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로 가는 길
12시 30분 캄보디아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다낭 공항에 11시쯤 도착했는데, 내가 탈 비행기가 취소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창구의 직원은 오후 6시 45분 비행기 티켓을 주면서, 50달러를 보상금으로 돌려주었다.
그리고 그동안 쉴 수 있도록 호텔과 호텔까지의 왕복 택시, 그리고 점심까지 제공해 주겠다고 했다. 아마도 내가 타기로 한 비행기의 승객이 너무 적었나 보다. 좋은 조건이긴 했다. 거기다 50달러를 돌려주다니. 태국에서 좋은 리조트에 묵는데 보태야지.
나와 같은 케이스의 커플이 있어서 우리는 함께 시내 호텔로 향했다. 공항 근처에도 호텔이 있을 법 한데 굳이 다낭 시내를 통과해서 멀리 가고 있었다. 이 지역은 특급호텔들이 즐비한 곳인데, 설마 하면서도 은근히 기대를 했다.
택시는 특급 호텔은 아니었지만 제법 괜찮은 호텔 앞에 섰고, 기사가 우리를 그 안으로 안내했다. 그러나 체크인을 하면서 확인해 보니 그들은 그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잘못 알고 온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택시 기사가 다른 호텔로 우리를 인도했는데, 그곳은 허름하다 싶은 호텔이었다. 방문을 열자 퀴퀴한 냄새가 났고 점심이래야 정말 소박하기 그지없는 차림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함께 점심을 먹었다.
여자는 독일인, 남자는 프랑스인. 지금은 함부르크에서 살지만 내년에 결혼하면 남프랑스에서 살 거라고 했다. 자기는 스페인 회사에서 일하므로, 바르셀로나와는 세 시간 정도의 거리라 행운인 셈이라고 했다.
게다가 아버지는 이탈리아계, 자기는 독일인, 미래의 남편은 프랑스인이라 국제적인 가족을 이루게 되어 신난다고 했다.
점심 후 퀴퀴한 호텔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우리는 카페를 찾아 나섰다. 한참 후, 남자는 한숨 자겠다고 호텔로 돌아갔고 우리 둘만 남았다.
내가 여행 전에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하자, 잘됐다며 이 여행에서 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어찌 알겠느냐며 잘 기다려 보라고 했다.
자기도 ‘Language exchange’(서로 다른 언어를 배우고 가르쳐주며, 사교의 장이 되기도 하는)에서 지금의 남자 친구를 만났다고 했다. 한국에도 그런 모임이 있지만, 그곳에 오는 이들은 거의 20대여서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했더니, ‘틴더’라는 데이트 사이트를 소개해주었다.
자기 친구도 그 사이트에서 너무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하다고, 지인들 중에 거기서 만나 약혼자가 된 커플들도 더러 있다고 강력 추천했다. 내친김에 휴대폰에 앱을 다운로드하고, 회원 가입을 하면서 우린 깔깔대고 웃었다.
“내가 여기서 좋은 남자 만나면 다 네 덕분이야. 다낭에서 비행기 놓친 것도 운명이 되는 거야.”
“맞아 맞아.”
“내가 네 이름을 무엇이라고 기억하면 좋을까?”
“나탈리”
그렇게 다시 공항으로 돌아가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난 테이블이 마련된 한 구석에서 일기를 썼다.
씨엠립에 도착해 수화물 찾는데서 우린 또 마주쳤다. 그들은 이미 수화물을 찾았고, 나는 내 캐리어를 기다리고 있었다. 체크인을 비슷한 시간에 했으니, 화물도 나란히 나올 거라며 기다려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만류하며 그들을 먼저 보냈다.
픽업 차량을 기다리다 못 찾은 나탈리 커플은 택시를 탔고, 나는 픽업 차량을 만났다. 그런데 택시도 내가 탄 픽업 차량도, 모두 오토바이가 끄는 뚝뚝이었다.
조금 가다가 나탈리 커플이 탄 뚝뚝이 보였고, 내가 탄 뚝뚝이 추월하는 바람에 우린 또 양손을 높이 흔들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