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볼일 없는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5분
이사를 한 지 어엿 한 달이 되었다.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통근시간 단축이다. 이전에는 편도로 2시간 반이 걸렸었는데 이제는 20분이면 가능하다. 5시 40분에 지친 몸을 일으켜야했지만 지금은 8시에 눈이 떠져도 밥과 패션만 포기하면(머리와 양치는 포기할 수 없다) 늦지 않을 수 있다. 왜 직장 선택에 통근시간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하는지를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이사를 와서 며칠 지나자마자, 내 기상 시간이 7시 반으로 강제 조정된 것이다. 나는 원래 긴 통근시간이 아까워 그 시간 동안에 공부, 독서 등의 자기계발을 하려고 노력해왔다. 적어도 편도 2시간 중 1시간은 무엇인가를 하며 보냈다. 이사를 와 통근시간은 줄어들었지만 확보한 시간을 온전히 잠에 쏟기에는 아까웠기에, 나의 머리는 기상 시간을 6시 20분으로 정했다(5시 40분은 내 머리도 거부했다). 일어나서 날에 따라 일본어 공부, 독서, 글쓰기 등을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희한하게 6시 20분에 맞춰놓은 알람에 일어나질 못했다. 정확히는 머리는 깨었으나 몸이 깨질 않았다. 일어나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조금 있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7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그때서야 부랴부랴 간신히 일어나 할 것들을 조금 하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잠을 늦게 자게 된 것도 아닌데 아침에 계획보다 늦게 일어나니 이 몸뚱아리가 게으름에 빠졌나 싶을 정도였다. 알람을 여러 개 맞춰놓으면 간신히 일어나긴 했지만 그만큼 푹 자는 시간이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어제도 예정보다 늦게 일어났다. 밖은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다. 물을 한 잔 마시며 아침부터 생각에 잠겼다.
"한 달 전까지는 어떻게 5시 40분에 칼같이 일어났지. 그것도 알람 한 번에."
생각해 보면 참 신기했다. 대학교에 다닐 때는 잠을 1순위로 중요시했다. 남들보다 일찍 시험 준비를 시작할 정도로 밤샘 벼락치기는 사절이었다. 그런데 직장에 들어가자마자,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 하나로 3년이 넘게 기상 시간을 고수해 왔다. 늦게 일어난 날은 1년에 다섯 번도 되지 않았고, 그것조차도 지각다운 지각은 하지 않았다. 전날 술을 진탕 마셔도, 애인과 싸우다 밤을 새도, 몸살에 몸이 말을 안 들어도 바로바로 일어났다. 심지어는 주말이 되어도 그 시간에 눈은 떠졌다.
그랬던 내가 한 달도 되지 않아 7시에도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게 되다니.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40분에서 7시간 20분으로 늘어나는 게 게으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그렇다면 나의 몸이 그동안 자신이 정한 시간에 꼭 일어나야 한다는 머리의 압박에 강제로 부지런함당하고 있었던 걸까. 그래서 몸은 괴로움에 차 항상 피곤하다는 표식으로 저항을 했고, 그 수갑이 풀어지자마자 원래의 자기의 삶을 찾아가려고 했던 걸까. 그 정도로 내 몸은 잠을 원했던 건가.
나는 자유를 찾으려는 나의 몸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자유를 보장하여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둘까? 몸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굴레를 반복해서 더 깊은 잠에 빠지려 하지 않을까. 아니면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아주 사회적인 말을 근거로 미래의 나를 책임지기 위해 몸의 자유를 좀 더 제한시켜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