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록키산맥의 재스퍼
자전거 탐험에서 돌아와 샤워룸에 갔더니 거기 미카엘라가 있었다. 샤워부스 안에서 누군가 외쳤다.
“누구 밖에 수건 있는지 좀 봐줄래요?”
내가 대답했다.
“아, 여긴 없는데요. 내가 리셉션에 가서 갖다 줄게요.”
난 리셉션에 얘기하고, 내 것까지 2개를 가져왔다. 이렇게 남도 돕고 나도 내 것을 얻게 되니, 이건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잡기다.
난 긴 샤워를 끝내고 정말 느릿하게 머리를 말리고 침대도 정리하고, 한참을 뭉그적거린 후에 식당으로 나갔다. 갈 때 인스턴트 티백 하나를 갖고 갔다. 어디에 자리를 잡을까 두리번거리는데 바로 앞에서 미카엘라가 나를 불렀다.
아마 그녀는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여긴 호스텔임에도 사람들이 좀처럼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리고 도미토리 룸은 침대가 서른 개 가까이 되는 말 그대로 대형 침실이라, 사람들은 배드가 네댓 개 되는 작고 아늑한 룸에서 마주치는 룸 메이트들하고는 달리, 그저 자신의 침대만 이용할 뿐이었다.
차를 마시려고 주방에 물을 끓이러 갔다가, 거기서 택시를 함께 탔던 긴 머리 남자와 마주쳤다. 그는 무슨 스테이크 같은 요리를 하고 있었다. 넷이 함께 탄 택시에서, 일단 내가 택시비를 내고 각자 자기 몫의 택시비를 나에게 주는 형식으로 했었다.
그는 그때 현금이 없어서 다음 날 시내에 나가면 현금을 찾아서 그때 주겠다고 했었다. 그는 현금을 찾아왔다고 내게 자기 몫의 5달러를 주며 고맙다고 했다.
그는 옆에서 요리하는 여행자와도 말을 주고받았는데, 영어가 서툴러서 말이 느렸지만 억양은 한 톤 올라가서 매우 즐거운 듯했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퀘벡에서 왔다고 했다. ‘아 그래서 영어를 잘 못하는구나.’
같은 캐나다이지만 퀘벡은 불어를 쓰기 때문에, 영어를 하더라도 잘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린 이 호스텔에서는 도대체 뭐 먹을 걸 찾는다는 게 참 어렵다며 큰 소리로 웃었다.
미카엘라는 멀린 호수 투어를 하고 왔다고 했다. 우리가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머리긴 그 남자가 요리한 접시를 들고 내 옆에 와서 앉았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내 다른 쪽 옆에는 또 다른 남자 한 명이 앉아서 열심히 과일을 자르고 있었다.
그는 여러 가지 과일들을 자른다기보다는 깍두기보다 작게 토막 내고 있었다. 우리 넷은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과일 남자가 자기의 히치하이킹과 화물열차 무임승차 얘기를 풀어놓았는데, 그 스토리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우리는 계속 왁자하게 웃었다.
화물열차에 무임승차하려면 승차 지점과 출발해서 움직이는 시간, 속도 등을 잘 계산해서 타야 한다고 했다. 여러 번 성공했지만, 한 번은 발각되어 그 주에서 추방된 적도 있다고 했다.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고, 은행가가 될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은행가들과 관련한 개그를 해서 또 우리를 웃겼다.
어떤 사람이 처음 만난 은행가에게 여가 시간에 뭘 하느냐고 물으니까,
“뭐, 보통은 내 야트 청소를 하지요.”라고 했다며, 다시 ‘야~트’를 길게 늘어 빼며 익살스럽게 강조하는 바람에 우린 박장대소를 했다.
“너도 은행가 되면 취미로 네 '야~트' 청소하는 거냐?” 하면서.
그의 이름은 로먼이었다.
“넌 오늘 뭐했어?” 머리 긴 남자에게 물었더니, 호수에 갔다가 하이킹을 했는데, 산에 올라가서 기타 연주를 했다고 했다. 처음 이곳으로 오면서 함께 택시에 탔을 때, 그는 기타를 들고 있었다. 자기는 가수라고 했다. 앨범도 한 장 냈고 뮤직비디오도 찍었다고 했다.
“그래~?”
나는 내 휴대폰 메모란에 그의 이름을 써달라고 했다. ‘Pierre-Herve Goulet’. 미카엘라는 검색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어 꽤 하네’라는 표정을 지었다. 로먼도 검색해보더니 자기 친구가 앨범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피에르는 처음 봤을 땐 목까지 내려오는 긴 곱슬머리에 키도 작고 영어도 어눌해서 어벙해 보였는데, 지금 가까이서 보니 눈이 참 맑았다. 순수하고 천진한 눈빛이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 검색해보니 그의 유튜브 영상이 많았다. 노래도 괜찮았다. 좀 더 많이 알아 둘걸..
넷이서 그렇게 밤늦게까지 즐겁게 얘기하다 식당을 닫을 시간이라고 해서 우린 각자 헤어져 방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