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밴쿠버
아침 식사 시간에 만난 한국인 걸은 오늘 아침 로키산맥으로 떠난다고 했다. 8일 동안 렌터카를 빌리는 데 100만 원정도 줬다고 했다. 나처럼 벤프에서 재스퍼까지 여행하기 위해 검색을 해봤으나 그 외에는 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내가 여전히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가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숙소는 예약했느냐고 물었다. 그것도 계획을 잡지 못하니까 미리 예약할 수가 없어서 미루는 중이라고 했더니, 그래도 숙소는 빨리 예약해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 예약이 돼 버려서 특히 재스퍼에서 숙소 예약하는데 정말 애먹었다고. 순간 이 걸을 따라 당장 로키로 떠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는 아침식사 후에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둘러야 했다. 어쨌든 넋 놓고 앉아있던 나는 그녀 덕분에 벤프와 재스퍼 구간의 숙소 예약을 서두르게 되었다.
주말로 예정했던 밴쿠버 아일랜드 예약은 취소했다. 월요일에 캘거리행 비행기 예약을 해두었는데 시간이 두시 반이라, 그날 섬을 출발해서 바로 비행기를 탈 계획이었다.
그러나 알고보니 섬까지 가는 데만도 세 시간이 넘게 걸리고 그마저도 배편과 연결 버스 시간이 잘 맞았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월요일에 비행기를 타려면 일요일에는 돌아와야 한다는데, 이미 이틀 치의 호스텔 예약도 해두었던 차라 비용만 날리고 취소했다.
카필라노 숲 투어에 나섰다. 그룹 투어의 특성상, 짜인 일정에 얹혀 가는 거라, 버스를 타고 가서 지하철을 타고, 걷고, 또 지하철 타고, 또 버스를 오래 탄 후, 페리까지 타고 나서야 숲에 도착했다. 그러다 보니, 그 루트를 통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과정을 통해 가이드의 역할이 엄청 크다고 여기게끔 하는 효과는 있는 것 같다. 중간에 어느 카페에 들러 모두들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주문해서 싸가지고 갔다.
가는 길에 헬렌과 통성명해서 쭉 얘기하고, 도중에 위니펙에서 온 22살 난 나탈리와도, 그리고 결국엔 일행들 모두와 통성명을 하게 되었다. 이런 그룹 투어일수록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많다. 여자 열서너 명에 남자는 딱 2명이었다.
독일인 한스는 키도 크고 잘생겨서 일행 여자들에게 인기였다. 가이드는 75세의 할아버지인데, 늘 이렇게 산행을 해서인지 60대 중반 정도로 보였고 건강했고 끊임없이 얘기했다.
이래서 난 가이드 여행이 싫다. 그냥 아름다운 숲을 즐기며 사진 찍고 싶을 때 사진 찍고, 일행들과 얘기도 나누며 자유롭게 둘러보고 싶다. 그런데 이건 수업 시간도 아니고, 조금 가다 매번 멈추어 긴 설명을 들어야 하니, 풍경과 감상에 집중할 수가 없다.
마지막 50분 정도의 탐험 시간이 주어졌을 때에야, 헬렌과 나는 따로 남아 커피를 마시며 이런 불만을 주고받았다. 우린 드디어 자유로워진 것에 감사했다.
서스펜션 브릿지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건너고 있었다. 건너가 보니 미니 서스펜션 브릿지들이 미로처럼 공중에 매달려 연결된 곳이 있었다. 테마파크 같은 느낌도 있었지만 나름 신기했다.
다시 다리를 건너오니 산을 끼고돌아 원래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있었다. 관광객들을 끌기 위해 인공 다리들을 만들었는데 그 스케일이 엄청났다.
온전히 하루가 걸리는 나름 뿌듯하고 근사한 투어였다. 보통 이런 그룹 투어에서는 가이드에게 팁을 주기도 하는데, 이미 상당한 비용을 냈다고 생각한 나와 헬렌은 그대로 패스했지만, 나탈리는 팁을 주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가이드가 정말 성실하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서스펜션 브릿지는 혼자 가면 입장료만도 우리가 낸 투어 비용에 맞먹는다고 했다. 그렇구나. 가이드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대놓고 팁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냥 주면 감사한 거고 아니면 마는, 거리 공연이나 버스킹과 같은 것이다.
보고 나서 팁을 줘도 되고 그냥 가도 되고, 그러나 주는 것이 예의이고 폼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