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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 Jan 19. 2022

유능력한 백수


흐린 날엔 10시도 안돼 빛을 다해버리는 태양광 조명처럼, 이런 날은 기운이 없다. 요즘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고 있는데, 덕분에 일찍 졸려진다.

햇빛 충전도 못하고 잘 시간은 되었는데 글은 써야 하고, 마땅한 글감은 생각이 안 나고


꾸벅꾸벅 졸면서 자지도 쓰지도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도 오늘 메모했던 백군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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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을 지향하는 우리 집의 규칙은 ‘최소한 우리 돈 내고 고기를 사 먹지는 말자.’이다. 그래서 우리가 가끔 먹게 되는 고기는 모두 얻어먹는 것들인데 시댁에 다녀온 백군이 싸온 갈비를 아침으로 먹고 설거지까지 하고 난 후, 하는 말


여보 집에서 고기 냄새나니까 부잣집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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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이가 사준 33,000원짜리 감자칩이 너무 비싸다며 뭘로 튀기면 저 가격일 수 있냐며 투덜 되던 백군이 자꾸 나한테 방에 들어가란다. 왜냐고 물으니



무능력한 남자가 감자칩 먹는 거 보여주고 싶지 않아.”

무능력한데 맛있게 먹으면 되게 꼴 보기 싫은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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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력하지도 않고, 꼴 보기 싫지도 않다고 말해주고 혼자 먹을 시간을 주기 위해 방으로 들어왔다. 농담으로 하는 말이지만 괜찮은 척하면서도 돈 안 버는 상황이 신경이 쓰이나 보다. 당장 먹고살게 걱정인 것도 아닌데 돈 벌어야 사람 구실 하는 거란 관념의 힘이 이렇게 세다.


일 안 할 때 맘 편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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