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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민호 Jul 18. 2019

팬은 떠나고 고객만 남은 브랜드.

회복하지 못하는 관계의 본질적인 이유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있다.” -게오르크 헤겔



  지금 사랑하는 연인이 옆에 계신가요? 아니면 사랑했던 연인, 또는 첫사랑을 기억하시나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는 이미 결혼을 하신 분들도,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실 텐데요.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려볼까요?


 강의 중에 이런 질문을 던지면 결혼을 하신 지 좀 되신 분들은 종종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분도 계시고, 농담 삼아 그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라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장내 분위기를 웃음바다로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지금 함께하고 있는 사람과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남은 삶을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이유, 아마 그 시작은 바로 ‘사랑’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처음 남녀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딱히 시간과 원인을 확정 지을 수 없는 어느 순간, 남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는 운명의 순간, 그 짧은 찰나의 감정에 개입하는 요소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아마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면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소설과 영화, 구구절절한 시와 노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가 상대방에게 호감 또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대부분 단순합니다. 바로 한 가지의 강력한 매력입니다. 상대방이 가진 매력이라는 강점 덕분에 우리는 사랑에 쉽게 빠집니다. 그 누구도 여러 가지 상황과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을 고려한 뒤, “이 사람은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점이 적으니, 이 사람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껴야지” 하는 합리적 판단을 거쳐 사랑에 빠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한 가지의 매력, 또는 강력한 장점 하나”


  상대적으로 단점이 적다는 이유로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단점이 적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조건은 될 수 있겠지만, 누군가로부터 열정적인 사랑의 대상으로 지목되기엔 불충분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치명적인 매력, 또는 강력한 장점을 통해 한순간에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그렇게 사랑에 빠져 연애를 시작한 뒤에도 계속 그 사람의 매력과 장점만 보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만나다보면 아무리 매력 있고 장점이 돋보였던 상대에게서도 슬슬 단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게 마련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방에게 바라는 점도 조금씩 늘어나게 되고, 기대의 크기에 비례해 그 사람에게 느끼는 단점도 하나둘씩 늘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 되면 처음에 느꼈던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이 보이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참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상대방을 점점 알아가면서 새로운 단점을 속속 발견해도 우리는 쉽게 이별을 통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지고 볶고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그동안 함께하며 시간을 보낸 정을 생각해서라도 만난다는 것입니다. 사랑해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록 다툼이 있더라도 대화로 풀고, 화해하고, 서로의 장점을 생각하며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서로 간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는 일도 있습니다. 어지간하면 이해하고 배려하고 노력하며 관계를 이어가려고 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연인 등의 각별한 관계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극복하지 못하는 갈등은 대체로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이별에는 표면적으로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회복하지 못하는 관계의 본질적인 이유는

바로 “신뢰”가 무너지는 경우입니다.




  신뢰를 쌓기는 어렵지만 한번 무너져 내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내게 존재하는 수많은 단점을 눈감아 주는 사람. 내가 가진 한 가지의 장점을 칭찬하며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 사람의 마음에 서리가 맺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신뢰는 왜 무너지는 것일까요?


‘거짓말’을 하는 경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


  “거짓말하지 마라.”, “약속을 지켜라.” 우리들이 어린 시절부터 듣고 자란 기본적인 올바름의 덕목입니다. 하지만 도무지 쉽지 않은가 봅니다. 어른이 되어도 우리는 의도적으로, 또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뭔가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감추고 싶거나, 유무형의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고 할 때, 또는 자신의 실수를 무마하려는 목적으로 거짓말을 합니다. 당장의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모면하고, 쉽게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속셈입니다.


  거짓말로 상대방을 속이고 원하는 바를 달성하면 잠깐은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들통나는 순간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관계는 손상되어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양심의 영역에서 스스로를 속이지 못하고 겪어야만 하는 자존감의 상처는 덤입니다.


  비록 모든 이별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고, 이별하게 되는 과정을 대략적으로 그려봤습니다. 사랑과 이별에 대한 주제를 놓고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 논의하고 있는 브랜드라는 주제가 우리들이 겪는 사랑과 이별의 과정과 너무나도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브랜드와 사랑에 빠지고 또 사랑하는 브랜드와 이별하게 되는 과정은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고 이별하게 되는 과정과 같습니다. 각자 애착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을 떠올려볼까요? 그 브랜드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적어도 단점이 적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아닐 것입니다.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강력한 끌림 때문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알 수 없는 끌림의 단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입니다. 브랜드 이미지는 브랜드의 차별적인 가치제안으로 형성됩니다. 지샥의 내구성, 볼보의 안전성, 할리데이비슨의 엔진 소리, 발뮤다의 디자인, 다이슨의 기술 등 모든 브랜드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하고, 유리하고, 차별적인 가치제안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런 포지셔닝 싸움에서 무조건 실패하고 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모든 것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강조하는 것은 아무것도 강조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야기해야 할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시간, 예산 등의 정해진 자원을 브랜드가 가진 하나의 강력한 강점과 매력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죠. 여러분의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겠지만 한 가지만 이야기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만 사람들에게 끌림의 단서를 제공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강력한 매력과 장점을 가진 브랜드는 차츰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브랜드가 가진 장점과 매력을 발견한 사람들은 결국은 사랑에 빠집니다. 그다음 이어지는 과정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과 똑같습니다. 막상 브랜드를 소유하고 경험해보니 슬슬 해당 브랜드의 이런저런 단점도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미 브랜드를 선택한 사람들은 쉽게 이별을 선언하지 않습니다. 불만을 이야기하고 짜증을 내더라도 해당 브랜드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갑니다.


  흔히 ‘정 때문에 못 헤어진다’고들 합니다. 그 이유를 굳이 경영과 마케팅에 빗대어보면 ‘전환비용’이 발생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브랜드(사람)로 바꾼다 해도,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지금 함께하는 브랜드보다 새로운 브랜드가 더 나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상, 강력한 첫 끌림과 장점에 이어 발견되는 수많은 단점들이 비슷할 것이라 추측하는 것입니다. 거기서 거기, 별다를 것이 없을 거라는 것이죠. 그럴 바엔 차라리 지금까지 소중한 시간을 함께해오며 추억이 깃든 기존의 브랜드를 유지합니다.


  일단 한번 브랜드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쉽게 브랜드를 바꾸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외인 경우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습니다. 정 때문에 못 헤어진다는 ‘전환비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별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


‘거짓말’을 하는 경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


  한 자동차 회사가 배출가스 인증을 조작합니다. 또 다른 자동차 회사는 주행 중에 불이 날 가능성을 미리 알고도 이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합니다. 또 다른 분야의 브랜드는 앞으로는 진정성을 내세우고 뒤에서는 잇속을 챙기기 바쁩니다. 애초에 이 브랜드들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배출가스가 많이 나왔기 때문일까요?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배출가스와 화재 때문이 아닙니다. 분노의 이유는 바로 거짓말에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한순간에 돌아선 것은 바로 “속았다”는 배신감 때문입니다. 믿었던 사람이 나를 거짓말로 속였을 때 신뢰관계가 무너지듯, 브랜드와 사람들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해당 브랜드의 열렬한 팬을 자처합니다. 단순히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고객과 팬은 다릅니다.



 고객은 지금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경쟁사가 있다면 언제든 지금의 브랜드와 이별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반면 팬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은 브랜드의 정서와 맥락을 지지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경쟁 브랜드의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간 브랜드와 함께 지켜온 약속과 이를 통해 쌓아온 신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팬은 고객으로 돌아섭니다. 당장 브랜드를 이탈하지 않더라도 언제라도 더 나은 거래조건을 찾게 되면 미련 없이 떠나는 고객으로 말입니다.


  브랜드의 상황이 좋을 때는 고객과 팬은 분명하게 구별되지 않습니다. 잘될 때는 고객이든 팬이든 상관없습니다. 단지 내가 잘해서 잘되는 것이라고 착각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고객을 보유한 브랜드와 팬을 확보한 브랜드의 차이는 바로 상황이 어려워졌을 때 드러납니다. 이때는 다른 혜택을 떠나 우리 브랜드를 끝까지 지지하고 함께해주는 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인간관계도 그렇지 않나요? 내 상황이 좋을 때는 이미 주위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상황이 어려워지면 거래로 형성된 고객은 이내 사라지고, 관계로 이어진 팬들만 곁에 남습니다. 이때 남아있는 팬들은 진심으로 나를 지지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를 끝까지 믿고 지지해주는 이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용기를 낼 수 있는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는지 겪어보지 않으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곁에 두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평소에 잘하는 것, 있을 때 잘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평소에 헌신하는 것입니다. 손해를 볼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때, 조금 더 손해 보는 것입니다. 때로는 세상의 법칙이 이렇게 단순한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고객의 충성심을 원한다면,

브랜드가 먼저 고객에게 충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고객의 충성을 원하는 많은 브랜드 사이에서도 정작 브랜드가 먼저 고객에게 충성심을 보이는 장면은 그리 쉽게 볼 수 없습니다. 고객을 가르치려는 브랜드가 얼마나 많습니까? 고객은 브랜드가 지시하고 가르쳐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야기를 경청하고 배워야 할 대상이 아닐까요? 상대방을 가르치려 하고 헌신만 요구하는 일방적인 관계에 진실한 사랑이 싹트길 기대할 순 없습니다. 무엇이 먼저인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다시 한 번 이야기 합니다.

“거래보다 관계”


_ 마케터 강민호


<유튜브 바로가기>

https://bit.ly/376DZa9



* 출처_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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