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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ie Sep 03. 2021

나를 울린 가우디(2)

 - 사그라다 파밀리에,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에 앞의 도로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엄청난 높이의 건축물과 북적이는 인파가 빚어낸 풍경에, 눈이 동그래지면서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거리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와!’,‘우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건물 반대편에 있는 입구로 가기 위해, 건물을 끼고 반 바퀴를 돌면서 나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에 외부


  입장은 했는데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안 들어가고 모두 밖에 서서 북적이고 있었다. 왜 그러지? 건물 안으로는 못 들어가나? 하면서 나도 함께 그곳에 서서 사진도 찍고 하다가 한 두 사람이 걸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갔다.     


  “우와!, 우와!”

  드높은 천정과 시원하게 뻗은 기둥들,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색색의 빛들이 그냥 절로 탄성을 지르게 했다. 그렇게 고개를 들고 입을 벌린 채, 바쁘게 사진도 찍으면서 조금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한 벽면을 바라본 나는 ‘우와!’라는 감탄사로는 다 할 수 없는 광경과 마주했다. 높고 너른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거대하고 현란한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순간 눈에 눈물이 차오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따뜻한 주황색에 가까운 빛, 그리고 맞은편 벽의 청 초록에 가까운 빛이 마치 천상에서 쏟아져내리는 것 같았다. 양쪽 벽면을 번갈아 보고 걸으며, 내내 마음이 울컥거렸다. 


  예술 작품을 보면서 이런 벅찬 감정을 느껴 보기는 처음이다. 난 그 규모에, 형상에, 색채에 모두 압도되었다. 이래서들 가우디, 가우디 했던가 보다.     



  


그렇게 놀랍고 흥분된 경험을 하고 나와서는 주변 거리를 그냥 걸었다. 길을 모르니까 그냥 무작정 걸었다. 양쪽 차도 가운데로는 차도 두 개를 다 합친 만큼 넓은 인도가 뻗어있고 그곳에 노천카페와 레스토랑의 테이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곳에 앉아 음료나 음식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여유로운 이들 같았다. 







  너무 깨끗하고 넓고 아름다운 거리였다. 난 내가 걷고 있는 그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그와 상관없이 너무 행복한 마음으로 걷고 있었다. 

  그곳에선 그냥 길을 잃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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