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했다.
떨어져도 아무런 타격이 없겠지만, 여하튼 나는 될 때까지 작가 신청을 해볼 생각이다.
글을 쓰기로 맘먹고 앉아서 작가 신청을 위해 말을 고르기 시작한 지 벌써 3시간이 훌쩍 지났다.
한 번도 내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 글을 쓰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지도 않았고, 치열하게 노력하지도 않았다.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는 3시간을 넘게 투자해서 작가 신청서를 썼다.
친구와 매일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10편이 넘는 글을 썼다. 그게 뭐 별거냐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꼭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본인이 못쓴다고 생각하면서도 10편이 넘는 글을 쓰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1년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내가 약 250편의 글을 쓴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고작 열 편 남짓 써놓고 베스트셀러 작가처럼 만족스러워하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글 10편을 쓰는 것도 상상 못 하던 내가 이제 250편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나는 무언가를 시도할 때 나를 통과해야만 했다. 그러니까.. 내가 가장 강력한 면접관이 되어서 나를 판단하고 불합격시켜왔다. 내가 잘할지, 못할지 오래 봐주지 않고 금방 잘라버렸다. 나는 나라는 면접관에게 항상 좌절되고, 평가절하되었다. 눈은 한껏 높아져 있는 그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네가 무슨 글을 써, 글은 아무나 쓰는 줄 알아?."
조금 너그러운 면접관은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써도 괜찮아, 아직은 능력이 안 되는 것 같아."
이 외에도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거라는 둥, 잘 못하는 걸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둥 여러 가지로 나의 의지를 꺾어버리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면접관 앞에 서서 지지 않고 말했다.
"못해도 괜찮아, 비웃음을 사도, 의미가 없어도 기꺼이 내가 감수해볼게."
완벽하고, 충분히 좋다고 느끼지 않으면서도 나는 나에게 계속해서 해볼 기회를 주고 싶었다.
예전에 글쓰기를 배울 때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나도 한번 써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작가도 근사해 보이고, 서점에 내 책이 있는 건 무슨 기분 일까, 유명인도 되고 싶고, 인세도 받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는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 어떻게 인기를 끌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있어 보일지 고민했지만 정작 어떤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이젠 어설프고 의욕만 가득이지만 하고 싶은 말들이 생겼다.
잘 전하고 싶다.
그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냥 쓰는 것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혹시 나처럼 ‘면접관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작가 승인이 나기 전에 썼던 글을 서랍에서 꺼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글쓰기를 이제는 조금 즐기고 있는 나를 보면서, 들뜨는 마음을 내버려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