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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ie Jul 29. 2022

남해의 해안도로와 다랭이 마을

  - 가을 여행 2018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권한대로 해안도로를 찾아 차를 몰았다. 아침 햇살과 함께 마주한 해안도로는 아름다움을 넘어 경외감 같은 것을 느끼게 했다. 너무 기분이 좋아진 나는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언니에게도 꼭 한 번 이런 여행을 해보라고 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엘피지 주유소를 찾아 가스 충전을 했다. 다랭이 마을까지 가는 길에 곳곳에서 다른 풍경의 해안도로와 마주쳤고 언뜻언뜻 보이는 바다 풍경에 감탄하다 보니 어느새 다랭이 마을에 이르렀다. 다랭이 마을은 산비탈의 계단식 논밭이 있는 해안 마을이었다. 옛날에야 흔한 풍경이었겠지만 요즘엔 이런 계단식 논밭은 거의 사라지고 없으니 관광지가 될 만도 하다. 


  그러나 정작 그 계단식 논밭보다는 그 앞에 펼쳐진 바다 풍경 때문에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해녀들이 지나다녔다는 길을 따라 관광로를 만들고 바다 전망의 정자 두 개를 세워 사람들이 오가며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해놓았다. 













  난 거기서도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비수기라 인적이 드물기도 했지만 그래도 몇 안 되는 사람들을 나는 애써 피해 다녔다. 사람들과 마주친다 한들 내가 그들과 말 한마디라도 나눌 확률은 제로였다. 나처럼 혼자 여행 온 사람은 하나도 없었으므로. 그냥 혼자서 조용히 그 풍경과 마주하고 싶었다. 바다와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맑고 서늘한 공기. 그 안에서 사람들과 섞이지 않고 나 혼자서 온 몸을 열고 그것들을 맞아들이고 싶었다.


  바닷가에 왔으니 해산물을 먹어볼까 하고 언덕바지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멍게 해초 비빔밥을 주문하고 기대에 부풀어 기다렸다. 온통 김 가루로 뒤덮인 밥 위에 잘게 자른 냉동 멍게가 얼음조각들과 뒤섞여 흩뿌려져 있었다. 신선한 멍게를 기대했던 나는 실망이 컸다. 해초는 말 그대로 해초였다. 고추장 소스와 밥 반 공기를 넣고 비볐다. 맛있는 토속음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랭이 마을을 벗어나 보리암으로 가는 동안에도 오늘 밤은 어디에서 자야 하나 결정하지 못했다. 몇 군데 검색을 해보았지만 마땅한 동선을 결정하기가 어려워서 일단 보리암부터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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