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부터
보통 아침 8시에 일어나서 명상을 한다.
2년째 해오고 있지만 8시 기상은 늘 어렵다. 출근하는 사람에 비하면 8시는 꽤 늦은 시간인데도 말이다. 7시 50분 알람이 울리면 뭉그적 대다 2분 전에야 간신히 일어나 눈곱만 떼고 나간다.
명상하고 올라와서 식사하고 치우면 어영부영 12시가 넘어가고, 간단한 집안일과 잡무를 마치면 3-4시, 영어 공부하고 저녁을 먹으면 6-7시 그때부터 침대에 앉아 글 쓰려고 몰두하다 보면 12시, 늦으면 새벽 3시에 일과가 끝난다.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것도 아닌데 시간한테 매일 지는 기분이다.
반전이 필요했다.
글을 쓸수록 책을 읽고 싶은데, 낮엔 집중이 어려웠다.
새벽에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예전 경험이 하나 떠올랐다.
지금과는 다른 속도로 살아내던 20대, 나는 유난히 아침잠이 많아서 회사가 싫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고,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회사가 싫었다.
불편하거나 하기 싫은 일도 잘 참고 꾸준히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무슨 방식으로든 그 상황을 모면해 보려고 방법을 찾는 게 나란 사람이다. 회사를 그만두면 먹고살 길이 없었던 그때, 회사를 다니는 건 고정값이었다.
그래서 회사 가장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
'조금 더 자면 일어나기가 훨씬 수월하겠지.'
하지만 일어나는 일은 여전히 어려웠다.
오히려 5분씩 지각하는 일이 잦아지자 이대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자기 계발서에서 입을 모아 찬양하던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었다.
먼저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아침형 인간이라고 진지하게 소문을 냈다. 덕분에 주위 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아침형 인간이라고 인지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아침형 인간이 되지 않으면, 거짓말쟁이가 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침형 인간이 됐다. 원래 9시 출근이면 8시 40분에 간신히 일어나던 나는, 알람을 7시로 맞춰놓고도 6시 50분이면 수월하게 일어나게 되었다. 어이없게 진짜 아침형 인간이 되어버린 거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새벽에 일어나 봐야지.'라고 생각하고 그걸 며칠 지속했을 뿐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새벽 기상은 순전히 내 의지였고, 8시 40분 기상은 의지가 결여된 행동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란 인간은 뭐든 내 의지로 하는 것만 열심이니까.
그 경험을 살려 일주일째 6시 30분 기상을 하고 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침대에서 일어나고, 새벽시간을 근사하게 활용하고 있다. 나만의 새벽시간이 아쉬워 내일부터는 30분 단축해 6시에 일어나기로 했다. 아마 어렵지 않게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나를 자꾸 믿어주면 나는 더 잘 해내게 되고, 해내는 내가 또 믿어지고, 믿어주니 더 잘하고, 매일 잘나 진다. 그러기 위해선 좀 미더운 나도 덮어놓고 믿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치 아이의 걸음마를 따뜻하게 지켜봐 주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