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여, 웃어 주세요!

별볼일 없는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5분

by 키만큰

나는 요새 자녀와 부모가 화기애애하게 노는 모습을 콘셉트로 한 유튜버들에게 빠져 있다. 아이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되어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아이들의 순수한 미소를 보면 절로 아빠 미소가 나온다. 우리 아빠도 이런 미소를 지으며 애기였을 때의 나를 바라 보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


오늘은 퇴근길에 아이와 아빠가 엄마 몰래 집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영상을 보고 있었다.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 욱신욱신 삐죽삐죽. 갑자기 볼따구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가끔 피곤하면 팔이나 다리 근육이 떨릴 때가 있었지만 볼이 그런 것은 처음 알았다.


집에 와 샤워를 하고 브런치를 살펴보던 도중, 볼따구의 떨림이 생각이 나 살짝 미소를 지어보았다. 무표정에 평온해 하던 나의 볼은 미소를 살짝 짓자마자 덜덜 떨었다. 마치 한파에 몸을 움츠리듯, 미소에 자신의 살을 움츠렸다.


"안 하던 짓 하지 마! 평소처럼 무표정하게 있어!"


이런 말을 전하려고 볼이 그렇게 요동쳤을까. 가벼운 미소에도 소스라치게 반응하는 볼을 느끼니 새삼 미소를 그렇게 안 지고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참 미소 짓기 어려운 일상이다. 아침 일찍 출근하기 위해 찌뿌둥한 몸을 일으킨다(애니메이션에서는 매일 아침 새 사람이 된 듯이 아자아자! 하며 활기차게 일어나던데, 그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 간신히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끝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쌓인 작업들이 맞이한다. 퇴근 후엔 운동을 즐기러 가지만 자고로 헬스란 얼굴을 괜히 일그러트리고 있어야 운동 전문가처럼 보이지 않는가. 집에 와 혼자 정신없이 레시피를 보면서 밥을 해 먹고 잠시 앉으면, 가끔은 '오늘도 이렇게 갔구나' 하는 허망함이 들기도 한다.


오늘부터라도 하루에 5분씩, 아침과 밤에 혼자 함박웃음을 짓는 연습을 하려 한다. 무표정에 익숙해져 그것이 정답인 줄 알았던 나의 볼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줘야겠다. 그리고 그 볼을 관리하는 나의 뇌에도, 웃음이라는 휴가를 잠시 동안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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