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키싱 부스> 시리즈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와 함께 넷플릭스를 대표하는 하이틴 로맨스 시리즈인 <키싱 부스>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있어 정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로맨스 영화는 감정적인 몰입을 우선시한다. 식어버린 연애세포를 깨우는 달달함을 주는 게 포인트다. 할리우드에서는 흔녀(를 가장한 미녀)가 학교 킹카와 로맨스에 빠지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 공식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하이틴 로맨스의 공식이다.
엘은 남들보다 느리게 성장한 소녀다. 그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어머니와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플린 가문의 도움을 받는다. 특히 동갑내기인 리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낸 죽마고우다. 여기서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 때부터 사용된 로맨스의 절대적인 마법인 금지된 사랑을 보여준다. 엘과 리는 서로의 관계에서 몇 가지 규칙을 정한다. 그 중 하나가 서로의 가족과 친척은 절대 넘보지 않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정한 이 규칙은 엘을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한다. 그녀가 사랑에 빠진 대상이 리의 형인 노아이기 때문이다. 듬직하고 장난끼 많은 노아는 엘에게 선망 같은 존재였다. 허나 엘을 괴롭히는 남학생을 혼내준 건 물론, 엘에게 관심을 보이지 말라는 엄포를 주변에 내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엘의 마음은 흔들리게 된다. 로맨틱 코미디는 이 흔들리는 마음이 확신으로 변하는 포인트에 힘을 준다. ‘폴링 인 러브’가 어떻게 표현되는지에 따라 두 주인공의 사랑이 지닌 아름다움의 깊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폴링 인 러브’는 제목인 ‘키싱 부스’를 통해서다. 각자의 이름을 따 OMG라 불리는 잘 나가는 여성 무리는 노아에게 접근하기 위해 엘에게 관심을 보인다. 엘은 학교 축제 때 리와 함께 할 아이디어로 키싱 부스를 제시하고, OMG는 노아가 참여하는 줄 알고 동참한다. 이로 인해 엘은 노아를 키싱 부스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 노아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끝이라 여겼던 엘은 참가자로 온 노아와 첫키스를 하게 된다.
이 키싱 부스라는 소재는 서양권의 자유분방한 문화에서 나올 수 있는 소재로 판타지적인 측면이 크게 작용한다. 자신이 이성적으로 관심이 있던 남자가 우연한 기회에 키스의 대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나와 키스를 할 수 있는 순간에 말이다. 이 지점에서 엘은 린과의 우정, 노아와의 사랑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다. 뜨거운 사랑을 택하자니 우정이 슬피 울고, 영원한 우정을 택하자니 사랑이 슬피 우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작품은 갈등구조에서 흥미를 자아내는 건 물론,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도 상당하다. 엘 역의 조이 킹은 당당함과 솔직한 면모를 보여준다. 잘 나가는 무리에 주눅 들지 않고, 성적인 담론에 수줍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당하게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며 노아와의 로맨스에서 전혀 밀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리와의 우정 사이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반전매력을 선보인다.
리와 노아의 서로 다른 매력도 포인트다. 노아는 큰 키에 다부진 몸을 지닌 정석미남이다. 6070년대 할리우드 미남 배우의 느낌이 있다. 반면 리는 요즘 스타일의 귀여운 미남이다. 노아가 듬직하다면 리는 보호본능을 일으킨다. 이런 리가 노아가 다른 여자들처럼 엘을 심심풀이로 대하려는 줄 알고 대드는 모습은 이들의 우정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며 노아에 빠져 리의 매력을 잃게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이하 내사남)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내사남>에서는 짝사랑했던 남자들에게 쓴 편지를 주인공의 동생이 보내면서 로맨스가 펼쳐진다. 편지가 ‘키싱 부스’의 역할을 한다. 여기에 흔녀 주인공과 학교 킹카 주인공의 만남, 남부럽지 않은 킹카지만 내면에 고민을 지닌 남주인공의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진다. 정석적인 로맨틱 코미디인 만큼 그 공식에 충실하다.
이는 2편에서도 마찬가지다. <내사남>은 2편에서 새로운 남자 캐릭터를 등장시켜 삼각관계를 만들었다. 학교 킹카와의 만남에서 부담을 느낀 주인공은 늦게 도착한 편지를 받은 새로운 남자 캐릭터에게 끌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키싱 부스> 2편은 먼저 대학에 간 노아와 고등학교 졸업반이 된 엘의 장거리 연애가 갈등의 씨앗이 된다. 엘은 킹카인 노아가 대학에 가서 다른 여자에 빠지지 않을까 염려한다.
노아가 클로이라는 여자와 관계를 맺고 있다 착각한 엘 앞에 새로운 매력남이 등장한다. 바로 마르코다. 이 작품의 2편은 구성적인 측면에서 1편에 비해 다소 지루한 면을 보인다. 리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 엘이 노아의 마음을 의심하는 모습 등 전편처럼 시원한 전개가 아닌 답답한 고민이 주를 이루면서 축 쳐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럼에도 이 속편이 매력적인 건 마르코의 존재에 있다.
로맨스 영화에는 ‘서브병’이라는 게 있다. 주인공끼리의 연애보다 여주인공과 서브 남주의 사랑을 더 원하게 되는 증상이다. 그만큼 서브 남주가 매력적이란 소리다. 노아가 전형적인 미국 근육질 미남이라면, 마르코는 이탈리아나 남미 계열의 자유분방한 미남의 모습을 보인다. 슬림한 몸에 근육질 몸매인 섹시한 마르코는 엘이 오해가 아니더라도 흔들릴 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흔들며 다시 한 번 연애세포를 깨운다.
유쾌하고 발랄한 로맨스를 선보인 <키싱 부스> 시리즈는 <내사남>처럼 원작소설이 3편까지 있는 만큼 3편의 제작을 앞두고 있다. 3편은 대학생이 된 엘이 노아와 펼칠 이야기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엘의 개성이 확실하고, 작품 속 남성 캐릭터들이 각자의 매력이 충만한 만큼 3편 역시 다시 한 번 연애세포를 달달하게 자극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넷플릭스에서 하이틴 로맨스를 찾는다면 <키싱 부스>와 <내가 사랑하는 모든 남자들에게> 시리즈는 꼭 놓치지 않길 바란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