, 그것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내 감정이 아직도 뛴다면. 그 사람이 내게 주었던 사랑이 가짜임을 알면서도 그 사랑이 잊혀지지 않는다면 그건 내 사랑이 '진짜'였기 때문이다. 경매사이자 감정가인 버질은 한 집의 예술품을 감정해줄 것을 의뢰받고 그곳의 신비한 집주인 클레어에게 사랑을 느낀다. 한 평생을 거짓과 진실만을 구분하면서 살아온 남자. 그는 그녀의 사랑을 '진실'이라 여기고 그 감정에 취한다. 누군가는 생각할 것이다. 버질이 호구라고. 그러니까 저리 당한 거라고. 하지만 난 이렇게 생각한다. 그는 마지막까지 최고의 감정가였다고. 그가 감정한 그의 마음은 '진짜'였다. 그래서 그 사랑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에게 다가왔던 최고의 제안(베스트 오퍼)였기 때문에.



8. 레스트리스

감독 구스 반 산트/주연 미아 바시코브스카, 헨리 호퍼


'죽음이 우리 두 사람을 갈라놓기 전까지'


첫 만남부터 남다르다. 에녹은 부모님의 장례식장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애나벨을 만난다. 세상을 등진 소년은 귀신 친구 히로시를 통해 알게 된다. 진심을 전할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것을. 그는 원한다. 남은 시간 동안 애나벨에게 소중한 시간만을 선사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사라질수록 에녹의 마음은 조급해지기만 한다. 최루성 멜로? 맞다. 하지만 거장 구스 반 산트의 손을 탄 이 작품이 주는 '진심'의 깊이는 꽤나 깊다. 영화 <두꺼비 기름>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잊혀지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지금 말해달라. 사랑한다고.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당신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9. 블라인드

감독 타마르 반 덴 도프/주연 요런 셀데슬라흐츠, 핼래너 레인


'아름다운 장님 소년과 추녀'


혹시 알고 있는가? 외면보다는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감동을 받는 대부분의 사랑 이야기는 외모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는 것을. 그만큼 '사랑'이라는 것에는 외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나를 위한 헌신도 사실 그 사람의 외적인 모습이니까. 이 작품 블라인드는 이런 사랑에 반기를 든다. '본질을 보라' 사랑의 본질을 보라니. 너무나도 어려운 이야기다. 그래서 작품은 역설적인 사랑을 시작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소년과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못생긴 추녀. 이 두 사람의 사랑을. 소년은 눈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후천적인 장님이고 자신의 처지 때문에 포악해진다.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는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하지만 다 허사다. 소년의 성격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마리아라는 여인을 고용한 어머니. 그녀는 어린 시절 당한 학대로 인한 흉터로 인해 못생긴 얼굴을 지닌 나이 많은 추녀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외면을 보고 피하는 사람들은 알 수 없는 평온한 목소리와 고고한 기품이 있다. 소년은 내면의 눈으로 그녀를 본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다. 시력을 회복한 소년은 찾을 수 없다. 눈으로 바라보는 그 어떤 아름다움도 자신을 떠난 마리아에 비할 수 없다. 그리고 소년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 '아름다운 사랑'을 되찾기 위해. 사랑의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



10. 하얀 면사포

감독 장 클로드-브리소/주연 바네사 빠라디, 브루노 크레머


'미안해요, 난 사랑을 몰랐어요. 그러니, 그러니 제발 용서해 주세요'


마틸드는 퇴학 위기의 문제아다. 하지만 철학교수 프랑소와는 그녀의 불우한 가정사와 환경을 알고 그녀에게 애정을 준다.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처음 자신을 향한 관심을 받은 마틸드는 유부남인 프랑소와에게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그 사랑은 삐뚤어진 방향으로 나아간다. '어떻게든' 프랑소와를 손에 넣기 위해 마틸드는 그를, 그리고 그녀를 파괴시켜 나간다. 처음 하는 사랑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무엇이 나를 그리고 상대를 위한 방법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실수를 한다. 하지만 때론 그 실수가 상대는 물론 자신에게도 헤어나오기 힘든 상처로 남는다. 그녀는 그저 받지 못했을 뿐이다. 단 한 번도 어떠한 사랑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사랑하는 법을 몰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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