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의 쿠킹 클래스

- 태국

by Annie



이제 비로소 막막하던 치앙마이의 날들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트래킹 다녀오면 나이트 바자도 한 번 가고 근교도 한 번 다녀와야겠다. 그리고 날마다 블루 다이아몬드에 가서 저녁 먹어야지.


아침 8시 30분에 쿠킹 클래스에서 나를 픽업하러 왔다. 먼저 시장에 들러 요리에 쓰이는 재료들을 보여주며 설명을 한다. 태국 요리에는 맛과 향을 동시에 내주는 소스와 야채가 정말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요리법을 익혀간다고 해도 똑같은 재료를 구할 수가 없어서, 다른 나라에서는 같은 맛을 내기가 어렵다고 했다.


슬로베니아에서 온 젊은 커플, 싱가포르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여성과 그 자녀들,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이 우리 팀이었다. 할아버지는 내내 말이 많았다. 농장까지 오는 동안에도 잠시도 쉬지 않고 누군가와 얘기를 하더니, 돌아가는 길에도 런던에서 온 걸에게 끝없이 얘기를 했다.


할머니는 젊었을 때 미인이었을 것 같다. 아이들 엄마는 뭐랄까, 말수가 적은, 그래서 남들은 별로 상관하지도 관심도 없어 보이는 스타일이다. 딸은 딱 엄마 닮았고, 아들은 곱슬머리 금발의 귀여운 얼굴로 요리에 열성을 보였다. 슬로베니아에서 온 커플은 사랑스러웠다.


우리를 차로 데려가고 요리 실습과 농장 견학을 시켜준 이는 딸이 지금 캐나다에 산다고 했다. 캐나다인 남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가 보다. 그 남자와 가끔 보고 얘기는 하지만, 함께 살지는 않는다고 했다. 위트 넘치는 여자여서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얼굴에 짙은 기미가 있는 게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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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으로 스프링 롤을 먼저 요리했다. 나는 탐얌 수프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방콕에서 처음 먹어본 탐얌 수프는 정말 새롭고 맛있는 요리였다. 두 번 먹어봤는데 두 번 다 정말 맛있었다. 각기 두 가지씩 자기가 하고 싶은 요리를 골라 실습에 들어갔다.

나는 탐얌 수프와 카레를 골랐다.


강사가 시키는 대로 야채들을 다듬어 썰고, 개량해 준 만큼의 소스와 향료 등을 넣어 정해진 시간만큼의 조리를 하는 거라, 요리에 특별히 관심이 없는 내게는 다소 기계적인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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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실습이 끝나고 우린 야외 테이블로 안내되어 그들이 서빙해 주는 음식을 시식했다. 우리가 만든 음식이라고 하는데 진짜 우리가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요리했다는 탐얌수프와 카레는 아주 맛있었다.


조그마한 농장을 갖추고 있는 쿠킹 스쿨은 정원도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도시에 갇혀 지내다가 이렇게 상쾌한 공기, 먼지 없는 쨍한 햇빛, 맑은 하늘을 보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쿠킹 클래스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근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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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쯤 호스텔로 돌아왔다. 조금 쉬다가 블루 다이아몬드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야채 칼국수와 맥주 한 병을 시켰다. 좋다. 치앙마이에 있는 동안은 매일 여기 와서 이 분위기와 음식을 즐겨야지. 이 좋은 곳에서 이 맛있는 음식의 값이 맥주까지 해서 고작 4,200원이다.


기억 위에 새로운 기억이 와서 그것을 덮고, 그 위에 또 새로운 기억이 와서 이전의 기억을 덮는다. 삶도 여행처럼 그럴 것이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그와의 이별로 무거웠던 마음이 베트남을 떠나고 캄보디아를 지나 태국으로 오면서 차츰 희미해지더니, 치앙마이에 와서는 다시 그 이전의 여행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진다.


호스텔로 돌아와 방에 있다가 로비로 내려갔더니, 다른 호스텔로 옮겼던 천이 놀러 와 있었다. 홍콩에서 영국으로 이민 간 청년과 수다를 좀 떨었다. 오랜만에 영어로 수다를 떠니 좋았다.

내일 트래킹 가서 일요일에 돌아온다고 했더니, 그럼 그날 선데이 마켓도 가고 클럽에도 다시 가자고 했다. 여행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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