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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과 독창성

대중성에는 친숙함이 있다. 익숙하기에 더 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는 힘이 있다. 상업영화는 이런 대중성이란 코드를 통해 다수의 관객을 상영관으로 이끈다. 많은 사람들이 보았기에 영화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진다. 영화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영화를 보고 다양한 글을 쓴다. 그리고 영화에 따라 조회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매번 실감한다.     


대중성이 높은 영화의 특징은 익숙함 속에 새로움을 담고 있다. 진부함을 의미하는 클리셰의 측면을 지니고 있지만 이 클리셰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두 편 모두 천만 관객을 동원한 <신과함께> 시리즈를 예로 들자면 판타지 세계관을 높은 수준의 기술력으로 재현한 부분은 새로운 측면이다. 이전에도 동일 장르에서 몇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국내에서 이 영화만큼의 기술적인 수준을 보여준 작품은 없었다.     


여기에 더해진 익숙함이 신파다. 신파의 요소는 눈물샘을 오랜 시간 자극해 어떻게든 눈물을 짜내려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슬픔의 정서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익숙함을 지닌다. 1탄에서 자홍과 수홍 형제의 우정, 2탄에서 할아버지가 죽으면 홀로 남겨질 아이가 걱정되어 그들을 지키는 성주신의 모습은 판타지의 새로움 속 익숙한 신파로 극적인 균형을 잡는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익숙한 판타지와 동양적인 정서에서 익숙한 신파라는 두 가지가 결합하며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낸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신과함께>를 능가하는 외국영화는 많지만, 국내영화 중에는 드물다. 신파는 익숙하지만 판타지라는 양념이 독특함을 더한다. 보편성을 지니지만 익숙하지 않아 지루함을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화리뷰에서의 대중성은 무엇이고 이 대중성은 어떻게 예비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문장의 구성에도 쉽게 읽히는 문장과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운 문장이 있다. 쉽게 읽히는 문장의 특징은 간결하다. 문장 길이가 짧아 호흡을 길게 가져가지 않는다. 단어 선정에 있어서도 쉬운 단어 위주의 나열을 택한다.     


최근 영화 블로그 글의 흐름은 알기 쉬운 줄거리 요약과 길지 않은 감상과 해석이 주류다. 줄거리 요약과 감상은 독자가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선을 유지하면서 해석에 있어 새로움을 시도한다. 남들이 선보이지 않은 나만의 해석이 되어도 좋고, 남들과 같지만 나만의 언어로 표현한 해석도 눈길을 끌 수 있다.     


최근에는 하나로 이어긴 글 보다는 파트를 나눈 글이 인기를 끈다. 줄거리, 해석, 감상을 나눠 글에 담으면 읽고 싶은 부분만 찾아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트렌드는 현대인의 심리와 연관되어 있다. 현대인은 더 빠르고 쉽게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고자 한다. 긴 줄글을 읽으며 하나하나 의미를 파악하고 정보를 얻어내려는 인내심이 부족하다.     


이는 소설이나 시보다 에세이나 자기계발서가 더 인기를 끄는 방향성과도 연관되어 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 내 마음이 공감이나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글에 관심을 지닌다. 장면 하나하나를 해석해주기 보다는 많은 이들이 호기심을 지니는 장면,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기 보다는 익숙한 감정을 공감을 담아 표현하는 리뷰가 대중성을 지닌다.     


독창성은 남들과 다른 측면보다 자신만의 일관된 스타일에서 비롯된다. 온라인 공간에는 하루에만 서울에서 가장 큰 도서관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의 글이 올라온다. 자신은 독창적이라 여기겠지만 나와 비슷한 글이 사방에 깔려있다. 내가 특별하단 생각은 접는 게 좋다. 때문에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만이 독창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독창성을 추구하는 영화리뷰를 지향할 때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민에 빠진다. 첫 번째는 이 방향이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남이 내 글을 봐줬으면 하는 욕망이 있다. 글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유명해지기 싫다고 말하는 건 모순이다. 공책에 연필로 써도 될 걸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건 이유가 있다. 독창성을 갖춘 글은 대중성이 부족하기에 많은 조회수를 얻기 힘들다.     


조회수를 단순 인기나 관심 끌기 정도로 생각한다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타인에게 관심과 동의를 받지 못하는 글을 계속 써 나가는 건 뚜렷한 동기나 동력 없이는 힘든 일이다. 글을 쓰는 시간과 노력은 모종의 대가를 요구한다. 돈이나 명예, 소통 등 기대되는 결과가 충족에 이르지 못한다면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나침반을 잘못 보고 온 게 아닌가 하며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두 번째는 시간의 아쉬움이다. 독창적인 글은 대중적인 글에 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상당하다. 남들과는 다른 지점, 다른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몇 번씩 영화를 보거나 책이나 논문을 참조한다. 필자의 경우도 한때 블로그에 ‘영화, 그리고 세상’이란 코너와 ‘대결! 영화 VS 영화’라는 코너를 연재한 바 있다.     


‘영화, 그리고 세상’은 역사를 바탕으로 영화를 푸는 코너였고, ‘대결! 영화 VS 영화’는 주제의식이 비슷한 두 영화를 묶어서 소개하는 코너였다. 놀랍게도 내 기대와 달리 인기가 정말 없었다. 개봉예정작 리뷰와 영화추천 글에 비할 때 시간은 3배가 더 들었는데 결과는 반에 반도 못한 조회수를 기록했다.     


개인적인 만족이나 뿌듯함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쌓이고 또 쌓인다면 계속 자신을 다독이기 힘들 것이다. 독창적인 리뷰를 쓰고 싶다면 칭찬 하나와 관심 하나에 기뻐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쳐 줄 것이라는 앤디 워홀의 말에 도달하기 전까지 인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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