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생각합니다
그렇게 훅... 갑자기 부는 가을 나른한 바람에 낙엽 떨어지듯이 당신, 그렇게 가버렸지.
꽉 채운 육 개월 버텨내었지.
알지?
우리 그렇게 살가운 사인 아니었지만
23년 동안 부부였고, 부모였으며, 세상이라는
이름의 전쟁터에서 전우였잖아.
아이들?
다 컸지 뭐야.
한 동안 원망 많이 했잖아.
아이들 돈 많이 들어갈 때 영영 가버려서...
하늘이 도와 지금껏 살았어.
그건 확실해.
큰애는 본인이 원하는 화장품회사에 이직 성공해서 잘 다니고 있지.
걔 당신 닮아 피지컬 하난 좋잖아.
잘되나 봐.
당신 고명딸은 우리나라 가장 핫한 엔지니어링 회사에 재작년에 입사해서 석사 했다고 올해
대리를 달았대.
아무것도 모르던데 ㅎ
막내는 3학년이 되었어.
알고 보니 공부에 재능이 있더라.
놀랍지 않아?ㅎ
과탑을 놓친 적이 없는데 본인도 이유를
모르겠대.(재수 없지?ㅋ)
당신이 천국에 집을 지은 지도 8년이 되었네.
집은 잘 꾸몄어?
나나 당신이나 도시 사람이라 텃밭이라도
있는 집은 곤란한데 말이야^^
모르지 그곳에서 좋은 친구 사귀어 지금쯤
술 한잔 기울이며 오렌지빛 노을에 고개를
파묻고 김광석을 고래고래 부르고 있을지도.
다시 봄이 되었어.
늘 그렇지만 늘 새롭네.
끈기 없는 내가 망설이고 망설이다
브런치를 시작했고 블로그도 만들었어.
끝내해보리라 다짐하고 있어.
하늘에서 봐줘.
얼마나 꾸준한지..
혹 게으르걸랑 꿈에 나타나 눈 한번
치켜떠 줘.
언젠간 나도 갈 테지?
부디 태어난 순서대로 갔으면 좋겠다.
처음이네 이렇게 당신한테 속마음을
풀어놓긴...
8년이 되어서야 당신을 좀 떼어놓을 수 있는 것 같아.
처음이자 마지막 연락이야.
잘 간직해 줘.
잘 지내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