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똔레삽 호수 투어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좀 쉬었다가, 우리는 펍 스트리트로 갔다. 그곳은 우리가 그때까지 본 캄보디아와는 딴판이었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번쩍거리고, 도로 양편으로 식당과 바가 즐비했다.
그걸 보며 마치 우린 시골에서 갓 상경한 소녀들 같았다.
거리를 한번 돌아본 후, 한 식당을 골라 들어갔다. 코코넛 안에 큰 새우가 들어가 있는 요리와 파스타, 감자 크로켓, 그리고 맥주 한 병을 시켰다. 새우를 어떻게 꺼내 먹어야 할지 몰라서 우린 서로에게 미루다가, 결국 그곳에서 일하는 주인 같아 보이는 여자에게 부탁했다.
난 이런 거 못한다고, 식당에 가면, 심지어 딸들과 함께 가도 내가 안 하고 딸들이 한다고. 나더러 해보라고 미루는 키아에게 그렇게 말하며 탈탈 터는 내가 마치 키아 같았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내가 절대로 하지 않는 언행이었다.
식당 앞에서는 남자들 둘이 춤을 추고 있었다. 식당 안 쪽으로 들어가면 클럽처럼 댄스 플로어가 있는 게, 적당한 시간이 되면 클럽으로 바뀌는 것 같다.
그래서 그 남자들은 계속 그 앞에서 춤을 추면서 홍보하는 것 같았다. 춤의 달인들이었다.
우린 식당 맞은편 바에서 맥주를 한 잔씩 하고 춤도 추었다. 키아는 이 바의 음악으로는 춤을 출 수가 없다고, 맞은편 클럽으로 가자고 했다. 그러나 그곳의 음악은 내가 싫었다. 멜로디가 없는 단조로운 전자 음악이었다. 난 약간 느리고 멜로디가 있는 이곳의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것을 더 좋아했다.
키아는 패스포트와 지갑이 든 백 팩을 항상 들고 다녔는데, 그 짐을 들고는 도저히 춤을 출 수 없다고, 호텔에 짐을 두고 옷을 갈아입고 오자고 했다. 나도 동의하고 호텔로 돌아갔지만, 방에 들어서니 다시 나가고 싶지 않았다.
도저히 다시 춤추고 싶은 마음도 없고, 다시 나가면 지겨움을 견디다 올 것만 같았다. 내가 내켜하지 않자 그녀는 계속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어? 갈 거야, 그냥 있을 거야?”
난 나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도 그녀는 자꾸 다시 물었다. 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난 할 수 없이 일어섰다. 어쨌든 나도 애초에 동의해 놓고 발뺌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펍 스트리트에 내렸는데, 뚝뚝 기사가 3달러를 요구한다. 2달러인 것이 분명한데도. 우린 끝까지 우기며 2달러만 주고 와버렸다. 평소 같으면 그러려니 하고 그냥 3달러를 줄 수도 있었겠지만, 억지로 끌려 나온 것도 화난 마당에 뚝뚝 기사까지 화를 돋우었던 것이다.
다시 그 클럽 앞에서 남자 댄서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우린 그 남자 댄서 들에 합류해서 그들이 추는 춤을 따라 추었다. 우리 주변으로 하나 둘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얼마 되지 않아 거리는 함께 어우러져 춤추는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마치 기획된 플래시 몹처럼.
키아와 난 우리가 벌인 일에 놀라기도 하고 신바람이 나기도 했다.
우린 그렇게 그곳에서 한 3-40분을 사람들과 어울려 춤을 추었다. 한국에 있을 때 외국인 바에 가서 춤을 출 때면, 늘 키아 옆으로 남자들이 몰려들곤 했다. 그녀의 도발적인 댄스와 매력적인 외모는 항상 남자들을 끌었다.
그녀는 머루처럼 까맣게 빛나는 눈으로 사람들을 홀린다. 간혹 내가 들러리가 된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녀가 있는 곳에서, 그녀보다 강한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한바탕 신나게 춤을 춘 후 우린 호텔로 돌아갔다. 다시 나갈 땐 내키지 않은데 끌려나간 형국이었지만, 예상치 않은 장관을 만나고 신나게 즐겼으니, 나가길 참 잘했다.
그것도 키아와 함께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키아는 룸으로 들어오면서 수영장에서 알몸으로 수영해 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Why not?” 이번엔 나도 흔쾌히 대답했다.
우린 가운만 입고 수건을 들고, 방 앞의 수영장으로 나갔다. 밤 12시를 넘긴 시간이라 사람들은 대부분 잠들었을 것이고,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물속으로 들어가자 물살 흔들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우리는 숨죽여 키득거렸다. 그렇게 풀장 이쪽에서 저쪽까지 한 번 왕복을 한 후, 주섬주섬 가운을 두르고 방으로 돌아왔다. 신나고 재미있는 밤이었다.
키아와 나나 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