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앙짱감농원엔 이제 두 여자만 산다
마음은 연두연두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 되는 것이 또 마음 아니던가.
종일 어디 마음 붙일 곳 없이 이 책 저책 뒤지고 좁은 집안 여기저기 뒹굴며 다닌다.
햇볕은 좋은데 바람은 싫고 마침 커피도 떨어지고 아무튼 밖으로 나가봐야 할 것 같은데
.................. 차라리 커피를 굶자.......................
커피 인생 이렇게 망가지나 싶다.
확!! 마!! 망가져삐까!!
차로 한 시간 거리의 옥천 산골에 널찍하게 자리 잡은 우리 밀빵 만드는 곳이 있다네.
첨가물 전혀 없고 외국산 전혀 없는 우리 밀빵과 쿠키 수업.
마을입구에 성모상이 있다. 오래전엔 이곳이 천주교 마을이었다고.
그래서인지 농장 주변의 아담한 흙집엔 수녀님이나 신부님이 피정을 오신단다.
정말 고요하겠다. 일명 자연농법이라 하여 거의 손을 대지 않고 농작물을 기른단다.
감나무도 그렇단다. 주재료가 감잎을 말려서 가루 내어 빵에 섞는단다.
마음만 고쳐 먹으면 하루도 내 시간도 이렇게 말캉할 수 있다고.
질척이지 않고 말캉거리기만 하는 반죽을 손가락 사이로 만지며 눈 녹아 질퍽한
흙길 같던 마음이 조금은 단단해진다.
수업해 주시는 선생님은 며칠 전 백세 넘은
노모 장례를 치렀단다.
예약해 놓은 수업이라 취소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나오신 거다.
그녀의 성실함과 진득한 마음이 내게도
전염되는 기분이다.
뜨문뜨문 말을 잇지 못하는 얼굴엔 사무치는
그리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곳엔 그녀의 어머니와 동생, 세 모녀가 살고
남동생은 신부님이란다.
이제 노모는 안 계시고 두 자매만 남은 것이다.
아는 맛 그림책 "마음먹기"다
늘 궁금했다. 왜 마음은 먹어야 하는 걸까.
우리는 마음을 뒤집기도 하고 들들 볶다가 마구 뒤섞기도 한다. 때론 까맣게 태우기도 하지.
그럴 땐 미련 없이 버리는 게 상책이라고 작가는 조언한다.
고 말한다.
그리고
거친 빵의 속살이 내게 묻는다.
어떡하든 일어나 보겠다는 작은 의지가 조금은, 아니 오늘은 단단해진 기분이다.
먹은 마음이 잘 소화되어 체화되고 양분이 되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