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의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다섯 시에 호텔을 나섰다. 도착했을 땐 아직 컴컴했다. 입구로 가는 길에 커피 부스가 있어서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줄이 길었다. 그래서 커피를 포기하고 그냥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보기 위해 컴컴한 길을 줄지어 걸었다. 사람들은 각기 일출을 볼 장소를 정해 자리를 잡았고, 키아는 그냥 중간에 서서 양쪽 일출을 다 보자고 했다.
키아는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다. 남과는 다르게 해 보는 것을 좋아하고, 그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내서 추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해는 떠오를 기미가 없었고 그렇게 한 시간이 넘도록 기다렸다. 드디어 해가 떠올랐다. 이 일출이 그렇게 기막히게 근사한가는 주관적 판단에 맞길 수밖에 없다.
그 유명한 앙코르와트를 배경으로 한 일출이라, 더 유명한 것이긴 하리라. 사진은 근사했다. 실제 일출이 근사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앙코르와트처럼, 그 명성만큼은 아니었다. 아마 일출에도 명성 이상의 어떤 것을 기대했던 때문이었으리라.
또는 너무 오래 기다리다 지쳤거나, 앞자리에서 보려고 밀려든 사람들이 너무 많아 외곽을 떠돌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노력에 비해 너무 짧았던 일출의 순간이 좀 허무했던 것일 수도 있다.
난 그 아름다웠을 일출에 몰입하지 못한 이런저런 이유들을 쓸모없이 들추어본다.
일출을 본 후에 커피 마실 곳을 찾는데, 키아는 인스턴트커피는 마시지 않겠다고, 차라리 다 둘러본 후에 나갈 때까지 참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 혼자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다 돌아보고 나가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 오믈렛 샌드위치를 시켰다. 키아랑 나누어 먹으면 되겠다 하고.
한참 후에 키아를 찾았고 샌드위치도 나왔다. 그러나 그녀는 단호하게 먹지 않겠다고 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원치 않는 음식을 먹으면 늘 탈이 난다고. 그럴 수도 있는데, 그 어조가 너무 단호해서 난 화가 났다. 그녀가 시켜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시켜놓고서, 화가 나는 것은 또 뭐람.
하지만 사실 그 샌드위치는 정말 끔찍했다. 억지로 반을 먹었지만, 그 느끼함이 오래갔다. 그 후로도 그때를 떠올릴 때마다 그녀와 난 깔깔대며 웃었다.
앙코르와트는 기대했던 것보다 작았다. 훌륭했지만 압도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앙코르와트에 열광하는 걸까? 키아도 나도 조금은 실망했다.
그러나 이곳은 메인 건축일 뿐이고, 앙코르와트는 도처에 흩어진 유적들 전체를 포함하는 것이라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바이욘 사원은 놀라웠다. 수많은 얼굴들이 모든 건물마다 거대하게 새겨져 있는데, 그 건물을 짓게 한 사람은 여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가진 힘의 과시였다고, 지나가던 관광객이 자신의 추측일 뿐이라며 말해주었다.
그녀는 얼마나 큰 권력을 가졌기에 이 거대한 건축을 시행할 수 있었을까?
우린 바이욘 사원을 나와서 또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거대한 나무뿌리가 부서진 건축물을 둘러싸고 있는, 사진에서 본 그곳이었다. 앙코르와트를 대표하는 이미지들 중 손꼽히는 곳이었다.
사실 난 오래전에 이곳을 찍은 사진을 보고 앙코르와트가 궁금했었고,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었다.
유적지는 낡은 대로, 부서진 대로, 닳은 대로, 그 위에 날아와 앉은 먼지 속에서 이끼와 풀들이 자라고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그렇게 있을 때가 가장 경이롭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유적지는 인간과 자연과 세월이 함께 구축한 놀라운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