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우린 바나나와 코코넛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다시 똔레삽 호수를 향해 출발했다. 또 한 시간 삼십 분을 가야 한다. 춥고 자세도 불편하고 먼지도 많다.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여행인데도 그런 즐거움이 없다.
뚝뚝이 출발하기 전에 키아가 말했다. 이미 뚝뚝으로 35달러, 3일 티켓으로 각 62달러, 호수에 또 각각 20달러, 이렇게 가는 곳마다 돈을 내야 한다니. 자기가 생각하는 여행은 이런 게 아니라고, 나더러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다.
난 캄보디아에 온 이유가 이 앙코르와트를 보기 위한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어차피 이 정도의 비용이 들어갈 거라 여겼었다. 그리고 톤레삽 호수의 일몰도 보고 싶었다. 이미 뚝뚝 하루 비용도 치른 마당에 내가 원하는 기색을 보이자, 그럼 가자고 했다.
한참을 가다가 새로 다져진 흙길에 들어서자, 지나쳐 가는 차들이 엄청난 먼지를 일으킨다. 중간에 화장실에 들른 후에, 키아는 기사에게 뚝뚝의 차양 막을 내려달라고 했다. 나 같으면 기사에게 그런 부탁을 감히 하지 못했을 것이지만, 키아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거나 부탁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 차양막이 추위와 먼지로부터 우리를 구원했다.
어떤 곳에 갈 때, 그곳에 대한 사전 정보는 가고 싶은 욕구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별다른 정보 없이 갔다가 맞닥뜨리게 되는 경이로움은 극적으로 커질 수도 있다. 그래서 앙코르와트에 대한 사진을 더 안 보려고 했으나,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도처에 널린 사진 정보를 피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앙코르와트는 다를 거라고, 사진에서 본 것 이상의 엄청난 무엇이 있을 거라고 나는 상상했었다.
반면, 이 똔레삽 호수의 선셑에 대해서는, 그냥 호수 위에서 보트를 타면서 일몰을 보는 그 이상을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내가 그곳에서 마주한 것들은 너무나 경이로웠다. 좁은 수로 양쪽으로 엄청나게 많은 수상 가옥들이 늘어서 있고, 수로를 가득 채운 크고 작은 배들이 황토색 강물을 가르며 금방이라도 부딪힐 듯 다투어 스쳐갔다.
키아는 저런 수상가옥에서 사랑하는 이와 산다면, 참 낭만적일 거라고 했다. 며칠 또는 몇 주는 낭만적이겠지 하면서 우리는 웃었다.
작은 수로가 바다처럼 큰 호수와 만나는 지점에 이르렀다. 거기서 옆으로 빠지면, 나무숲을 가르며 나있는 작은 물길이 있다. 그 위로 3-4인용 작은 보트들이 그림처럼, 꽃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정말 탄성이 나오는 광경이었다.
그 보트를 타고 작은 물길을 따라 밀림을 탐험하고 나면, 다시 타고 왔던 더 큰 보트로 갈아타고 바다처럼 드넓은 호수로 나아간다. 그곳에서 일몰을 본다. 수많은 보트들이 일몰을 보기 위해 해를 향해 떠있다. 배를 앞으로 저어 가면 정말로 해에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톤레삽 호수 투어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우리가 별도로 더 지불해야 했던 20달러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전에 내켜하지 않던 키아도 너무 좋아했다.
다시 먼 길을 달려 시내로 돌아왔고, 우린 호텔로 돌아가기 전에 저녁을 먹기 위해 좋은 레스토랑을 찾았다. 음식도 너무 맛있고 나는 좋은데, 키아가 다시 우울 모드다.
남편이 힘들어한다고, 아침에 그에게서 메시지가 왔는데 답을 안 했고, 그 후로는 투어 하느라 밖에 있었기 때문에 와이파이가 연결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남편은 키아에게서 종일 답이 없자, 키아가 자기를 신경도 안 쓴다고 생각한 모양이라고 했다.
함께 여행하면서 한 사람이 저렇게 어두워질 때, 다른 한 사람이 그 마음을 십분 헤아려 품어주면 좋겠지만, 나는 그런 것에 몹시 서툴다. 어쩐지 눈치가 보이고 내가 고른 식당도 아닌데 잘못 왔나 걱정되고, 마음이 허약한 나는 힘들다.
그녀는 내일 앙코르 투어를 마치고 나면, 모레 라오스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난 이제 속이 좀 상한다. 다른 모든 게 너무 좋은 것도 아니고, 호텔도 어둡고 깊숙한 곳에 있는 데다, 물도 잘 안 빠져서 냄새나고, 그곳에 혼자 남는다는 생각을 하니 싫었다.
그러면 나도 호텔을 옮기고 그다음 날 떠나겠다고 했다. 애초에 그녀와 함께 여행하는 게 아니었다.
호텔에 돌아와 키아에게 틴더 얘기를 했더니 들어가 검색해보라고 했다. 현지인을 만나면 여행에 도움도 되고 투어 마치고 나서 저녁도 함께 먹으면 좋지 않겠느냐며. 앱 작동법을 잘 모르는 내가 손가락 터치를 헤매는 바람에 한 열 명 정도 되는 남자들에게 좋아요 메시지가 전달되어 버렸다.
프로필 사진을 본 여러 명의 남자들에게서 각양각색의 메시지가 날라 왔다.
난 깜짝 놀라서 실수로 버튼을 잘 못 눌렀다고 그들에게 답을 보냈다. 그리고 그중 한 명, 캄보디아 한 대학의 음악교수 한 명하고만 대화를 이어갔다.
어디에 묵고 있느냐고 해서 작은 호텔이라고, 호텔 이름이 뭐냐고 해서 가르쳐 주었더니, 자기가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왜? 왜 찾아야 하는데? 오겠다는 거야?’
혼자가 아니라 키아와 함께이기에 망정이지. 순간 겁이 났다. 긴 투어 끝에 피곤하다고. 나중에 얘기하자고 하고는 앱을 나와 버렸다. 키아는 재미있어하며 키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