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는 참 다른 여자들,
미리엄과 미셸린

- 캐나다의 불꽃놀이

by Annie


캐나다 건국 150주년을 맞이한 축하행사가 있다고 해서 거기에 가기로 했다. 미리엄과 나는 엷은 화장을 하고 파라솔까지 들고 길을 나섰다. 지나가는 차 안에서 보는 사람들이 저 여자들은 뭐지 하면서 쳐다볼 거라고, 우린 우리 모습을 자평하며 낄낄거렸다.

이곳 사람들은 화장은 고사하고, 집에서 입던 옷 그대로 입고 나와 돌아다니는 것 같다. 남자고 여자고, 마트고 카페고, 식당이고 다 그렇다.


가는 길에 몇몇 이상한 사람들을 보았다. 캐나다 백인들은 아닌데 행색도 초라하고 걸음은 비틀거리고 눈빛이 흐린 것이, 술에 취한 것 같은 남자들이었다. 취해서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인데. 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냐고 미리엄에게 물었더니, 원주민 인디오들이라고 했다. 알코올 중독이거나 약물을 하기도 한다고. 그 이상은 얘기하지 않았다.

체육관에서 열리는 축하 행사는 노래 경연과 댄스 경연이었다. 영락없이 군민 축제 같은 것이었는데, 난 너무나 졸렸다. 커피를 마셔도 졸음은 가시지 않았다. 제발 그만 보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공연이 끝났다.


미셸린이 우리를 집에 데려다주면서, 2시간쯤 뒤에는 정말 유명 한 댄스 팀의 공연이 있으니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내가 너무 졸려하니까 미리엄은 한 숨 자라고 했다. 내가 자는 동안 자기는 샐러드를 만들겠다고, 다 준비되면 깨우겠다고.

내가 피곤해하며 자는 바람에 댄스 공연 관람은 취소되었다. 미리엄이 만든 야채샐러드와 마트에서 산 하머스에 빵을 찍어먹는데 아주 맛있었다.


저녁에 미셸린이 와서 함께 있다가 밤 10시쯤 집을 나섰다. 밤 열시라 해도 저녁 6시나 된 것처럼 아직 어둡지도 않았다. 불꽃놀이를 보러 가는 것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간간이 불꽃이 터지고 있었고 무대에서는 불춤 공연이 한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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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이 축하 공연과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운집해 있었다. 날이 어둑해지면서 무대 공연은 끝이 나고 본격적인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다양하면서 화려한 불꽃놀이는 처음 봤다. 미셸린도 그렇다고 했다.

독립 150주년 기념이라서 그럴 것이라고, 엄청난 돈이 들었을 거라고 했다. 내가 사진과 동영상을 보냈더니, 봄이는 어떻게 이런 행사 현장에 있게 되었느냐고 놀랐다. 모두 미셸린 덕분이다. 그녀가 정보를 알려주면서 일일이 차로 데려가 주지 않았다면, 그 읍내에 있으면서도 우리는 보러 갈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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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엄에게 소금 램프를 집들이 선물로 사주었다. 6만 원정도 하는데 불빛이 참 예쁘다. 한국에 있을 때 미리엄이 하나 갖고 있었지만, 갖고 오기 너무 무거워서 로라에게 주고 왔던 것이다. 미리엄 환송회 할 때 로라 집에서 봤는데, 그 램프 빛이 참 독특하고 분위기 있었다. 미리엄이 무척 좋아했다. 뭔가 딱 좋은 것을 해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드디어 가구가 도착했다. 엄청난 물량의 가구들이 작은 아파트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한국과 달라서 이곳은 인터넷 주문이 아닌 경우에도, 모든 가구를 직접 조립해야 한다. 우리는 그림 한 장에 의존해서 침대 조립에 들어갔다.


난 그저 따라 할 뿐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미셸린은 그림을 보고 나사와 나무 조각들의 방향을 잘 잡아서 프레임을 구상했고, 우린 거기에 맞추어 나사를 조였다. 그렇게 한참을 낑낑댔더니 침대가 완성되었다. 식탁도 완성되고 소파도 제자리를 찾았다. 셋이서 완성된 침대에 누워 사진을 찍었고, 실수로 찍힌 사진을 보고는 모두 깔깔거렸다.



102.JPG 식탁 조립하며 담소 중인 미리엄과 미셸린



미리엄이 소고기와 야채를 이용해서 얇은 빵에 싸 먹는 요리를 했다. 미리엄의 요리는 샐러드 하나도 참 맛있다. 우리는 요 전날 사 두었던 와인과 함께, 새 식탁에 앉아 램프를 켜고 앉아 근사한 저녁 식사를 했다. 내일 밴쿠버로 떠나는 내 환송파티 겸이었다. 나는 미셸린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한국에 여행 오면 우리 집에 머무르라고 했다.


내가 탈 비행기는 아침 7시에 출발하는 것이라 6시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워낙 작은 공항이라 그리 일찍 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택시를 타고 가려했지만 미셸린이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니 택시를 타겠다고 해도 괜찮다고, 일어나 샤워만 하면 되고 거기 갔다가 바로 출근하면 된다고 문제없다고 한다. 어찌 그리도 시원시원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남을 돕는지 경이로울 지경이다.

아침 다섯 시 사십 분에 미셸린이 우리를 픽업하러 왔고, 미리엄은 바나나와 말린 살구, 호두 등의 아침거리를 싸서 함께 공항으로 갔다. 난 그렇게 미리엄과 미셸린의 배웅을 받으며 이른 아침 밴쿠버로, 나 혼자만의 여행을 시작했다.


미리엄은 내가 탄 작은 비행기를 찍어 그룹 카카오톡에 올렸다. 그녀는 디테일이 훌륭한 여자다. 디테일이 훌륭한 사람들은 일상의 작은 것들을 통해 삶을 더 풍부하게 느끼고 사랑한다. 그들이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타인을 돕는데 몸 사리지 않는 장부 스타일의 미셸린, 작은 것 하나에서도 항상 의미와 재미를 부여하는 미리엄. 나는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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