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밥벌이에서 졸업하지 못했다. 이변이 없는한 십년정도는 더 일해야 검소하게 죽을 때까지 먹고 살 돈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놀고 싶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이 너무나 많고, 도전해보고 싶은 것들도 많다. 아니 놀고 싶다기보다는 돈을 떠난 일을 하고 싶다.
요즘 마스크줄 만들기에 열을 올리면서 드는 생각은 '그냥 이렇게 평생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다.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어 팔리면 좋고, 안 팔려도 그만인 제품들을 만들고, 하루 두 끼를 맛있게 해 먹고, 명상하고, 책 읽고, 평화롭게 잠드는 날들이 내내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바라는 일상은 '만들고 싶은 것들'이 그럭저럭 팔리면 이루어질 수도 있는 일상이기에 자꾸 욕심이 인다.
만들어놓은 제품을 보고 누군가 칭찬을 해도, 반응이 없어도, 시큰둥해도 마음은 정신없이 흩어진다. '왜 그럴까', '뭐가 좋을까', '마음에 들까?', '마음에 안 들까?', '대박 나는 거 아닐까?', '지금만 잘 팔리는 거겠지?', '디자인이 이거밖에 안되나', '나는 능력이 없나?', '뜻밖의 재능을 찾은 걸까?' 셀 수도 없는 생각들이 일어나고 사라진다. 그냥 만드는 일은 너무나 재미있는데 저렇게 많은 생각들이 자꾸만 나의 손을 소심하게 만든다. 소심한 손은 원석들을 꿰었다, 뺐다, 좀처럼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될 것 같아, 대청소를 감행했다. 엉망진창이었던 집을 말끔히 치우고 가만히 앉았다.
눈을 감고 일단 필요하지 않은 생각들을 멈췄다. 코끝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호흡에 잠시 집중해보았다. 마음이 좀 가라앉았다. 눈을 뜨고 지금 필요한 일들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책상 위에 흩어진 시트린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한참 작업을 하다가 백군에게 갔더니 그 역시 정신없이 작업 중이다. 내가 작업한 완성본을 건네는 순간 챠라 락 사고가 터졌다. 언젠가 한 번은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예상보다 더 큰 범위로 원석들은 흩어졌다. 우리는 순간 얼었다가 서로 얼굴을 보고 빵 터졌다.
15종류의 원석들이 마구 섞여서 흩어졌다. 아주 작은 알맹이들은 집안 곳곳에 빠짐없이 숨어들었다. 우리는 소풍날 선물 찾기를 하듯 여기저기 꼼꼼하게 뒤져 결국 거의 다 찾아냈다. 그 김에 오래 한자리에 서있던 가구들도 움직이고 쌓인 먼지들도 닦아냈다. 냉장고 밑에서 진주한 알, 그 옆 수납장 밑에서 산호랑 비취를 찾아냈다. 거의 다 찾아내어 모아보니 빨간색 산호와 초록색 원석들, 진주알까지 눈이 온 크리스마스 같았다. 아무렇게나 잡히는 대로 꿰어도 충분히 예쁠 것 같다.
한치앞을 모르는 삶에서 고민과 걱정은 늘.. 참으로 쓸데가 없다.
쓸데없는 건 얼른 버리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